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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포털 인기 연재만화 마구 퍼쓰는 중국 사이트

중앙일보 이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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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포털 인기 연재만화 마구 퍼쓰는 중국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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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번역해 수십 편 그대로 올려
규제할 법 없어 작가들 발동동
한국 작가들의 인기 웹툰을 무단으로 연재하고 있는 중국 사이트 ‘샤오랴오바이커(笑料百科)’ 홈페이지.

한국 작가들의 인기 웹툰을 무단으로 연재하고 있는 중국 사이트 ‘샤오랴오바이커(笑料百科)’ 홈페이지.

한국 포털사이트의 인기 웹툰(인터넷 연재 만화)을 무단 번역·연재하는 중국 사이트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중국 웹사이트 ‘샤오랴오바이커(笑料百科·xiaoliaobaike.com)’는 7일 현재 한국의 인기 웹툰 30여 편을 불법 게시 중이다. 이 사이트에 올라온 한국 웹툰은 조석 작가의 ‘마음의 소리’, 주호민 작가의 ‘신과 함께’, 박성훈 작가의 ‘달마과장’ 등 인기작을 망라한다. 작품별로 수십 편에서 수백 편씩의 에피소드가 올라와 있으며, 에피소드별로 100여 명에서 1000여 명의 독자 추천 및 댓글이 달리는 등 호응을 얻고 있다.

 만화가 주호민씨는 6일 자신의 트위터에 “수많은 한국 웹툰이 중국에 불법 연재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면서 이 사이트 주소를 공개했다. 주씨는 현재 중국의 포털사이트 ‘QQ닷컴(qq.com)’과 정식 계약을 하고 중국어판 ‘신과 함께’를 유료 서비스 중이다.

 주씨는 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QQ닷컴의 댓글에 ‘이 만화를 무료로 볼 수 있는 사이트가 있다’는 내용이 있어 조사해 본 결과 불법 연재 사이트가 여럿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인기를 모았던 캐러멜·네온비 작가의 ‘다이어터’도 ‘카오미(ikaomi.com)’라는 중국 사이트에 무단으로 올라와 있다. 이 사이트는 아예 ‘한국 만화’라는 코너를 만들어 ‘다이어터’ ‘낭만돼지 데이지’ 등 한국 웹툰 수십 편을 올리고 있다. 캐러멜(오현동) 작가는 “이 사이트와 정식 계약을 한 적이 없다”며 “‘다이어터’ 대만판이 최근 출간됐는데, 이 같은 불법 사이트 때문에 판매에 타격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 사이트에서 ‘마음의 소리’는 ‘心里的聲音’, ‘신과 함께’는 ‘與神共舞’, ‘다이어터’는 ‘

라는 제목으로 바뀌었다. 대부분 원작을 그대로 번역했지만, 상황에 맞춰 내용이 바뀐 것도 있다. ‘신과 함께’ 중 “부모님 명절 선물로 산 홍삼이 알고 보니 중국산이었다”는 대사가 불법 중국어판에서는 “알고 보니 태국산”으로 바뀐 식이다.

 문제는 이런 불법 게재에 대해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외국 사이트가 한국 작가의 저작권을 침해했을 경우 국내에서 이를 규제할 방법이 현재로선 없기 때문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 측은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중국사무소에 상담을 해 법적 대응 절차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웹툰을 연재 중인 포털사이트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네이버 측은 “작가들과 의논해 대응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이영희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misqu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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