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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을 이틀 앞둔 지난 7일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이야기 전시관에서 관람객이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다./제공=연합 |
아시아투데이 남라다 기자 = ‘개이득·낄낄빠빠·낫닝겐(청소년이 주로 사용하는 신조어)’ ‘걱정 제로·프로젝트 학습·체험 인프라·운영 컨설팅단(교육부의 어린이 누리집에 게재된 한글과 외국어의 합성 신조어)’.
그야말로 한글 수난 시대다. 9일은 570돌 한글날이다. 세종대왕의 한글 반포 이념을 되새기자는 의미에서 기념일로 지정했지만 이런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청소년층부터 정부부처에 이르기까지 전 사회에 걸쳐 한글이 훼손되고 있는 실정이다. 뜻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정체 모를 줄임말이 넘쳐나고 국적 불명의 한글과 영어 합성 신조어가 남용되는 등 한글 파괴 현상이 심각하다.
특히 청소년 사이에서는 맞춤법 파괴는 물론 이해하기 어려운 줄임말과 신조어 사용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도저히 단어만 봐선 뜻을 유추해낼 수 없는 줄임말의 경우 자주 쓰는 말의 초성만 적어 표현한다. 일례로 ‘ㅇㅈ’은 ‘인정’의 초성을, ‘ㅇㄱㄹㅇ’은 ‘이것 레알’(이것은 사실이 맞다)의 초성을 따서 만든 줄임말로, 한글 어법을 파괴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한글 및 영어와 일본어 등을 혼합해 새로운 조어를 만드는 현상도 생겨났다. 대표적으로는 ‘개이득(아주 큰 이득)’ ‘낄낄빠빠(낄데 끼고 빠질데 빠져라)’ ‘낫닝겐(영어 ‘not’과 일본어 ‘닛겐’의 합성어·인간이 아니다라는 뜻)‘ 등이다.
이렇듯 청소년들이 줄임말과 신조어를 만들어내는 것은 스마트폰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이용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간략하게 표현하기 위해 줄임말이나 신조어가 생겨났고 이러한 말들이 온라인을 통해 널리 확산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글 파괴현상은 청소년만의 문제는 아니다. 정부부처의 홈페이지에도 틀린 문법을 사용하거나 한글과 영어를 혼용한 신조어를 사용한 사례가 다수 발견돼 한글의 고유성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올바른 우리말을 가르쳐야 할 교육부의 어린이 누리집 홈페이지에서도 외래어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인사말에서부터 ‘걱정 제로’, ‘프로젝트 학습’ ‘체험 인프라’ ‘운영 컨설팅단’ ‘인프라 구축 네트워크’ 등 외래어 남용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문맥에 맞지 않는 틀린 문법을 구사한 문장도 곳곳에서 확인됐다. 누리집에는 “285년 백제 고이왕에 백제로부터 천자문을 비롯한 서적들을 일본에 보낸 일이 있고”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책으로는 삼국시대 스님들이 쓰신 불경들인데” 등 비문들도 적지 않았다. “285년 백제 고이왕이 천자문을 비롯한 서적들을 일본에 보낸 일이 있고”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책으로는 삼국시대 스님들이 쓴 불경들인데”가 정확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띄어쓰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필요로하지요’‘무슨소리야’ ‘싫으신거지’ ‘취업 할’ ‘거짓말한거야’ ‘때 까지’ ‘집에가서’ 등 기본적인 교정 작업도 하지 않은 듯 한 오류가 100곳도 넘었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학생들이 잘못된 단어 대신 올바른 한글을 쓰도록 가정과 학교에서 체계적으로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교육부의 어린이 누리집과 관련해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부의 어린이용 누리집에서 우리말과 글이 병들어 가고 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라며 “국가기관은 기관 내에서 국어책임관을 지정해 국어의 발전 및 보전을 위한 업무를 총괄하도록 돼 있으나 제대로 운용되고 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도 운영의 전반적인 실태를 조사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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