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의 등대’ 넷마블
새 게임 출시 앞둘 땐 개발담당 직원 야근·밤샘 다반사
새 게임 출시 앞둘 땐 개발담당 직원 야근·밤샘 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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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진 창문에 ‘야근 불빛’ 주말을 앞둔 지난 3일 밤 서울 구로동의 넷마블 사옥. 창문 블라인드 틈 사이로 불빛이 새나오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
“오후 10시에 퇴근하면 반차, 자정에 퇴근하면 칼퇴, 새벽 2시에 퇴근하면 잔업”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넷마블의 야근은 일상이 돼 있다. 노동건강연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재직자 그룹에 1주일 기준 야근 횟수를 물은 결과, 3회 이상 야근한다고 답한 비율은 47.3%로 절반에 가까웠다. 대부분의 직원들에겐 주말도 큰 의미가 없다. 전체 응답자 5명 중 1명(22.0%)은 1달 평균 5회 이상 휴일에 근무한다고 응답했다. 휴일 근무시 8시간을 근무한다고 가정하고 응답자의 월 노동시간 평균을 계산하면 257.8시간이 된다. 5인 이상 사업체 상용근로자의 2015년 평균 노동시간 178.4시간보다 1.5배 더 일하는 셈이다.
여기에 ‘크런치 모드’라 불리는 게임업계 특유의 작업방식이 더해지면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크런치 모드는 게임의 출시나 업데이트를 앞두고 야근과 밤샘이 반복되는 기간을 말한다. 넷마블 자회사에 다니다 퇴직한 ㄴ씨는 “업데이트 2~3주 전이나 한 달쯤 전에 (넷마블 본사에서) 공문이 내려오면 조직장이 ‘오늘부터 크런치 모드니까 집에 가지 말라’고 한다”며 “집에서 트레이닝복만 가져오면 넷마블 19층에 수면실이랑 샤워실이 있어서 생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크런치 모드 동안 잠깐씩 쓰러지는 분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출근 이후 퇴근할 때까지 걸린 최장 시간을 물은 결과는 충격적이다. 전체 응답자의 30.6%(166명)는 한 번 출근해 ‘36시간 이상’ 회사에 머물렀다고 답변했다. ‘52시간 이상’ 연속 근무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만 13.6%(74명)에 달한다. 한 응답자는 “아침에 회사 나가면 2박3일 내지 3박4일 일하는 2번 출근을 1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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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게임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속도’는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비슷비슷한 게임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라 한 발 앞서가는 편이 시장 선점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한 중소 게임업체 임원은 “대형 게임사들이 참신한 걸 만들기보다 그럴싸한 게임이 나오면 살짝 바꿔 빨리 만드는 데에 치중하고 있다”며 “참신한 게임보다 비슷한 게임을 빨리 만드는 게 중요해지면서 이런 거 하기 싫다는 개발자는 내보내고 아무나 데려와도 상관없게 됐다”고 말했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지난달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의 지속 성장 가능성을 시장에서는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넷마블이 보여주는 숫자들이 커지고 있다. 올 상반기 예정대로 상장이 진행되면 기업가치는 10조원을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구성원들은 고개를 내젓는다. 한 넷마블 퇴직자는 “회사가 성장할수록 퇴사도 지속적으로 있을 것”이라며 “시장이 아니라 가족이, 성장이 아닌 행복을 확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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