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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은 미래의 국민들인 어린이들이 어떤 만화를 보고 계신 줄 아시나요? 요즈음 유치원생에서 초등 저학년이 보는 만화를 분석하여 보니 양성평등해야 할 미래사회의 앞길이 어두컴컴하다는 결과를 아실 수 있습니다. 이 결과를 보고 저는 ‘미래의 국민들이 보는 만화가 양성평등 해야한다’라고 생각합니다.
양성평등하여야 할 만화의 주인공들이 왜 남자 비율이 더 많은지 의문이 듭니다. 전 세계의 남자 여자 비율은 50:50에 간당간당하나 만화에서 남녀 비율은 ‘뽀롱뽀롱 뽀로로’ ‘냉장고 나라 코코몽’ ‘로보카폴리’를 보시면 알듯이 주요 남자 캐릭터 수가 여자 캐릭터 수보다 더 많은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무엇인가 잘못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래의 국민인 저희 여동생도 EBS 만화를 좋아하고 또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보고 있습니다. ‘뽀롱뽀롱 뽀로로’ 주요 주인공 패티가 되고 싶다하며 추운 겨울에 여름 나시치마를 입고 떨며 유치원에 간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배경은 추운 겨울인데 “추우니까 바지로 갈아 입어야지” 이런 내용은 하나도 안 나오는 것입니까?
‘코코코 다코’라는 만화에서 남자 주인공의 주요색은 파란색이고 여자 주인공의 주요 색은 분홍색으로 나와서 “남자는 파랑, 여자는 분홍”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그래서인지 저희 아버지께서 분홍색 폴라티를 입고나오시자 동생들이 부끄러워하며 외출을 꺼려 했습니다.
또 ‘플라워링 하트’에 나오는 진아리의 같은 반 친구는 평소 통통한 체형을 가지고 있어 많은 놀림을 받은 그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는 장면을 보고 “엄마, 나 내일 유치원 안 갈래”하고는 집에서 운동만 하던 것이 생각납니다. 미래의 국민들이 양성평등해질 수 있게 양성평등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주세요!
양성평등하여야 할 만화의 주인공들이 왜 남자 비율이 더 많은지 의문이 듭니다. 전 세계의 남자 여자 비율은 50:50에 간당간당하나 만화에서 남녀 비율은 ‘뽀롱뽀롱 뽀로로’ ‘냉장고 나라 코코몽’ ‘로보카폴리’를 보시면 알듯이 주요 남자 캐릭터 수가 여자 캐릭터 수보다 더 많은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무엇인가 잘못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래의 국민인 저희 여동생도 EBS 만화를 좋아하고 또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보고 있습니다. ‘뽀롱뽀롱 뽀로로’ 주요 주인공 패티가 되고 싶다하며 추운 겨울에 여름 나시치마를 입고 떨며 유치원에 간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배경은 추운 겨울인데 “추우니까 바지로 갈아 입어야지” 이런 내용은 하나도 안 나오는 것입니까?
‘코코코 다코’라는 만화에서 남자 주인공의 주요색은 파란색이고 여자 주인공의 주요 색은 분홍색으로 나와서 “남자는 파랑, 여자는 분홍”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그래서인지 저희 아버지께서 분홍색 폴라티를 입고나오시자 동생들이 부끄러워하며 외출을 꺼려 했습니다.
또 ‘플라워링 하트’에 나오는 진아리의 같은 반 친구는 평소 통통한 체형을 가지고 있어 많은 놀림을 받은 그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는 장면을 보고 “엄마, 나 내일 유치원 안 갈래”하고는 집에서 운동만 하던 것이 생각납니다. 미래의 국민들이 양성평등해질 수 있게 양성평등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주세요!
■ 초등학생 아이들이 직접 “애니메이션의 성차별적 내용을 줄여주세요!”
‘뽀로로, 타요, 폴리’. 아이 엄마라면 모를 수 없는 이름들이다. 보통 ‘뽀통령’이라고 불리는 ‘뽀롱뽀롱 뽀로로’부터 입문하기 시작해, ‘꼬마버스 타요’ ‘로보카 폴리’ 등으로 범위를 넓혀가는 아동용 애니메이션은 거의 모든 아이들이 유아 시절부터 보기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아이들의 취향, 태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애니메이션에 성차별적 요소가 있다면 어떨까. 모두가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는 문제지만, 내놓고 이야기하지 못했던 이야기다. 그런데 서울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아동용 애니메이션의 성차별적 요소를 줄이자는 청원 운동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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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원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은 지난 18일 인터넷 청원사이트에 EBS 우종범 사장을 상대로 “애니메이션의 성차별적인 내용을 줄이자”는 청원서를 올렸다. 현재까지 858명이 이 청원에 동원해 서명했다.
학생들은 “애니메이션이 성차별적이라고 생각한다”며 그 근거로 “남자 캐릭터가 여자 캐릭터보다 일방적으로 많다”고 말했다. 또 “남자 캐릭터의 주 색상은 다양”한 반면 “여자 캐릭터의 주 색상은 조금 한정되어 있고(핑크, 보라, 파랑 계열 많음) 악세서리는 많다”고 말했다. 이들은 “우리의 미래 아이들은 이 애니메이션을 보고 여자와 남자는 다르다는 생각을 갖게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청원운동은 용원초등학교 서한솔 선생님의 수업에서 비롯됐다. 서 선생님은 “아이들이 교과서에 나오는 성차별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비교적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만,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는 내용에 대해서는 고정되거나 왜곡된 성역할에 대한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에 문제의식을 느껴 수업을 기획하게 됐다”며 “실제 생활 속에서 성역할 고정관념을 스스로 찾아낼 수 있도록 해보자는 생각에 아이들이 즐겨보는 애니메이션을 소재로 수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수업은 ‘뽀롱뽀롱 뽀로로’ ‘꼬마버스 타요’ ‘로보카 폴리’ ‘냉장고 나라 코코몽’ 등 아이들이 즐겨보는 애니메이션을 아이들이 직접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EBS 홈페이지에 소개된 각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성비, 성격 등을 아이들이 직접 표를 만들며 분석한 후 청원서를 직접 작성했다.
■ 인기 애니메이션 주인공은 모두 ‘남성’에 남녀 캐릭터 성비는 3:1, 여성 캐릭터는 ‘핑크핑크하고 상냥해’
결과는 아이들에게도 ‘충격적’이었다. 유명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은 모두 남성 캐릭터였다. 여성 캐릭터는 소수에 그쳤으며, 보조적인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뽀롱뽀롱 뽀로로’의 경우 주요 캐릭터 11개 가운데 남성으로 분류할 수 있는 캐릭터 수는 6개(뽀로로, 크롱, 포비, 에디, 해리, 통통이), 여성 캐릭터는 2개(루피, 패티)에 그쳤다. ‘꼬마버스 타요’의 주요 캐릭터 4개(타요, 가니, 로기, 라니) 가운데 여성 캐릭터는 라니가 유일했고, ‘로보카 폴리’ 역시 주요 4개 캐릭터(폴리, 로이, 헬리, 엠버) 가운데 여성 캐릭터는 엠버가 유일했다. 2016년 통계청 자료에 나오는 남녀 성비는 50:50으로 남녀의 숫자가 거의 동일하지만, 인기 애니메이션의 주요 캐릭터 성비는 3:1로 현실에 비해 여성 비율이 턱없이 낮게 나타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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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생이 주요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성별을 분류한 표. 이 아이는 ‘뽀롱뽀롱 뽀로로’의 캐릭터 가운데 해리를 여자 캐릭터로 분류했다. 그러나 ‘뽀로로’의 영어 버전을 보면 해리가 ‘he’라고 표기돼 기사에서는 해리를 남자 캐릭터로 분류, ‘뽀로로’의 여성 캐릭터를 2명으로 보았다. |
캐릭터에 사용되는 주 색상도 남성 캐릭터의 경우 특정 색상에 한정되지 않고 다양했으나, 여성 캐릭터에 사용되는 색상은 핑크·보라 계열로 제한적이었다. 악세사리의 경우도 남성 캐릭터는 아예 착용하지 않거나 안경, 헬멧, 장갑, 멜빵바지 등이었지만, 여성 캐릭터의 경우 주로 치마에 머리 핀, 스카프 등 장식적인 요소가 많았다.
캐릭터의 성격 또한 남녀 캐릭터에 많은 차이가 있었다. 남성 캐릭터에 대한 설명은 “씩씩, 용감, 말썽, 사고뭉치, 명랑, 활달, 호기심, 모험” 등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의미를 담은 단어로 구성돼 있다면, 여성 캐릭터의 경우 ‘뽀로로’에 등장하는 패티에 대해서만 “리더십이 강하고 운동을 잘한다”는 설명이 있었을 뿐, 다른 여성 캐릭터에는 “상냥, 귀여움, 겁이 많음, 애교” 등으로 묘사됐다.
아동용 애니메이션의 성차별적 요소는 실제 연구에서도 드러났다. 한국여성민우회가 2012년 발표한 ‘대중매체 양성평등 모니터링’을 보면 등장인물 중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많아 성비 불균형이 심각했고, 남성 캐릭터가 중심이 되는 프로그램이 다수였다. 또한 여성이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보다 남성이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3배 가량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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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성평등해야 할 미래사회의 앞길이 어두컴컴하다” “성차별 너무~ 심하다”
아이들은 이 분석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서 선생님은 “평소에 여성 캐릭터 숫자를 세어보면서 만화를 보는 사람들은 없다. 그런데 직접 숫자를 세고 기록하고 나니 아이들이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분석 내용을 토대로 작성한 글을 보면 아이들이 받은 ‘충격’이 느껴진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이 단순히 시청하는 수준을 넘어 아이들의 실생활과 가족, 친구 등과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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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애니메이션을 본 아이들은 남자가 핑크색 옷을 입고 오면 놀리는 경우도 생기고 여자는 무조건 치마만 입어야 된다는 생각이 많아지고 있다. 위의 상황처럼 되지 않기 위해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때 양성이 평등하게, 성차별에 주의하여 만들면 좋겠다.”
“‘뽀롱뽀롱 뽀로로’의 배경은 눈 덮인 숲 속 마을인데 등장인물인 패티, 루피는 치마를 입었습니다! 패티와 루피는 춥지도 않나 봅니다. 그외 대부분의 애니메이션도 성차별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남자 주인공의 성격은 용감하고, 활발하고 적극적인, 개구쟁이의 성격이 대부분이고 여자주인공의 성격은 다정하고, 친절하고, 착하고, 요리를 좋아하는 성격이 많았습니다.”
“이런 애니메이션을 보면 아이들은 거의 편견을 가지게 됩니다. 로보카폴리에서 폴리는 파랑, 엠버는 분홍, 이렇게 파랑색은 남자색 분홍색은 여자색 이렇게 편견을 가지게 됩니다. 또 폴리는 사이렌이 Y모양이고 엠버는 리본같이 ▶◀ 이런 모양입니다. 또 액세서리 같은 것을 보면 남자는 헬멧, 안경 등이고 여자는 리본, 스카프, 치마 등이 있습니다. 어린아이들이 편견이 많은 애니메이션을 보면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성차별적인 발언을 할 것입니다. 또 아이들이 커서 결혼을 한 뒤에 자기 아이들한테 넌 여자애인데 왜 파랑색을 좋아해 또 넌 남자아이인데 분홍색을 좋아하니 같은 편견적인 발언을 할 것입니다. (…) 그래서 여기서 멈춰야 합니다.”
■ “색은 자유 입니다”
아이들은 청원 사이트에 올릴 포스터도 직접 그렸다. “성차별을 줄이고 양성평등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자”는 취지의 포스터들 가운데 “색은 자유입니다” “모두의 색”과 같은 문구가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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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원초등학교 학생들이 ‘애니메이션의 성차별적 내용을 줄이자’는 내용으로 그린 포스터들. |
■ 서한솔 교사 인터뷰, “‘겨울왕국’의 엘사 인기 이후 하늘색은 ‘여자색’, 색에 대한 선호도 사회적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 수업을 기획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초등학교 교육과정에도 양성평등 교육이 있습니다. 4학년 2학기에 성역할에 대해 배우고, 양성평등 주간도 있습니다. 남자가 우는 것을 부정적으로 여기거나, 축구를 하는 여자아이에게 핀잔을 주는게 잘못됐다는 등 개인적인 부분에서 성역할을 강요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인 사회적 차별 구조에 대해서는 다루고 있지 않아 이 부분에 대해 다뤄보고 싶었습니다. 교육과정에 성역할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는 만큼 아이들이 대충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설문조사 결과 그렇지 않았어요. 교과서에 예시로 나온 성차별적 내용에 대해서는 문제라고 인식했지만, 응용이 되지 않았던 것이죠. 예를 들어 ‘수학은 남자가 더 잘한다’ ‘조장이나 회장같은 일은 남자가 더 잘 할 수 있다’는 말에는 아이들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고 충격을 조금 받았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런 내용들이 다 어른이 하는 말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령 ‘짧은 치마를 입고 있으면 성폭행 당할 위험이 있다’는 말은 잘못된 말이지만, 한편으로 어른들이 ‘밤 늦게 돌아다니면 안돼. 너희가 위험해지니까’ 같은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것이죠. 넓게 보면 이런 성차별적 내용들이 어른인 제가 가르친 내용이기도 한 것 같아 제대로 교육을 해보고자 했습니다. 실제 생활에서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스스로 찾아낼 수 있는 수업을 해보자고 생각하다가 아동용 애니메이션을 이용해 수업을 하게 됐어요.”
- 수업 후 아이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아이들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평소에 여성 캐릭터 숫자를 세면서 애니메이션을 보는 사람은 없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캐릭터 숫자를 세고 표에 기록을 해보고 나니 충격을 받은 것입니다. ‘뽀로로’ ‘폴리’ 등은 특정 성별 아동을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전체 어린이를 위해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인데도 불구하고 성별이 남성이 많고 게다가 주인공은 다 남자였어요. 아이들이 ‘차별적이다’ ‘잘못됐다’ ‘우리보다 더 어린 아이들은 나쁜 영향을 받을 것이다’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걱정된 부분은 아이들이 ‘핑크색 싫어’ ‘치마 절대 안 입어’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이었어요. 실제 ‘분홍색을 좋아하는 여자아이는 잘못됐고, 파랑을 좋아하는 남자아이는 잘못됐다’는 극단적인 반응을 보인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여자가 핑크색을 좋아한다고 성차별적인 것은 아니다, 여자아이가 치마를 입는 것도 잘못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여자가 핑크색을 좋아해도 여성이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이고, 취향대로 존중받는 문화를 만들자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성역할이 없는 세상에서 우리는 좀더 자유롭게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스스로를 의심해야 하는 상황도 덜 벌어질 것입니다.”
- 아주 어린 아이들조차 여자 아이들은 분홍색을 좋아하고, 남자 아이들은 파란색을 더 좋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건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인기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을 보면 여주인공 엘사가 하늘색 드레스를 입고 나옵니다. 엘사가 여자 아이들한테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면서 하늘색이 ‘여자색’으로 여겨지기 시작했어요. 이것을 보면 색에 대한 선호 또한 사회적 영향을 받고 그것이 절대적인 성차이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 동물이나 음식을 의인화한 캐릭터의 경우 성별 구분이 모호한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점은 오히려 아이들에게 배운 부분이기도 한데요, 수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저는 ‘뽀로로’의 캐릭터 중 외계인으로 나오는 뽀뽀와 삐삐를 각각 여성과 남성으로 구분지었어요. 캐릭터 설명에 뽀뽀는 소심, 삐삐는 활발하다는 성격을 보고 그렇게 생각을 한 거죠. 하지만 아이들이 ‘둘은 외계인이기 때문에 성별이 없는 것 같다’는 의견을 내어놓더라고요. 아이들에게 저의 성편견을 고백하고 너희가 선생님보다 낫다는 칭찬을 했습니다.”
- 모든 애니메이션이 남성 캐릭터가 많은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습니다. 가령 ‘플라워링 하트’나 ‘세일러문’의 경우 여성 캐릭터가 절대 다수입니다.
“‘플라워링 하트’ ‘세일러문’은 모두 ‘여자 만화’ 입니다. 여자 아이들을 타겟으로 삼아 만들어졌고, 주 시청자층도 여자 아이입니다. 같은 관점에서 ‘우리는 챔피언’과 같은 만화는 ‘남자 만화’입니다. 남자 아이를 타겟으로 만들어졌고, 주 시청자층도 남자 아이지요. ‘여자 만화/남자 만화’를 따로 만드는 것 자체가 시대에 맞지 않고 성역할 고정관념을 강화한다고 생각하지만, ‘여자 만화’에 여자가 많이 나오고, ‘남자 만화’에 남자가 많이 나오는 것까지 문제삼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뽀로로’ ‘타요’ ‘폴리’ 등은 ‘남자 만화’도 ‘여자 만화’도 아닙니다. 창작자들이 특정 성별을 대상으로 만들지 않았을 것이고, 실제로도 남녀 어린이가 모두 많이 봅니다. 이러한 ‘중립적’ 만화에서 대부분 중심 캐릭터는 항상 남성이고, 여성은 소수입니다. 성비가 불균형한 애니메이션에서 남성 캐릭터는 다양한 성격과 동기를 갖고 행동하지만, 여성 캐릭터는 예쁜 모습에 ‘양념’과 같은 보조적 역할에 그칩니다. 이러한 성비 불균형은 ‘인간이라는 범주의 표준적 사례=남자’라는 편견의 결과이고 이를 어린이들에게 강화하게 됩니다.”
- 성평등 수업을 앞으로도 계속할 계획이신가요.
“수업 한 번 했다고 변화가 바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또 모든 사례에서 잘못된 것을 찾아내 가르쳐줄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습니다. 성차별이라는게 생활 속에 녹아있기도 하고, 성차별적 언어를 사용하는지 스스로 모르는 경우도 많아요. 설문조사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남자/여자여서 겪은 차별에 대해서 물었더니 ‘선생님이 무거운 걸 들게 했다’ ‘엄마가 여자애가 방정맞게 행동하지 말라는 말을 했다’는 답변들이 있었어요. 모두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한 말들이었죠. 그래서 아이들에게 ‘어른들도 성차별적 언이를 사용하고, 교육방송(EBS) 애니메이션에도 이런 내용이 나온다, 여러분들이 성평등한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게 필요하고, 어른들도 잘못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해줬어요.
함께 양성평등 수업을 준비한 선생님들의 모임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일회성 수업을 계획했지만, 해보고 나니 고학년 뿐 아니라 저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수업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체계적 수업 방안을 만들어보려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 수업을 기획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초등학교 교육과정에도 양성평등 교육이 있습니다. 4학년 2학기에 성역할에 대해 배우고, 양성평등 주간도 있습니다. 남자가 우는 것을 부정적으로 여기거나, 축구를 하는 여자아이에게 핀잔을 주는게 잘못됐다는 등 개인적인 부분에서 성역할을 강요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인 사회적 차별 구조에 대해서는 다루고 있지 않아 이 부분에 대해 다뤄보고 싶었습니다. 교육과정에 성역할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는 만큼 아이들이 대충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설문조사 결과 그렇지 않았어요. 교과서에 예시로 나온 성차별적 내용에 대해서는 문제라고 인식했지만, 응용이 되지 않았던 것이죠. 예를 들어 ‘수학은 남자가 더 잘한다’ ‘조장이나 회장같은 일은 남자가 더 잘 할 수 있다’는 말에는 아이들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고 충격을 조금 받았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런 내용들이 다 어른이 하는 말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령 ‘짧은 치마를 입고 있으면 성폭행 당할 위험이 있다’는 말은 잘못된 말이지만, 한편으로 어른들이 ‘밤 늦게 돌아다니면 안돼. 너희가 위험해지니까’ 같은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것이죠. 넓게 보면 이런 성차별적 내용들이 어른인 제가 가르친 내용이기도 한 것 같아 제대로 교육을 해보고자 했습니다. 실제 생활에서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스스로 찾아낼 수 있는 수업을 해보자고 생각하다가 아동용 애니메이션을 이용해 수업을 하게 됐어요.”
- 수업 후 아이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아이들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평소에 여성 캐릭터 숫자를 세면서 애니메이션을 보는 사람은 없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캐릭터 숫자를 세고 표에 기록을 해보고 나니 충격을 받은 것입니다. ‘뽀로로’ ‘폴리’ 등은 특정 성별 아동을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전체 어린이를 위해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인데도 불구하고 성별이 남성이 많고 게다가 주인공은 다 남자였어요. 아이들이 ‘차별적이다’ ‘잘못됐다’ ‘우리보다 더 어린 아이들은 나쁜 영향을 받을 것이다’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걱정된 부분은 아이들이 ‘핑크색 싫어’ ‘치마 절대 안 입어’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이었어요. 실제 ‘분홍색을 좋아하는 여자아이는 잘못됐고, 파랑을 좋아하는 남자아이는 잘못됐다’는 극단적인 반응을 보인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여자가 핑크색을 좋아한다고 성차별적인 것은 아니다, 여자아이가 치마를 입는 것도 잘못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여자가 핑크색을 좋아해도 여성이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이고, 취향대로 존중받는 문화를 만들자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성역할이 없는 세상에서 우리는 좀더 자유롭게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스스로를 의심해야 하는 상황도 덜 벌어질 것입니다.”
- 아주 어린 아이들조차 여자 아이들은 분홍색을 좋아하고, 남자 아이들은 파란색을 더 좋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건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인기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을 보면 여주인공 엘사가 하늘색 드레스를 입고 나옵니다. 엘사가 여자 아이들한테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면서 하늘색이 ‘여자색’으로 여겨지기 시작했어요. 이것을 보면 색에 대한 선호 또한 사회적 영향을 받고 그것이 절대적인 성차이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 동물이나 음식을 의인화한 캐릭터의 경우 성별 구분이 모호한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점은 오히려 아이들에게 배운 부분이기도 한데요, 수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저는 ‘뽀로로’의 캐릭터 중 외계인으로 나오는 뽀뽀와 삐삐를 각각 여성과 남성으로 구분지었어요. 캐릭터 설명에 뽀뽀는 소심, 삐삐는 활발하다는 성격을 보고 그렇게 생각을 한 거죠. 하지만 아이들이 ‘둘은 외계인이기 때문에 성별이 없는 것 같다’는 의견을 내어놓더라고요. 아이들에게 저의 성편견을 고백하고 너희가 선생님보다 낫다는 칭찬을 했습니다.”
- 모든 애니메이션이 남성 캐릭터가 많은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습니다. 가령 ‘플라워링 하트’나 ‘세일러문’의 경우 여성 캐릭터가 절대 다수입니다.
“‘플라워링 하트’ ‘세일러문’은 모두 ‘여자 만화’ 입니다. 여자 아이들을 타겟으로 삼아 만들어졌고, 주 시청자층도 여자 아이입니다. 같은 관점에서 ‘우리는 챔피언’과 같은 만화는 ‘남자 만화’입니다. 남자 아이를 타겟으로 만들어졌고, 주 시청자층도 남자 아이지요. ‘여자 만화/남자 만화’를 따로 만드는 것 자체가 시대에 맞지 않고 성역할 고정관념을 강화한다고 생각하지만, ‘여자 만화’에 여자가 많이 나오고, ‘남자 만화’에 남자가 많이 나오는 것까지 문제삼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뽀로로’ ‘타요’ ‘폴리’ 등은 ‘남자 만화’도 ‘여자 만화’도 아닙니다. 창작자들이 특정 성별을 대상으로 만들지 않았을 것이고, 실제로도 남녀 어린이가 모두 많이 봅니다. 이러한 ‘중립적’ 만화에서 대부분 중심 캐릭터는 항상 남성이고, 여성은 소수입니다. 성비가 불균형한 애니메이션에서 남성 캐릭터는 다양한 성격과 동기를 갖고 행동하지만, 여성 캐릭터는 예쁜 모습에 ‘양념’과 같은 보조적 역할에 그칩니다. 이러한 성비 불균형은 ‘인간이라는 범주의 표준적 사례=남자’라는 편견의 결과이고 이를 어린이들에게 강화하게 됩니다.”
- 성평등 수업을 앞으로도 계속할 계획이신가요.
“수업 한 번 했다고 변화가 바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또 모든 사례에서 잘못된 것을 찾아내 가르쳐줄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습니다. 성차별이라는게 생활 속에 녹아있기도 하고, 성차별적 언어를 사용하는지 스스로 모르는 경우도 많아요. 설문조사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남자/여자여서 겪은 차별에 대해서 물었더니 ‘선생님이 무거운 걸 들게 했다’ ‘엄마가 여자애가 방정맞게 행동하지 말라는 말을 했다’는 답변들이 있었어요. 모두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한 말들이었죠. 그래서 아이들에게 ‘어른들도 성차별적 언이를 사용하고, 교육방송(EBS) 애니메이션에도 이런 내용이 나온다, 여러분들이 성평등한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게 필요하고, 어른들도 잘못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해줬어요.
함께 양성평등 수업을 준비한 선생님들의 모임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일회성 수업을 계획했지만, 해보고 나니 고학년 뿐 아니라 저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수업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체계적 수업 방안을 만들어보려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 EBS “뽀로로 캐릭터는 특정 성별 아니다” 반박
아동용 애니메이션에 성차별적 요소가 많다는 지적에 대해 EBS 애니메이션부에서는 반박 의견을 보내왔다. EBS 측은 “뽀로로, 코코몽, 로보카 폴리 등 EBS 유아 애니메이션에서는 캐릭터들을 특정 성별로 구분지어 묘사하지 않고 있다”며 “유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친구, 또래 어린이로 표현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빙에도 여자 성우를 기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뽀로로 역시 주요 캐릭터 7명 중 1명만 남자 성우가 연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캐릭터 색상에 대해서도 “남자 캐릭터이기 때문에 파랑, 여자 캐릭터이기 때문에 분홍색 등으로 지정하여 사용하고 있지 않다”며 “실제 파란색이나 초록색을 선호하는 여아 시청자들도 많고, 다양한 취향의 어린이 시청자를 고려하여 다채로운 색상으로 캐릭터를 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캐릭터 색상을 보고 남녀 캐릭터를 분간하는 것 자체가 고정관념”이라는 것이다.
EBS 측은 “애니메이션에서 여성 캐릭터의 비중이나 색상에 관한 의견은 EBS 애니메이션 뿐 아니라 해외 애니메이션 전반에 적용될 수 있는 내용”이라며 “특정 방송사에 대한 편파적인 선입견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EBS는 어린이들에게 고착화된 성역할을 전달하는 사례가 없도록 유념하여 제작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소녀 히어로가 활약하는 <레이디버그>, 여자 주인공 캐릭터가 다수 등장하는 <플라워링 하트> 등의 애니메이션을 방송했으며 가을 개편에도 여자 주인공들이 다양한 직업으로 변신하는 내용의 신규 애니메이션을 방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