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8일 서울 관악구의 유기묘 카페 '나는 고양이' 앞에 버려진 새끼 고양이 사체. 누군가가 임신한 어미 고양이의 배를 갈라 강제로 꺼낸 것으로 보인다. ⓒ엄숙용씨 |
지난달 인천 한 아파트에서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던 주부가 이웃 남성에게 폭행당한 '인천 캣맘(cat mom·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 폭행사건'이 벌어진 지 한 달여만에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관악구에서 유기묘 카페 '나는 고양이'를 운영하는 엄숙용씨(36)씨는 지난 8일 카페 앞에서 손가락만한 붉은 물체를 발견했다. '누가 생선 내장 같은 것을 버렸나보다'하고 물체를 집어올린 엄씨는 경악했다. 엄씨가 집어든 것은 태반이 붙어있는 고양이 태아 사체였다.
놀란 엄씨가 사체를 들고 인근 동물병원을 찾자 수의사는 "태반의 양쪽 끝 단면이 칼로 자른 듯 깨끗해 사산한 새끼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조심스레 추측했다.
사건 이후 엄씨는 스트레스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늘었다. 카페에서 돌보는 유기묘들까지 해코지를 당할까봐 새벽에 카페를 다시 찾아 안부를 확인하기도 했다. 엄씨가 이렇게 불안에 떠는 이유는 단순한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동물학대 혐의도 수사하라" SNS 여론 들끓어
엄씨는 그동안 카페 앞에 물그릇과 밥그릇을 놓고 인근 길고양이들의 밥을 챙겨줬다. 밥그릇에 누군가가 고양이 배설물을 넣어두고 가는 일이 종종 있었지만 길고양이 밥을 주다 보면 흔히 겪는 동네 주민과의 마찰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 7일에는 엄씨가 관리하던 밥그릇, 물그릇, 나무상자 등이 전부 사라지는 일이 벌어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재활용품을 수집하는 사람이 버린 물건인 줄 알고 가져갔을 수도 있다", "쇠사슬 등을 이용해 상자를 고정시켜 둬라"고 얘기하고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이어 다음날인 8일 카페 앞에 새끼 고양이 사체까지 버려지자 엄씨는 동일 인물의 소행으로 보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같은 사실은 트위터 등을 통해 빠르게 퍼졌다. 엄씨가 올린 새끼 고양이 사체 사진은 150회 가량 리트윗(재전송)됐고, 블로그에는 2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경찰서 홈페이지 게시판에 "협박 혐의 외에 동물학대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하라"고 촉구하는 글이 이어지자 담당 형사는 11일 홈페이지 글을 통해 "1개월 가량 된 고양이 태아와 태반을 인위적으로 적출했다는 수의사 소견이 나와 동물보호법 위반 여부도 함께 수사 중"이라고 해명했다.
![]() |
지난 7일 서울 관악구 유기묘 카페 '나는 고양이'에서 길고양이 관련 용품들이 도난당하자 카페 주인 엄숙용씨가 부착한 경고문 ⓒ엄숙용씨 |
"도시에서 인간과 길고양이 공존할 방법 찾아야"
현행 동물보호법 8조에는 동물실험 등의 사유를 제외하고 살아있는 동물의 신체를 손상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10년째 '캣맘' 활동을 하는 고양이보호협회 김진희 고문(60)은 "고양이가 무섭고 싫으니 먹이를 주지 말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면서도 "'캣맘'이 없으면 굶주린 고양이들이 쓰레기 봉지를 물어뜯어 도시를 더욱 어지럽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고문은 "각 지자체가 개체수 조절을 위해 TNR(포획, 중성화 수술, 방사)사업을 시행하고 있고, '캣맘'들도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주민을 위해 인적이 드문 곳에서 밤에만 먹이를 주고 있다"며 "도시에서 인간과 길고양이가 공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정민 기자 트위터 계정 @101_mt]
[핫이슈]CD금리 담합? 대형 스캔들 터지나
[book]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양정민기자 101@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