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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몬트리올 신화’의 조혜정처럼, 2012년 런던 신화 만들어가는 김연경

경향신문 런던 | 이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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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몬트리올 신화’의 조혜정처럼, 2012년 런던 신화 만들어가는 김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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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이탈리아 꺾고 4강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여자배구팀에는 ‘나는 작은 새’ 조혜정이 있었다. 조혜정의 활약으로 한국 여자배구는 구기종목 첫 메달을 따냈다.

여자배구가 36년 만에 올림픽 4강에 올라 ‘몬트리올 신화’ 재현에 도전한다. 36년 전 조혜정이 했던 역할은 ‘월드스타’ 김연경(흥국생명)이 맡는다.

세계 랭킹 15위인 한국 여자배구팀은 8일 영국 런던 얼스코트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8강전에서 랭킹 4위의 강호 이탈리아에 세트스코어 3-1(18-25 25-21 25-20 25-18)로 역전승을 거뒀다.


조혜정(왼쪽)·김연경
그 중심에는 ‘월드스타’ 김연경이 있다. 지난 시즌 터키 페네르바체에서 뛴 김연경은 득점왕과 함께 소속팀을 창단 첫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이끌면서 최우수선수상까지 받았다. 한국이 메달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이유도 김연경의 존재 덕분이다.

어깨와 무릎 부상에 연이은 경기로 체력마저 바닥났지만 이날 이탈리아전에서 블로킹 4개를 곁들이며 28득점을 기록했다.

36년 전 조혜정을 떠올리게 하는 활약이다. 조혜정은 1m64의 작은 키로도 뛰어난 점프와 배구 센스로 상대의 장신벽을 넘어 스파이크를 꽂아넣었다.


1973년 우루과이 월드컵 최우수선수였던 조혜정은 몬트리올올림픽에서도 고비마다 공격을 성공시켜 동메달을 안겼다. 한국의 올림픽 사상 첫 구기종목 메달이자 첫 여자종목 메달이었다. 조혜정은 1979년 한국 여자배구 선수로는 처음으로 해외(이탈리아)에 진출하기도 했다.

1세트에서 다소 부진했던 김연경은 2세트부터 특유의 강타 대신 상대 블로킹을 피하면서 정확한 코스를 노리는 연타로 변화를 주면서 이탈리아 수비를 흔들었다. 이날 팀 공격의 40.7%를 김연경이 책임졌다. 고비마다 해결사 능력이 빛났다. 세트스코어 0-1로 뒤진 2세트 22-20으로 쫓기는 상황에서 김연경은 강스파이크를 성공시켜 승기를 잡았다. 3세트 20-16에서는 이탈리아의 두 차례 공격을 블로킹으로 막아냈다.

공격만 잘하는 것이 아니었다. 몸을 던져 공을 살리는 투혼과 파이팅으로 이탈리아 쪽으로 넘어간 흐름을 되찾아 왔다. 수비의 기준인 리시브와 디그에서 각각 14차례, 12차례 성공시켰다.


김연경은 “몸은 무거워도 마음만은 가볍게 하자는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했다”며 “언니들이 도와줘서 이길 수 있었다”고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그는 “올림픽 본선에서는 악착같이 하지 않으면 절대 이길 수 없다”며 “올림픽에서 이탈리아를 상대할 기회가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반드시 이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은 9일 세계 최강 미국과 준결승전을 치른다.

<런던 |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