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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개…, 아니 X판' 날것 국회의장 구술기록도 공개합니다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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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개…, 아니 X판' 날것 국회의장 구술기록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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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김장환 국회기록연구관]

김장환 국회도서관 국회기록연구관이 국회 의정관 지하2층 서고에서 국회기록물을 소개하고 있다.

김장환 국회도서관 국회기록연구관이 국회 의정관 지하2층 서고에서 국회기록물을 소개하고 있다.


"양당 체제로 가면 분열입니다. 표는 51대 49인데 51이 다 먹으니 매일 싸울 수밖에 없는거예요. '야 49% 내놔', '야 우리당도 49% 국민이 지지하고 있어' 그러다보면 야합이 생겨요. '내가 이거 해줄께 저거 해줄래?' 그러다보니 법안이 개ㅍ...아니 엑스판 되는 거죠."

이달 초 공개된 정의화 전 의장의 구술기록은 그야말로 '날것'이다. 2년간의 술회를 모두 4일간 10시간에 걸쳐 45개 주제로 인터뷰한 영상이 고스란히 공개됐다.

김장환 기록연구관(38)은 7년간 20명이 넘는 국회의장단의 구술기록에 참여했다. 인터뷰는 외주용역을 통해 선발된 역사학자나 정치학자들이 진행하지만 진행과 관리, 기록보관 등은 김 연구관의 책임이다.

정치학을 전공하고 정치권의 기록관리에 관심을 가졌던 그는 2010년부터 7년째 국회기록보존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김 연구관은 "모 신문사에서 이만섭 전 의장의 구술을 토대로 박근혜 대통령이 마가렛 대처 수상같다며 칭찬한 기사를 쓴 적이 있다"며 "이를 보고 정의화 의장은 이 의장의 '입법부가 청와대 눈치를 보면 안된다'는 발언을 인용해 '입법부의 독립성'을 강조한 적이 있다"고 구술기록의 최근 활용사례를 소개했다.


국회기록보존소는 국회의장단을 비롯해 국회 소속기관에서 생산된 문서나 시청각기록을 보존하는 곳이다. 국회 의정관 지하2층 서고에 9만권 이상의 문서와 100만건 이상의 전자문서가 보관돼 있다.

3개의 보안시스템을 거쳐 두께 25cm 정도 되는 금고형 철문을 열어야 내부를 볼 수 있다. 문서 보존을 위해 온도는 18도 안팎을 유지한다.

김장환 국회도서관 국회기록연구관이 국회 의정관 지하2층 서고에서 국회의장단의 연설기록물을 소개하고 있다.

김장환 국회도서관 국회기록연구관이 국회 의정관 지하2층 서고에서 국회의장단의 연설기록물을 소개하고 있다.


김 연구관은 장갑을 손에 낀 채 역대 국회의장단이 기록한 원고와 물품을 하나씩 꺼내 설명했다. 정의화 의장은 유난히 원고를 현장 상황에 맞게 잘 수정하는 타입이고, 이만섭 의장은 가장 통큰 기록물 기부를 한 케이스로 소개했다.


보관실 구석엔 잠금장치가 채워진 6~7개의 금고형 보관함이 별도로 있다. 기록보존소에서도 A급으로 분류되는 비공개 문서가 보관된 곳이다.

김 연구관은 "법적으론 비공개지만 공개유예라고 보는게 맞다"며 "국회법상 사유가 되면 공개할 수 있도록 되어있지만 입법미비로 인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국회법 118조에 따르면 비공개 사유가 해소됐거나 의장 직권으로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국회규칙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규칙이 아직까지 제정되지 않아 공개 근거가 없는 상태다.


누구나 국회 홈페이지 등에서 볼 수 있는 국회 회의록도 실은 진짜가 아니다.원본은 이곳에 있다. 국회의원의 요청에 따라 공개하지 않을 수 있어서다. 회의록에서 흥분한 의원들의 '말줄임표'는 '욕'이나 '막말'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적은 인력과 예산으로 기록물관리가 국회의장단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한계로 손꼽았다. 손이 모자라다보니 의장단 이외의 기록물은 대부분 기증 방식으로 수집된다. 19대 국회까지 의원기록물은 22명에 불과하다.

그는 "국회의원실의 인사청문회, 국감자료같은 기록물이 무단폐기 되는 등 전혀 관리가 안되고 있다"며 "국회의원 각자가 국민으로 위임받은 입법기관이고 선출직 고위공무원임을 고려하면 이들의 기록물이 제대로 관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영호 기자 tell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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