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혜영 서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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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영화는 대포처럼 발사된 탐사선이 달에 도착하는 획기적인 사건을 지구에서 포착하여 보여준다. 탐사선이 가까이 다가감에 따라 화면에서 작게 보이던 달이 차츰 확대되더니 어느 순간 이목구비가 있는 사람의 얼굴로 바뀌고 마침내 달의 오른쪽 눈에 대포가 가서 박히자 그 충격에 콧물을 흘리며 입술을 씰룩거린다. 흥미로운 것은 영화의 시적 상상력과 유머가 단연 돋보이는 이 장면 바로 다음에 달 착륙 장면이 한 번 더 나온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탐사선의 달 착륙 순간을 달에서 직접 포착하여 이국적인 풍광의 울퉁불퉁한 달의 표면에 우주선이 도착하자 천문학자들이 우주선 밖으로 나와 달에 발을 내딛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는 같은 장면을 단순 반복하는 대신 거리와 관점을 이동하여 지구에서 상상하는 달과 실제 달(물론 멜리에스가 상상으로 그려낸 달이지만)의 모습을 상대적인 시선으로 번갈아 보여줌으로써 역사적인 순간의 감동을 생생히 전달하고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지구에서 본 탐사선 달 착륙 장면 |
두 번째 등장하는 달 착륙 장면은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에서 원래 그림 속 부부와 달리 정면 대신 축소된 뒷모습을 비추는 그림 속 볼록거울처럼 앞의 달 착륙 장면을 각도와 거리를 바꿔 비추는 반사경과 같다. 지드의 <위폐범들>에도 소설 속의 작가, 소설 속의 소설 같은 미자나빔도 있지만 에두아르와 올리비에가 만나 함께 있는 장면을 몰래 이들을 관찰하는 베르나르의 시점에서 반복해서 보여주는 작품 흐름 속에 녹아든 미자나빔도 있다.
지구에서 본 탐사선 달 착륙 장면 |
충청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