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31일까지 롯데월드 어드벤처 ‘호러 할로윈:좀비 아일랜드’…실감나는 좀비에 여성들 ‘경악’]
만만한 재미 찾으러 갔다가 오싹한 공포와 만났다. 지난 6일 오후 6시 해가 서서히 질 무렵, 웃음이 완연한 군중 사이로 피투성이 범벅의 정체 모를 괴물 하나가 거리를 배회했다. 아이스크림을 물고 있던 여고생이 갑자기 “꺄악~”하며 기겁했고, 아이들은 “엄마~”하며 종종걸음으로 내달렸다.
20m쯤 거리를 둔 사람들은 이 풍경이 폭소의 대상이었지만, 20cm 안팎의 사람들은 기겁하기 일쑤였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가 마련한 시즌 축제 ‘호러 할로윈:좀비 아일랜드’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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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월드 어드벤처 '매직 아일랜드'에는 매일 오후 6시 좀비들이 출현한다. 실내, 실외 가리지 않고 드나드는 좀비들은 피투성이로 범벅된 채 체험객을 맞이한다. 이 좀비 축제는 오는 10월 31일까지 이어진다. /사진=김고금평 기자 |
만만한 재미 찾으러 갔다가 오싹한 공포와 만났다. 지난 6일 오후 6시 해가 서서히 질 무렵, 웃음이 완연한 군중 사이로 피투성이 범벅의 정체 모를 괴물 하나가 거리를 배회했다. 아이스크림을 물고 있던 여고생이 갑자기 “꺄악~”하며 기겁했고, 아이들은 “엄마~”하며 종종걸음으로 내달렸다.
20m쯤 거리를 둔 사람들은 이 풍경이 폭소의 대상이었지만, 20cm 안팎의 사람들은 기겁하기 일쑤였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가 마련한 시즌 축제 ‘호러 할로윈:좀비 아일랜드’ 얘기다.
좀비들은 정확히 오후 6시 롯데월드 어드벤처 입구 캐슬 존을 점령한 뒤 시민을 쫓기 시작한다. 그들이 어디서 어떻게 시민을 공포로 몰아넣을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좀비는 그렇게 어둠 속에서 피 묻은 얼굴로, 전기톱을 돌리고 머리에 칼을 꽃은 채 모든 어드벤처 존을 배회한다. 재미있는 놀이기구를 발견하고 걷다 무심코 오른쪽 또는 뒤에서 덮치는 좀비에 놀라지 말기를.
영화 ‘부산행’의 좀비보다 더 무섭고 잔인한 ‘롯데월드’의 좀비가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절대 사람을 헤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악, 악, 악~”…무덤덤한 남자들 속에 여자들은 ‘경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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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2m50cm의 거대 좀비. /사진=김고금평 기자 |
내·외국인 연기자 60여 명으로 구성된 좀비들은 피투성이 옷을 공통분모로 눈알이 하나거나 잘린 팔에 드릴이 박혀있는 등 저마다 살벌한 개성이 살아있는 모습으로 사람과 만난다. 가끔 2m 50cm에 내장이 튀어나온 거대 좀비는 보는 것만으로도 ‘경악’ 그 자체다.
이날 롯데월드 측 관계자와 ‘좀비 케이브’, ‘다크 케이지’, ‘감독의 방’ 등 실내 좀비 구역을 돌았다. 남성과 여성이 골고루 섞여 돈 ‘다크 케이지’ 투어에서 남성들은 갑자기 나타난 좀비 ‘공세’에 대체로 ‘무덤덤’하게 반응한 반면, 여성들은 대부분 ‘악’ 소리를 내며 땅바닥에 주저앉기 일쑤였다.
롯데월드 A 참가자는 “좀비보다 여성들의 경악이 더 무서웠다”며 관람평을 내놓았고, B(여) 참가자는 “어둠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좀비가 너무 무서웠다”며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증강현실처럼 꾸민 ‘좀비 케이브’에선 극장의 현실과 영화의 가상의 불분명한 경계가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영화에서 튀어나온 좀비가 극장 내부에서 곧바로 이어지면서 여성들의 ‘경악 수준’은 데시벨 최고점을 찍는 듯했다.
가상현실(VR) 장비를 착용하고 공포를 체험하는 ‘감독의 방’은 홀로 2분여간 체험한다는 점에서 시작부터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걷는 동안 숨어있던 좀비가 눈앞에서 ‘휙’ 지나갈 땐 머리가 쭈뼛 선다. 하루 2차례 예약을 통해 입장할 수 있는 이곳은 연일 매진 사례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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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월드 '좀비 축제'의 통제구역 M에선 좀비 60여명이 대규모 '의식'을 진행한다. 때론 군무를 통해 '멋있는 공포'를 제공하기도 한다. /사진=김고금평 기자 |
‘좀비의 모든 것’…먹고 입고 체험하고 느끼는 ‘2시간의 좀비 월드’
오는 10월 31일까지 59일간 열리는 이 축제는 주간엔 ‘큐티 할로윈’, 야간엔 ‘좀비 아일랜드’로 운영된다. 무서움을 극도로 싫어하는 아이들 가족은 주간에 귀여운 유령과 호박 모형 등으로 아기자기하게 장식한 ‘큐티 할로윈’을 즐길 수 있다. 할로윈 드레스로 꾸며지는 ‘해피 할로윈 스토어 퍼레이드’나 할로윈 유령을 주인공으로 한 뮤지컬 쇼 ‘드라큐라의 사랑’ 같은 가족 단위 프로그램이 매일 열린다.
밤이 되면 할로윈은 ‘좀비 세상’으로 바뀐다. 할로윈 축제를 준비하다 미쳐버린 공연 감독 ‘빅 대디’가 매직 아일랜드에 좀비 바이러스를 들여왔다는 그럴듯한 스토리까지 들으면 공포를 느낄 준비는 마친 셈이다. 좀비를 보는 것도 무서운데, 여기에 자이로 드롭 같은 놀이기구가 한 번씩 탑승객의 경악 소리를 배경음으로 깔아주니, 무서움은 곱절로 상승한다.
좀비 놀이의 피날레는 통제구역 M에서 펼쳐지는 좀비 60명의 아수라장 퍼포먼스다. 시민을 쫓아 단체로 죽이는 장면, 구경꾼 앞에서 전기톱을 돌리며 위협(?)하는 퍼포먼스에 이어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에 맞춰 군무 하는 모습까지 볼거리가 풍성하다.
식음료도 ‘공포’ 콘셉트다. ‘좀비 백신’ 음료에는 주사기가 들어있고, ‘눈알 탕수육’과 ‘쑥딱손가락 돈까스’엔 음식명이 암시하는 소재가 담겨있다. 공포 분장과 코스프레 의상을 착용해 볼 수 있는 고객 체험 시설인 ‘감독의 분장실&의상실’도 체험객의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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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월드 '좀비 아일랜드'에는 음식조차 '공포스럽게' 준비됐다. /사진=김고금평 기자
실감나는 특수분장과 연기…롯데월드 구석구석이 ‘공포의 현장’
좀비가 실감 나게 표현되는 것은 특수분장의 효과 덕분이다. 좀비 영화 ‘아이 앰 어 히어로’(I am a Hero)와 한국 영화 ‘명량’, ‘혈의 누’, ‘고지전’ 등에서 활약한 특수분장팀이 합류해 좀비 캐릭터를 실감 나게 완성했다.
여기에 전문 배우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좀비 연기’의 맥을 놓지 않고 목을 꺾거나 다리를 저는 일체의 행동을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공포에 이미 질린 체험객을 봐주기는커녕, 제2, 3의 공포를 조성하는 데 열을 올리는 것도 좀비 재미의 한 축이다.
이날 모형 식칼로 머리를 가로로 '찌르고' 나타난 박동기 롯데월드 사장은 “10개월간 준비하면서 유치하거나 산만함을 배제하고 리얼리티와 스토리에 중점을 두려고 애썼다”며 “체험객이 진짜 재미있는 놀이를 경험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매직 아일랜드 전체를 좀비 월드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고금평 기자 dann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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