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잔류' 양현종, 기간·금액 손해 감수한 이유는?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양현종이 KIA 타이거즈에 잔류한다. 그런데 계약 내용이 특이하다.

KIA는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양현종과 계약기간 1년, 계약금 7억5000만원, 연봉 15억원 등 총 22억5000만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예상을 벗어나는 계약이다. 무엇보다 계약기간이 1년인 것이 충격이다. 일반적으로 KBO 리그의 FA 대어들은 4년 계약을 맺는다. FA 자격을 취득한 선수가 다시 FA 자격을 얻는 데에는 4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처럼 FA 1년 재수를 시도할 수가 없는 환경이다. 차우찬(LG), 우규민(삼성), 최형우(KIA) 등 올 시즌 FA 대어들이 대부분 4년 계약을 맺은 이유다.

계약기간이 짧아지면, 대신 매년 받는 금액은 높아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양현종이 받는 금액은 22억5000만원이다. 물론 엄청나게 많은 돈이지만, 최형우(4년 100억원, 연평균 25억원), 차우찬(4년 95억원, 연평균 23억7500만원)에 미치지 못한다. 양현종이 최형우, 차우찬을 상회하는 금액에 계약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는 결과다. 계약기간에서 금액 등 모든 부분에서 큰 희생을 감수한 셈이다.

이러한 계약에는 KIA를 향한 양현종의 애정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양현종은 국내에 남는다면, KIA에 잔류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계약을 마친 뒤에도 "내 자신을 KIA 타이거즈와 나눠 생각해본 적이 없다. 해외리그 도전이 아니라면 당연히 KIA에 남을 거라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KIA가 알찬 스토브리그를 보내며 강력한 전력을 갖춘 것도 양현종이 잔류를 결정한 배경일 수 있다. 자신의 손으로 KIA를 우승으로 이끌겠다는 의지가 작용했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해외 진출 도전을 염두에 둔 계약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2017시즌이 끝난다고 해서 양현종에게 FA 자격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계약에 해외 진출과 관련한 조항을 삽입했거나, KIA가 내년 시즌 후 양현종을 조건 없이 방출한다면, 양현종은 장애물 없이 해외 진출을 타진할 수 있다.

어찌됐든 KIA는 이미 최형우, 나지완과의 FA 계약, 외국인 선수 구성으로 막대한 금액을 소모한 가운데, 양현종까지 잔류시키는데 성공하며 우승에 도전할만한 전력을 갖췄다. 어느 구단보다 바쁜 겨울을 보낸 KIA가 2017시즌 성적으로 결실을 수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가장 가까이 만나는, 가장 FunFun 한 뉴스 ⓒ 스포츠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