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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가습기살균제 함유 독성물질 ‘PHMG’ 불법 유통···대기업 등 33곳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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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환경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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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피해를 유발한 독성물질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불법 판매한 대기업과 대기업 계열사 3곳 등 유통업체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환경부는 PHMG를 무허가로 제조·수입한 불법 유통조직 33곳을 적발해 ‘화학물질관리법’ 위반혐의로 서울동부지검에 송치했다고 7일 밝혔다. 이들 업체는 가습기살균제 피해가 본격적으로 드러난 2013년 이후 지난해까지도 유독물질 수입신고를 하지 않거나, 유해화학물질 영업허가를 받지 않고 PHMG를 제조·판매하다 이번에 대거 적발됐다.

PHMG는 인산염(PHMG-포스페이트)과 염화물(PHMG-클로라이드) 등 2가지 물질이 국내에 유통되거나 사용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유발한 인산염은 2012년 9월 25% 이상 혼합물일 경우 유독물질로 지정됐고, 2014년 3월부터는 인산염과 염화물 모두 함량 기준이 1%로 강화됐다.

이번에 적발된 업체들이 불법으로 제조·판매한 PHMG는 모두 295t이다. 적발된 불법유통망은 ▲중국에서 인산염을 수입한 후 희석해 제조·유통하는 경우, ▲중국에서 염화물을 수입한 후 희석하여 이를 제조, ▲국내에서 PHMG 인산염을 제조하여 유통하는 경우등 크게 3가지 형태였다.

무허가 제조업 O사는 2013년 8월부터 인산염을 합성한 뒤 이를 25%로 희석한 제품 180t을 판매총책 P사를 통해 19개 판매·제조·사용업체에 유통시켰다. O사는 대기업 K화학회사 제품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조사 S사의 후신인 기업이다. O사의 실질적 주인인 ㄱ씨는 S사의 대표였다. S사는 2006년부터 대기업인 K화학회사에 OEM방식으로 납품하다가, S사가 불법 수처리로 처벌받는 등 사업이 어려워지자 PHMG 제조·판매를 계속하기 위해 S사와 같은 부지에 O사를 설립하고 처남을 대표로 앉혔다.

판매총책 P사의 경우도 2005년부터 K화학회사의 PHMG를 유통시키던 회사이다. PHMG가 유독물질로 지정된 이후 하위 업체들이 우려를 표명하자 해당제품의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 나오는 함량을 허위로 조작해 유독물질이 아닌 것처럼 조작했다. 납품을 받은 업체들도 P사로부터 ‘해당 제품이 기존제품과 동일하다’는 확인을 받는 등 유독물질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관련 영업허가를 받지 않았다. PHMG 유동물질 함량기준이 1%로 강화된 2014년 3월이후에도 무허가로 영업을 지속했다. 이들 업체와 연관된 K화학회사는 2013년 PHMG 관련 사업을 접으면서 재고품 30t을 허가를 받지 않고 3개 업체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 외 무허가 제조업 D사는 중국에서 인산염 함유량이 52%인 유독물질을 수입해 이를 24%로 희석한 제품 8t을 제조·유통시켰다. 무허가 제조업 C사는 2014년 5월부터 염화물 분말 13.5t을 중국에서 수입한 뒤 이를 25%로 희석한 제품 61.7t을 제조해 4개사를 통해 판매했다. 이 과정에서 C사는 유독물질 수입신고와 제조업 허가를 받지 않았으며, C사 제품을 납품받은 업체들도 유독물질 판매업허가를 받지 않고 팔았다.

적발 업체들이 제조·판매한 PHMG 중 인산염은 주로 섬유 등의 항균처리제로, 염화물은 항균플라스틱 제조 원료로 사용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가습기 살균제를 만드는데 사용된 PHMG는 없었다”면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알려진 이후 관련 업체들은 사업을 접었다”고 설명했다.

PHMG는 흡입 독성은 강한 반면 피부 독성은 낮은 물질이다. 섬유에 항균 처리할 때 낮은 농도로 사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PHMG로 항균 처리된 섬유와 피부 저촉에 따른 인체유해는 거의 없을 것으로 환경부는 판단하고 있다.

환경부는 이번 사건이 유해화학물질 불법 유통망을 제품의 연결고리를 추적해 밝혀낸 첫 번째 사례라고 밝혔다. 지난해 2월 출범한 중앙환경사범수사단과 관련 부서가 공조해 압수수색을 벌이고, 해당 업체의 장부 등을 조사해 불법 유통 과정을 밝혀냈다.

환경부 관계자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교훈에도 PHMG를 버젓이 불법 유통시키고, 일부 대기업들도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점에서 관련 업계가 국민안전을 도외시하고 이익만 추구하는 관행이 여전했다”면서 “유해화학물질 불법유통 실태를 면밀히 들여다 볼 것”이라고 밝혔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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