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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몸매관리? 복싱이 내 삶이다"…여성복서들 링밖 고투

연합뉴스 한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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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몸매관리? 복싱이 내 삶이다"…여성복서들 링밖 고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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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종목 채택 이후 두번째 무대지만 아직 선수취급 못받는 현실
훈련하는 여성 복싱 선수들 [AP=연합뉴스]

훈련하는 여성 복싱 선수들 [AP=연합뉴스]


(리우데자네이루 AFP=연합뉴스) 여자 복싱은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을 정도로 이미 일부 스포츠 팬들에게 익숙하다.

그러나 올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참가한 여성 복서들은 자신들이 여전히 성 차별적 편견에 시달리며 때론 무시를 받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런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클라레사 쉴즈(17)는 당시 미국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영국의 남자 복서들이 자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단 한 개의 메달도 목에 걸지 못하는 가운데 나온 쾌거였다.

쉴즈는 당시 동료 여성 선수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큰 희망을 품었지만 기대한 명성과 후원은 현실로 나타나지 않았다.

16일(현지시간) 첫 경기를 앞둔 쉴즈는 "2012년 올림픽 이후 3년 동안 후원 없이 경기에 나갔다"며 "나에 대해 생각하고 재발견하는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복싱에서 우리는 단지 인정받을 무대만을 얻으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최고의 여성 선수는 인정을 받을 무대는 물론, 남자 선수와 동등한 대우도 얻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태어나 뉴욕에 살면서 오세아니아 섬나라인 미크로네시아 대표로 출전한 제니퍼 치엥(30)은 직업이 복싱이라고 말하면 사람들이 깔본다고 털어놓았다.

치엥은 "사람들이 내가 직업이 뭐냐고 묻고 그대로 답하면 '아. 음. 멋지네요'라고 말하고 치우는데 내가 굳이 더 설명할 이유도 없어진다"고 말했다.


여러 차례 올림픽 출전에 실패하면서도 여성 복싱의 인기를 높이는 것을 사명으로 여겨왔다는 그는 자신을 깎아내리려는 사람들에게도 흔들리지 않았다.

치엥은 "팬과 복싱을 사랑하는 사람들, 특히 복싱을 하고 싶어하는 젊은 여성들에게 사람들이 어떤 부정적인 말을 하건 무시하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여자 복싱에 대한 편견이 아직 남아있기는 하지만 조금씩 변화가 보인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호주의 셸리 왓츠 선수는 복싱이 남자아이들에게나 어울린다는 오래된 고정관념도 변화하고 있다며 사회는 원래 천천히 바뀌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가장 경험이 많은 축에 속하는 스웨덴의 안나 로렐(36)은 최근 몇 년 동안 고무적인 변화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내가 1997년 복싱을 시작했을 때 남자아이들이나 남자 어른이 나에게 와서 '복싱 하지 마라. 여자애는 복싱하는 거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많은 것이 바뀌었고 특히 올림픽 출전 이후 좀 더 존중받고 있다"고 말했다.

로렐은 여전히 많은 사람이 여성 선수에게 직업으로서의 복싱을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자 복서가 얼마나 훌륭한 이들인지 모르는 것 같아요. 그냥 몸매를 유지하려고 복싱을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에게 복싱은 삶 자체입니다. 복싱 근처에서 지금까지 내 삶 전체를 건설해왔으니까요."

mi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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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복싱 경기 [EPA=연합뉴스]

여자 복싱 경기 [EPA=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