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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檢, '가습기살균제 사망' 신현우 前옥시 대표에 징역 20년 구형(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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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의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업체로 지목된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신현우 전 대표(68)./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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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의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업체로 지목된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신현우 전 대표(68)에 대해 검찰이 징역 20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존 리 대표(48)에게는 징역 10년이 구형됐다. 또 옥시와 세퓨 관계자들에게는 각각 징역 5~15년이, 옥시와 세퓨 법인에는 각각 벌금 1억5000만원이 구형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최창영)의 심리로 29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신 전 대표 등에 대해 "허위 표시광고로 소비자를 속여 영유아를 영문도 모르게 죽어가게 했고 부모들이 평생 죄책감에서 살아가게 해 엄벌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옥시 제품으로 인한 폐질환 사망자는 89명, 상해를 입은 피해자는 126명, 세퓨 제품으로 인한 사망 피해자는 14명, 상해를 입은 피해자는 13명이다"며 "10년 넘게 판매 관행에서 발견되지 않은 피해자들이 얼마나 더 있을지 가늠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신 전 대표에 대해 "대형 참사의 뿌리이자 기업 이윤을 위해 소비자를 희생시킨 경영자로서 단죄할 필요성이 있다"며 "말로만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수사기관의 진술을 번복하기도 했고 모든 책임을 부인해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반면 신 전 대표 측 변호인은 "매출 규모가 작은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물질을 변경하는 것은 연구소장의 처리 분야였기 때문에 신 전 대표는 관련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며 "보고가 제대로 잘 돼 원료물질 변경에 대해 인식했다면 적당한 조치를 취했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모든 제품의 원료 변경까지 대표가 일일이 결재해야 한다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강요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지 않은 경영방식이다"며 "대표는 각 부서의 책임자에게 일임하고 이를 신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신 전 대표가 퇴직한 2005년 이후 용기가 변경되면서 피해가 확대됐고 이때 주된 피해가 집중됐다"며 "퇴사 이후 일까지 책임지라는 것이 온당한 일인지, 신 전 대표를 1번 피고인으로 주범처럼 삼는 게 온당한 것인지는 의문이다"고 밝혔다.

또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인체 안전성 여부는 진실 규명이 가능한 구체적 사실에 해당하지 않고, 기망행위는 없었다"며 "라벨 문구가 허위라는 사정에 대해 전혀 인식하지 못했고, 일부 공소시효가 완성돼 허위표시 행위에 대한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주장도 폈다.

변호인은 그러면서 "소속 직원들을 지휘·감독하지 못한 과실 책임에 대해서는 인정한다"며 "유족들에게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을 안겨드린 잘못은 깊이 반성하고 있고, 그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기 위해 여생을 봉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에 피해 아동 임성준 군(13)의 어머니인 권모씨는 "신 전 대표 측은 본인이 퇴임한 2005년 이후에 피해가 더 컸다고 주장하지만 우리 아이는 2003년에 태어났고, 2005년 전에 피해를 입은 아이들 중에 지금 살아있는 아이가 없다"며 "첫 단추를 제대로 끼웠다면 이렇게 문제가 됐겠느냐"고 울먹였다. 그러면서 "평생 당신 자식들, 그리고 손주들 보면서 '아 내가 이런 아이들을 죽였고 아프게 하고 있었지'라는 생각으로 살아줬음 좋겠다"고 말했다.

이후 고(故) 최다민 양(당시 21개월)의 어머니 김아련씨는 "신 전 대표 등이 수의를 입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면 용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마치 남의 재판인양 태연하고 여유로운 저들의 표정에서 사이코패스의 모습을 봤다"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버틸수록 처벌은 무거워진다는 것을 각인시킬 수 있도록 부디 실형에 처해 반성할 기회를 강제적으로 부여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법정에선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사망한 아이들이 살아있을 당시 모습과 그 유족의 인터뷰 등이 담긴 영상이 상영됐다. 영상이 재생되자 숙연한 분위기 속에 방청석 곳곳에서는 흐느낌과 울음도 터져 나왔다. 신 전 대표를 비롯한 피고인들은 고개를 숙인 채 영상을 바라보지 못했다.

이후 신 전 대표는 최후진술을 통해 "자녀를 가진 아버지이기도 한 저는 피해자와 가족들을 생각할 때 진실로 마음이 괴롭고 그 큰 아픔을 표현할 길이 없다"며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난데 대해 참으로 참담하다"고 밝혔다.

이어 존 리 대표는 "다시 한 번 이 일로 인해 고통 받으신 유가족, 피해자분들께 심심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신 전 대표 등은 유해물질이 포함된 가습기살균제를 판매해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옥시는 해당 제품 광고를 하면서 '인체에 안전한 성분을 사용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살균 99.9% - 아이에게도 안심'이라는 허위 문구를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 전 대표 등에 대한 선고 공판은 내년 1월6일 오전 10시30분에 진행된다.

이경은 기자 kel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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