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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가습기 살균제' 옥시 前 대표와 마주한 피해 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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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건' 당시 옥시 레킷벤키저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신현우 전 대표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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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이름이 뭔가요?"

"임성준이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피해자인 임성준군(13)이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최창영) 심리로 진행된 신현우 전 옥시 대표(68)와 존 리 전 대표(48) 등 10명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휠체어를 탄 임군은 산소통에 이어진 튜브를 코에 연결한 채 피고인들을 바라봤다. 재판장이 이름을 묻자 잠긴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답한 것 외에는 별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 달라"고 재판장이 요청하자 임군의 어머니가 입을 열었다. 임군은 사건 책임자들에게 아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어머니의 요청에 따라 증인으로 나서게 됐다.

임군의 어머니는 신 전 대표에게 "신현우씨, 성준이 얼굴 좀 보세요"라며 "당신들 때문에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되는지 모를 이 아이 얼굴 좀 보세요"라고 흐느꼈다. 신 전 대표와 존 리 전 대표 등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임군의 어머니는 "산소통을 들고 다니다가 쓰러져 발등에 금이 가기도 했다"며 "10시간마다 충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성준이가 피구를 꼭 하고 싶다고 하는데 면역력이 약해 학교에도 갈 수 없다"며 "나쁜 사람들을 최대한 용서하고 참으려 하는데 그래도 벌은 받아야 되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가습기 살균제 탓에 딸을 잃은 A씨도 이날 재판에서 "피해자들은 대부분 직장을 잃거나 가정을 잃었다"며 "단순히 피해자가 발생하는 차원을 넘어서 가족들이 모조리 해체되고 파괴되는 현실이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아이에게도 안심'이라는 문구 등을 사용한 저 사람들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들이 수없이 죽어갔다"며 "가습기 살균제가 폐 손상의 원인으로 밝혀진 이 상황까지도 무죄를 주장하는 것은 허용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날 증인 신문이 예정돼 있던 호서대 교수 유모씨(61)가 출석하지 않자 오는 18일 다시 증인으로 소환하기 위해 구인장을 발부했다. 유씨는 옥시에 유리한 실험 보고서를 써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한편 신 전 대표 등은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하면서 흡입독성 실험 등 안전성에 대한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인명피해를 낸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한정수 기자 jeongsu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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