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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배수아가 번역한 슐링크 최신작 '계단 위의 여자'

연합뉴스 임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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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배수아가 번역한 슐링크 최신작 '계단 위의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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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삶 반추하고 싶은 독자들이 좋아할 작품"
베른하르트 슐링크. [시공사 제공(Gaby Gerster/ ⓒ Diogenes Verlag)]

베른하르트 슐링크. [시공사 제공(Gaby Gerster/ ⓒ Diogenes Verlag)]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책 읽어주는 남자'로 세계 수많은 독자를 사로잡은 독일 작가 베른하르트 슐링크(72)의 최신작 '계단 위의 여자'(2014)가 국내 번역 출간됐다.

법학을 전공하고 법대 교수와 주 헌법재판소 판사까지 지낸 슐링크는 40대 초반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주로 추리소설을 쓰다가 1995년 발표한 '책 읽어주는 남자'로 큰 반향을 일으키며 뛰어난 문학성을 인정받았다. 나치 시대 15세 소년과 36세 여인의 파격적인 사랑 이야기 속에 전쟁범죄와 윤리, 인간의 자존감을 다룬 이 소설은 독일 문학작품으로는 처음으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세계 48개국에 번역 출간됐으며 2008년 할리우드에서 영화 '더 리더'(The Reader)로 만들어져 호평받았다.

이후 국내 출간된 슐링크의 작품으로는 장편소설 '귀향'(2006), '주말'(2008)과 단편집 '사랑의 도피'(2000), '여름 거짓말'(2010) 등이 있다.

'계단 위의 여자'는 작가가 '주말' 이후 6년 만에 낸 장편소설로, 출간 즉시 독일 슈피겔지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 소설은 초반에 한 그림을 둘러싼 미스터리로 시작해 독자를 이야기에 빠져들게 한 뒤 후반부에는 40년 만에 다시 만난 두 남녀의 사랑을 그리며 인생에 대한 진지한 성찰로 인도한다.

20대 초반에 사법고시를 통과하고 촉망받는 변호사로 경력을 시작한 '나'는 기업 합병 분야 전문가로 인정받으며 성공적인 삶을 꾸려왔다. 60대가 되도록 남부러울 것 없이 안정적으로 살아온 그에게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들 만한 일이 벌어진다. 호주 시드니로 출장을 왔다가 한 미술관에서 자신의 과거와 연결된 그림 '계단 위의 여자'를 보게 된다.


이 그림은 세계적인 화가 '슈빈트'가 40년 전 그린 것이다. 그림 속의 주인공인 여자는 슈빈트와 사랑에 빠진 애인이자 대부호 '군트라흐'의 전 아내인 '이레네'다. 슈빈트에게 아내의 초상화를 의뢰했다가 아내를 뺏긴 군트라흐와 자신이 그린 작품을 군트라흐의 손에 두는 것을 참지 못하는 슈빈트는 그림을 서로 갖겠다며 분쟁을 벌이고 초짜 변호사인 나는 슈빈트의 의뢰로 이 싸움의 중재자로 나서게 된다. 그러다 나 역시 이레네와의 만남에서 특별한 감정을 느끼고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이레네는 자신을 속박하려는 남자들에게서 벗어나 어느날 그림을 들고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40년 뒤 이 그림을 다시 보게 된 나는 이레네를 추적해 그녀를 만나게 된다. 이레네는 늙고 병들었지만, 나는 그녀의 열정적인 삶과 영혼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그녀를 보살피며 진정한 사랑을 하게 된다.

이 소설은 최근 해외에서 더 주목받는 중견 작가 배수아가 번역을 맡아 더 눈길을 끈다.


그는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 작품을 번역하게 된 배경으로 "슐링크의 전작 '책 읽어주는 남자'를 좋아해서 그의 신작을 번역해달라는 출판사의 의뢰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그는 이 작품의 매력을 "한 남자가 노년이 돼서 옛 여인을 만나고 입체적인 사랑에 진입하는 이야기가 중년 이후 남자들의 감성을 건드리는 것 같다. '열렬하게 사랑했던 여자를 40년이 지나 병들고 죽어가는 상태에서 만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SNS에 올렸더니 남성들이 흥미로워했다. 자신의 삶을 반추하고 싶은 독자들이 읽으면 재미있어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여러 외국소설을 번역해온 그는 소설 쓰기와 다른 번역의 재미로 "다른 작가의 소설을 읽는 것 자체가 큰 재미"라며 "번역은 순전히 시간을 잡아먹는 소모적인 노동이 될 수도 있지만, 작가를 창작의 피곤에서 거리를 두게 하는 즐거운 작업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작품을 번역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다.


2013년 장편소설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를 낸 이후 에세이만 펴낸 그는 "지금은 연작 단편집을 쓰고 있고, 장편소설은 내년께 쓸 계획"이라고 했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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