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신현우 징역 7년-존 리 무죄
사진=동아일보DB |
이른바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이 발생한지 약 5년 반 만에 제조업체 임원들에게 첫 형사 판결이 내려졌다.
가습기 살균제를 출시하면서 흡입독성 실험 등 안전성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인명피해를 낸 혐의 등으로 각각 기소된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옥시) 대표(69·사진)에게는 징역 7년이 선고된 반면 존 리 전 옥시 대표에게는 객관적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최창영)는 6일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신 전 대표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신 전 대표 등은 가습기 살균제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충분한 검증을 해보지도 않고, 막연하게 제조·판매한 가습기 살균제가 인체에 안전할 것이라 믿었다”며 “인체에 무해하다거나 ‘아이에게도 안심’이라는 등 거짓으로 표시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결과 제품의 라벨에 표시된 내용을 신뢰해 가습기 살균제를 구입하고 사용한 피해자들이 숨지거나 중한 상해를 입게 되는 등 유례없는 참혹한 결과가 발생했다”며 “피해자들은 원인도 모른 채 호흡 곤란으로 극심한 고통을 받다가 숨지거나 평생 보조기구를 착용해야 할 중한 장애를 가지게 됐다”고 판단했다.
다만 존 리 전 대표의 주의 의무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증명할 객관적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존 리 전 대표의 업무 태도 등은 제품의 인체 안정성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한 당시 옥시의 업무처리에 일정한 부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그러한 가능성과는 별개로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공소사실은 존 리 전 대표가 관계자 등으로부터 보고를 받아 알고 있었음에도 주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라며 “직접 보고 관계에 있었던 거라브 제인 등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 일부 직원들의 추측성 진술이 있는 점만으로는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옥시 연구소장을 지낸 김모 씨에게는 징역 7년, 조모 씨에게 징역 7년, 선임연구원 최모 씨에게는 징역 5년을 각각 선고했고, 함께 기소된 옥시 법인에는 벌금 1억5000만 원을 선고했다.
또 다른 가습기 살균제 ‘세퓨’를 제조·판매해 사망 14명 등 27명의 피해자를 낳은 오모 전 버터플라이이펙트 대표에게는 징역 7년, 업체엔 벌금 1억5000만 원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옥시 제품을 제조한 한빛화학 대표 정모 씨에겐 금고 4년, PHMG 원료 중간 도매상인 CDI 대표 이모 씨에겐 무죄를 선고했다.
신 전 대표 등 옥시 관계자들은 2000년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을 제조·판매하며 제품에 들어간 독성 화학물질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안전성을 검증하지 않아 사망 73명 등 181명의 피해자를 낸 혐의(업무상 과실치사 등)로 기소됐다.
이들은 ‘인체무해’, ‘아이에게도 안심’ 등 허위 광고를 한 혐의(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도 받았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도 적용됐지만, 법원은 사기 의도가 있었다고 보긴 어렵다며 무죄 판단했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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