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독일의 반 이슬람 극우단체 '유럽의 이슬람화에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PEGIDA·페기다)가 지난해 6월 동부 드레스덴에서 나치 제복을 입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합성 사진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오랜 기간 종적을 감춘 독일 나치시대의 혐오성 단어와 구호들이 지난해 물밀듯 밀려온 난민들로 인해 독일내 극우주의가 약진하면서 되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AFP통신은 12일(현지시간) 독일에서 종전까지 사용이 완전히 금기시된 용어들이 지난해부터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일부 역사학자들은 아돌프 히틀러의 나치당에게 정권을 건네준 1930년대 바이마르 공화국 시기와 근래를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하고 있다.
예컨대 독일의 반 이슬람 극우단체 '유럽의 이슬람화에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PEGIDA·페기다)은 지난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길거리에서 현지 매체들을 향해 '거짓말쟁이 언론'(Lügenpresse·뤼겐프레세)라는 단어를 외쳐 왔다.
이는 히틀러가 1920년대에 즐겨 쓰던 용어다. 히틀러는 당시 주류 언론이 나치당에 의해 '진실'로 여겨지던 반 유대주의를 제대로 포착하고 있지 않으며 따라서 거짓말을 일삼고 있다고 힐난할 때 이를 사용했다.
페기다는 아울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대연정 장관들이 지난해 1년 간 89만명의 난민들을 자국으로 받아들여 혼란을 자초했다고 비판하며 이들을 '민족반역자'(Volksverraeter·폴크스페어라에터)로 규정하기도 했다. 이 역시 히틀러와 그의 심복들이 독일을 배반한 반역자들을 가리키던 단어다.
여기에 더해 나치 독일의 국민계몽선전부 장관이던 요제프 괴벨스의 망령도 깨어났다. 지난 3일 드레스덴에 걸린 한 현수막은 괴벨스의 연설 구절인 "나치당의 사상은 독일 좌파와 같다"를 인용하기도 했다.
지난달 24일 메르켈 총리가 이끌고 있는 기독민주당(CDU) 소속 베티나 쿠들라 의원은 이민자들의 물결을 '인종반전'(Umvolkung·움폴쿵)이라는 합성어로 지칭하며 난색을 표명했다. 인종반전이란 나치가 제3제국 식민지 국민들을 '독일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쓴 용어다.
당시 쿠들라 의원은 트위터에서 "메르켈이 자초했다. 독일의 인종반전이 시작됐다. 행동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며 큰 논란을 일으켰다.
유력 주간지 '디차이트'의 칼럼니스트인 카이 비어만은 이같은 현상을 두고 "현재 상태를 바꿀 수 있을 만큼 너무 많은 외국인들이 입국을 하자 독일민들의 공포가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스 쿤드나니 독일마셜펀드 정치분석가의 경우, "독일이 전쟁(제2차 세계대전)의 피해자라는 집단적 기억이 (1930년대 독일이 그러했듯) 재부상하고 있다"며 "그 결과 독일이 최근 나치 과거에 대해 아주 약간은 덜 비판적인 면을 보이게 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 추세가 파시즘 부활과 동등한 것으로 여겨져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스 포어랜더 드레스덴대학교 교수는 "(나치시대 용어를 사용하는) 이들은 독일을 향한 애국심을 강화하고 독일이 모든 무슬림을 반드시 환영해야 할 역사적 책임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icef08@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