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코리아 최고경영자 지냈던 존 리는 무죄
다수의 사상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 임직원들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사회적 문제가 된 지 약 5년 반 만에 업체 관계자들의 법적 책임이 인정된 것.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최창영 부장판사)는 6일 선고 공판에서 신현우 전 옥시 대표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신 전 대표 등 옥시 관계자들은 2000년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을 제조·판매하며 제품에 들어간 독성 화학물질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안전성을 검증하지 않아 사망 73명 등 181명의 피해자를 낸 혐의(업무상 과실치사 등)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최창영 부장판사)는 6일 선고 공판에서 신현우 전 옥시 대표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
재판부는 "살균제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충분한 검증을 해보지도 않고 막연히 살균제가 인체에 안전할 거라 믿었고, 심지어 제품 라벨에 '인체 안전', '아이에게도 안심'이란 거짓 표시까지 했다"며 "그 결과 회사 제품의 라벨 표시 내용을 신뢰해 살균제를 구입, 사용한 수백여명의 피해자들이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는 유례없이 참혹한 결과가 발생했다"고 질타했다.
특히 재판부는 피해자의 상당수가 어린아이들인 점도 지적했다. "그 부모들은 사상의 결과가 결코 본인들 잘못이 아님에도 살균제를 구매, 사용해 가족을 사상케 했다고 자책하며 충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29일 결심공판서 징역 10년이 구형됐던 존 리 전 대표의 주의 의무 위반 혐의에 대해 "검사가 제출할 증거만으로는 충분히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 외에도 재판부는 옥시 연구소장을 지낸 김모씨와 조모씨에겐 각각 징역 7년을, 선임연구원 최모씨에겐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옥시 법인에는 벌금 1억 5000만 원이 선고됐다.
가습기 살균제 '세퓨'를 제조·판매해 사망 14명 등 27명의 피해자를 낳은 오모 전 버터플라이이펙트 대표에게도 징역 7년을, 업체에는 벌금 1억 5000만 원을 선고했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옥시 제품을 제조한 한빛화학 대표 정모씨에겐 금고 4년, PHMG 원료 중간 도매상인 CDI 대표 이모씨에겐 무죄를 선고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가족들이 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가해기업 대표자들에 대한 1심 판결에 대한 기자회견을 갖고 법원의 판결을 이해할 수 없다며 성토하고 있다.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관련해 옥시와 롯데 등 전 대표자 등에 대한 1심 판결에서 신현우 전 옥시대표는 징역 7년, 존 리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
한편 피해자들은 "검찰은 신 전 대표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는데 그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형이 선고된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수긍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들과 환경시민단체는 재판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유례없이 참혹한 참사 벌어져도 솜방망이 처벌하는 나라"라며 "옥시 사장 존 리의 무죄는 검찰의 법원의 외국인 대표 봐주기"라며 강력 비판했다.
또한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성명서를 통해 "솜방망이 처벌로는 제2의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또 날 수밖에 없다"며 "법원은 국민정서에 걸맞는 엄한 중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이번 판결은 검찰의 늑장수사와 외국인 임원 봐주기, 법원의 안이한 판단, 정부의 책임회피 등이 어우러진 결과"라며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기는 커녕 두 번 세 번 죽이는 결과"라고 전했다.
끝으로 최 소장은 "가습기살균제가 발생한 지 5년이 흘렀다. 이 시간은 고스란히 제조사인 살인자들에게 면피할 시간을 준 것"이라며 "이 부분은 검찰이 명백하게 책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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