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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총 대신 물총을’…애플, 잇단 총기난사에 ‘이모티콘’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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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총 대신 물총을’…애플, 잇단 총기난사에 ‘이모티콘’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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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9월부터 애플 iOS10 운영체제에서는 권총 이모지(왼쪽) 대신 연두색 장난감 물총 이모지가 쓰인다|애플 홈페이지 캡처

올 9월부터 애플 iOS10 운영체제에서는 권총 이모지(왼쪽) 대신 연두색 장난감 물총 이모지가 쓰인다|애플 홈페이지 캡처


연두색 장난감 물총이 시커먼 리볼버 권총을 대신했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총기로 인한 참극이 잇따르자 애플이 ‘이모티콘’으로 간접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1일(현지시간) 애플은 올 9월부터 iOS10 운영체제에 추가할 새 이모지 도안을 공개했는데, 여기에는 연두색 물총 모양의 이모지가 포함돼 있다. 영국 가디언은 애플 관계자를 인용해 “물총 이모지가 기존의 권총 모양 이모지를 대체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모지(emoji)는 그림을 뜻하는 일본어 ‘에’와 문자를 뜻하는 ‘모지(文字)’의 합성어로 그림문자를 뜻한다. 한국에서는 흔히 이모티콘으로 통용된다.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사용자들은 올 가을부터 100여개의 새로운 이모지를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미국에서만 총기 범행으로 462명이 숨졌다. 참극은 잦아들기는커녕 늘기만 한다. 지난 6월 미국 최악의 총기난사인 올랜도 게이클럽 총격이 벌어졌고, 지난달에는 댈러스와 배턴루지에서 경찰을 노린 총격이 잇달았다. 영국의 조 콕스 하원의원 피살, 독일 뮌헨에서 이란계 소년의 총기난사 등을 보면 이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종과 계층, 종교 간 갈등이 깊어질수록 총기가 쓰인 범행의 수법은 잔혹해지고, 희생자는 늘어난다.

이런 상황에서는 단순한 이모티콘도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 지난해 뉴욕 브루클린의 한 17세 소년은 경찰 얼굴을 한 이모티콘 옆에 권총 이모티콘을 달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검거돼 조사를 받았다. 같은 해 12월에는 버지니아주의 한 12세 소녀가 친구들에게 권총과 폭탄 모양 이모지를 보냈다는 이유로 체포됐다. 미국인들의 ‘총기 노이로제’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해프닝들이다.

권총 이모지를 물총으로 대체한 결정에는 ‘총기난사에 반대하는 뉴욕 시민들(NYAGV)’ 같은 총기규제 옹호단체의 공로가 컸다고 CNN은 보도했다. NYAGV는 지난해부터 애플에 공개 서한을 보내 권총 이모지를 없애 “총기 접근을 제한하는 상징적인 제스처”를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 이 단체 대표인 리 배럿은 1일 CNN 인터뷰에서 “애플은 낙천적인 모양의 이모지로도 사용자들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전미총기협회(NRA)에 한 방 먹인 것”이라고 표현했다. 애플은 지난 6월 국제 표준 문자코드를 지정하는 유니코드 협회가 브라질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사격 종목을 표현하는 소총 모양의 이모지를 만들자고 제안했을 때에도 강력히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이번에 공개한 이모지 중에는 전통적인 성역할과 가족상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추구한 이모지들도 포함됐다. 여성 역도선수와 건설 노동자, 편부모 가정,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 등의 이모지가 추가됐다. 애플은 “모든 사람들의 다양성을 이모지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애플이 새로 공개한 이모지 중에는 여성 역도선수, 편부모 가정, 무지개 깃발 등 전통적인 성역할과 가족의 모습에서 벗어나 다양성과 소수자를 배려한 이모지들도 포함됐다. |애플 홈페이지 캡처

애플이 새로 공개한 이모지 중에는 여성 역도선수, 편부모 가정, 무지개 깃발 등 전통적인 성역할과 가족의 모습에서 벗어나 다양성과 소수자를 배려한 이모지들도 포함됐다. |애플 홈페이지 캡처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