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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가습기살균제 사건 제조사 상대 첫 판결, 사망자 1인당 최대 1억 배상 국가책임 이번에도 인정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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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세퓨 5억여원 배상” 대법 징벌적 위자료 도입
항소심서 배상액 더 늘듯


법원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제조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를 상대로 진행 중인 13건의 유사소송 가운데 나온 첫 판결로, 다른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대법원이 지난달 확정한 위자료 현실화 방안에 따라 남은 항소심에서는 위자료 청구금액이 늘고 법원의 인정금액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은 다만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국가를 상대로 한 배상책임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제조사 상대 위자료 청구 100% 인용

서울중앙지법 민사10부(이은희 부장판사)는 15일 이모씨 등 가습기 살균제로 숨지거나 치료 중인 피해자 및 유족 11명이 제조사인 세퓨와 국가를 상대로 낸 손배해상 청구소송에서 "세퓨는 총 5억4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세퓨 측이 사망한 피해자들의 부모에게는 1억원씩, 상해를 입은 피해자에게 3000만원씩, 상해를 입은 피해자의 부모나 배우자에게는 1000만원씩 각각 배상할 것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세퓨에 대해 위자료만을 청구했다"며 "피해자들의 연령과 직업, 피해로 입은 고통의 정도, 피해자와 가해자인 세퓨의 과실의 정도, 사고 후의 태도 등을 참작해 원고들이 청구한 금액을 모두 인정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는 대부분 신문기사나 보도자료로 구체적으로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다"며 국가에 대한 청구를 기각했다. 앞서 국가를 상대로 낸 가습기 살균제 소송은 지난해 1월 피해자 측 패소로 첫 결론이 난 바 있다. 당시 법원 역시 가습기 살균제에 일부 유해한 화학물질이 사용된 것은 인정했지만 "국가가 이를 미리 알았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재판부는 다만 "피해자 측이 일단 1심 판결을 받은 뒤 항소심 재판 중 국가 조사가 이뤄지면 이를 증거로 판결을 받겠다는 입장을 냈다"며 "항소심에서 추가적인 판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여지를 남겼다.

■위자료 인정액 높아질 듯

이씨 등은 "가습기 살균제에 유해한 성분이 포함돼 있는 데도 인체에 안전한 성분을 사용한 것처럼 표시하고 제조사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작성한 물질안전보건 자료에는 살균제 원료물질인 PHMG가 유해물질로 표시돼 있었는데도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해 생명을 잃거나 회복할 수 없는 폐질환 등 심각한 질병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며 2014년 8월 10억여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날 법원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위자료 청구를 모두 받아들이면서 이번 사건의 항소심과 1심이 진행 중인 12건의 유사사건에서도 위자료 청구취지가 확장되면서 위자료 인정금액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이 지난달 기존의 위자료 범위를 크게 넘는 '징벌적' 개념을 가미한 새 위자료 방안에 따르면 위자료는 영리적 불법행위가 3억원, 대형 재난사고 2억원, 교통사고 1억원이다. 특별가중인자가 있으면 영리적 불법행위 6억원, 대형 재난사고 4억원, 교통사고 2억원이 기준이 된다. 여기에 일반 가중.감경 사유가 있으면 각 기준액에서 최대 50% 증가 또는 감소한다. 이 기준에 따를 때 영리적 불법행위에는 최대 9억원의 위자료를 책정할 수 있게 된다.

영리적 불법행위란 사업자가 재화.용역의 제조.유통.판매.공급 과정에서 불법행위로 불특정 또는 다수의 소비자나 일반인을 사망하게 한 경우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도 여기에 해당된다.

윤성열 서울중앙지법 민사공보판사는 "법원 내부의 위자료 현실화 논의에 대해 재판부도 내용을 잘 알고 있고, 이번 판결 과정에서도 그런 부분도 함께 검토했다"며 "다만 이번 사건에서는 원고들의 청구금액 전액을 다 인용한 것이고 청구취지 금액을 넘어서 위자료를 인정할 수는 없어 최근 논의된 금액이 그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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