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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동계AG 결산②]평창에서 기억해야 할 맏형 이정수의 '명품 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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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서 교란 작전으로 동료 금메달 도움

아시아경제

이정수(오른쪽)가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중국 선수들을 견제하는 사이 서이라(앞쪽)가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 주장 이정수(28·고양시청)는 26일 폐막한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조연을 택했다. 금메달 없이 은메달(계주)과 동메달(1500m)만 한 개씩 땄다. 그래도 "주장으로서 후배들을 챙겨주는 일이 훨씬 중요하다"며 아쉬워하지 않았다.

남녀 쇼트트랙은 아시안게임에 걸린 금메달 여덟 개 가운데 다섯 개를 따냈다. 출전한 나라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고 쇼트트랙 강국의 위상을 확인했다. 종합순위 2위 달성에도 기여했다. 그러나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과제도 확인했다. 중국 선수들의 비신사적인 견제와 같은.

쇼트트랙 코스에서는 다양한 작전이 오고 간다. 둘레 111.12m짜리 작은 얼음 코스를 빠른 속도로 달리기 때문에 코너를 돌거나 치고나가는 상황에서 몸싸움이 자주 발생한다. 경쟁 선수들이 추월하지 못하도록 견제하면서 동료들이 앞으로 나가도록 길을 터주는 모습도 자주 나온다. 예선전부터 결승까지 같은 나라 선수들이 두 명 이상 포진할 경우 전략을 세우기가 훨씬 수월하다.

중국은 이번 대회에서 남녀 500m와 남자 계주까지 금메달 세 개를 가져갔다. 성적은 우리나라보다 못하지만 매 종목마다 거친 경기로 우리 선수들을 위협했다. 여자 500m 결승에서 손으로 심석희(20·한국체대)의 무릎을 잡아채 실격된 판커신(24)을 비롯해 남자부에서도 두 명 이상이 협공을 하며 경쟁 선수들의 진로를 방해했다.

박세우 전북도청 빙상팀 감독(45)은 "판커신처럼 습관적으로 반칙을 하는 선수도 있지만 인코스로 추월하지 못하게 팔꿈치로 강하게 밀거나 진로를 방해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대표 선수를 선발하고 팀을 운영하는 지도자의 권한이 막강하다. 금메달을 위해서라면 선수 한두 명이 실격하더라도 희생하는 전략을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이정수는 중국의 작전을 역이용했다. 자신을 견제하는 중국 선수들의 시선을 분산하면서 동료들이 메달을 딸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줬다. 중상위권에서 상대를 교란하거나 선두에서 달리면서 다른 나라가 추월하지 못하도록 속도를 조절했다. 이 방법으로 남자 1000m와 1500m에서 서이라(25·화성시청)와 박세영(24·화성시청)이 각각 금메달을 따는데 기여했다.

그러나 올림픽에서는 이보다 훨씬 실력이 뛰어난 경쟁자들을 상대해야 한다. 여자부 에이스 최민정(19·성남시청)은 "체력과 스피드를 끌어올려야 한다. 확실하게 추월을 하고 반칙을 당할 여지를 만들지 않으면 이길 수 있다"고 했다. 박세우 감독은 "팀플레이가 필요하다. 종목마다 두 명 이상이 결승에 오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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