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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가쁜 숨쉬며 한글자씩 "임 · 성 · 준"…눈물의 가습기살균제 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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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준군, 신현우·존 리 전 옥시 대표 등 공판에 증인으로

뉴스1

지난 5월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대표회의실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대책특위 1차화의에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만성폐질환을 앓게 된 임성준(13)군이 산소통에 의지한 채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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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안대용 기자 = "어린이 이름이 뭔가요?"
"임성준이요."

재판장이 이름을 묻자 법정 가운데 증인석에 앉은 임성준군(13)이 숨을 고르며 한 글자씩 자신의 이름을 이야기했다. 임군의 어머니와 위아래로 길쭉한 산소통이 증인석에 앉은 임군의 옆에 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최창영) 심리로 11일 열린 옥시레킷벤키저 신현우 전 대표(68)와 존 리 전 대표(48) 등 10명의 공판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인 임군이 법정 증인석에 앉았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달라는 재판장의 요청에 호흡이 가쁜 임군 대신 어머니가 이야기했다.

임군의 어머니는 "산소통을 들고다니다가 쓰러져 발등에 금이 가기도 했다"며 "10시간마다 충전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석에 앉은 신 전 대표를 향해 "신현우씨, 성준이 얼굴 좀 보세요. 당신들 때문에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되는지 모를 이 아이 얼굴 좀 보세요"라며 절규했다. 신 전 대표와 존 리 전 대표 등 피고인들은 고개를 떨궜다.

앞서 진행된 증인신문에서 임군의 어머니는 "성준이가 피구를 꼭 하고 싶다고 하는데 면역력이 약해 학교도 갈 수 없다"며 "이 나쁜 사람들 최대한 용서하고 참으려 하는데 그래도 벌은 받아야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 최승운씨는 증인신문에서 "정부와 관련 학계 전문가들이 가습기살균제가 폐 손상 사망원인이라 밝힌 시점까지도 피고인들은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며 "저들의 행태가 용납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최소 확인된 사상자 수만 해도 수백명인 재앙같은 사건이 발생했고 지금도 얼마나 더 진행될지 모르는 상태"라며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 경종을 울릴 수 있는 판결을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신 전 대표와 존 리 전 대표를 포함한 이들은 독성물질인 PHMG 원료가 함유된 해당 가습기살균제를 생산, 이를 사용한 소비자들을 숨지게 하거나 다치게 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 등을 받고 있다.
dan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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