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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미용실에 가면… 그리운 옛 모습 고스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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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미용실에 가면… 그리운 옛 모습 고스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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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1 ‘미스터리 휴먼 다큐’
4일 오후 11시35분 EBS1 ‘미스터리 휴먼 다큐’는 50년 넘게 손에서 가위를 놓지 않고 있는 이들의 사연을 카메라에 담았다.

대전 소재동에는 ‘가위손’이 있다. 바로 이발사 이종완(79)씨. 최신식 미용도구들이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이씨가 쓰는 도구들은 모두 평균 20년이 넘은 오래된 것들이다. 그러나 시간이 멈춘 듯 예전 모습을 간직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은 끊이질 않는다. 손님들은 말하지 않아도 척척 머리 손질을 해주는 이씨의 기술을 높이 사는 것은 물론 그의 이용원이 단골들이 옹기종기 모여 수다를 떠는 사랑방 역할을 자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4일 오후 EBS1은 반평생 가위질을 하며 스스로 성공한 인생이라고 자처하는 이종완씨 등의 사연을 소개한다. EBS 제공

4일 오후 EBS1은 반평생 가위질을 하며 스스로 성공한 인생이라고 자처하는 이종완씨 등의 사연을 소개한다. EBS 제공


이씨가 이발 기술을 배우게 된 건 가난 때문이었다. 60년 전, 6·25전쟁 통에 학교 입학금을 마련하지 못해 결국 진학을 포기했던 그가 선택할 수 있던 유일한 길이기도 했다. 이발료가 80원이었던 시절, 일당 200원을 받으며 아침 일찍 나와 저녁 늦게까지 남의 이용원에서 허드렛일을 해야만 했다. 이후 5년 만에 겨우 가위를 손에 잡을 수 있었다. 날로 이용기술이 발전한 그는 마침내 1960년대까지 대전에서 잘 사는 사람들이 모여 산다는 소재동에 ‘대창이용원’을 차렸다. 하루에 적게는 150명, 많게는 200명의 손님이 몰렸다. 근처 철도학교 학생들은 이용원에서 하루 종일 남의 머리를 잘라주는 그에게 ‘가위손’이라는 별명까지 붙여줬다. 그러나 최근 대창이용원을 찾는 손님은 많아 봤자 열댓 명에 불과하다.

전남 화순 화평시장에서 미용실을 하는 장금자(78)씨 역시 화평 할머니들의 머리를 책임진 지 30년이 넘었다. 스물두 살, 손이 야무졌던 장씨를 눈여겨본 친척으로부터 조금씩 미용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어 미용사 자격시험을 1등으로 합격하며 화평 할머니들의 머리는 모두 장씨의 몫이 됐다. 7년 전 남편과 사별한 장씨는 자식들까지 훌쩍 떠나 도시로 가자 홀로 동네 미용실을 지키고 있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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