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한 뒤 “경찰에 찌르겠다”
증거물 콘돔 내밀며 돈 뜯어가
증거물 콘돔 내밀며 돈 뜯어가
“사장님, 요즘 안마방을 돌며 돈을 뜯어내는 동네조폭이 있다고 해서요. 검거에 협조하면 피해자는 처벌받지 않습니다.”
“겨, 경찰? 모, 몰라요. 자꾸 손님 쫓지 말고 빨리 나가슈.”
지난해 11월 첩보를 입수하고 수십여 일을 ‘용이’와 ‘짝눈이’를 찾아다녔지만 안마방 사장들은 한결같이 “모른다”고 했다. 성매매 처벌이 두려워서겠지. 그런데 이 안마방 사장은 말을 더듬는 게 뭔가 아는 것 같았다. 이윽고 한숨과 함께 입을 뗐다.
“겨, 경찰? 모, 몰라요. 자꾸 손님 쫓지 말고 빨리 나가슈.”
지난해 11월 첩보를 입수하고 수십여 일을 ‘용이’와 ‘짝눈이’를 찾아다녔지만 안마방 사장들은 한결같이 “모른다”고 했다. 성매매 처벌이 두려워서겠지. 그런데 이 안마방 사장은 말을 더듬는 게 뭔가 아는 것 같았다. 이윽고 한숨과 함께 입을 뗐다.
![]() |
“아, 거참. 그놈들이 좀 악질이더라고요. 탕치기(불법 업소를 협박해 돈을 뜯어내는 수법) 놈들 많이 봤지만 그런 진상은 처음이에요. 더럽게 다 쓴 콘돔까지 챙겨 갖고선….”
우리가 들은 용이와 짝눈이의 수법 그대로였다. 28세 동갑내기인 둘은 손님인 척 안마방에 가서 성매매를 한 뒤 사용한 콘돔을 버리지 않고 챙겼다. 짝눈이가 씩씩거리며 나서선 주머니에서 콘돔을 꺼냈다. 한쪽 눈의 시력이 안 좋은 짝눈이는 온몸이 도화지인 듯 용이나 예수 등의 문신이 가득했다.
“서비스가 안 좋다고 욕을 하질 않나, 물건을 집어던지고 카운터를 발로 차고. 어휴. ”
짝눈이가 한참 난동을 피우고 나면 용이가 나섰다. 용이도 체격이 크고 인상이 험악했다. 욕 대신 은근한 협박을 가했다. “사장. 어떻게, 합의를 볼까, 아님 경찰서 갈까. 300만원에 봐줄 테니까. 싫어? 짝눈아, 다시 시작할까?” 사장은 200만원을 건넸다. 그렇게 한 달 사이에 서울의 안마방 4곳이 당했다.
둘은 어릴 때부터 경기도 동두천에서 동네조폭 생활을 했다. 특수강도·상해 등 합쳐서 전과가 14범이다. 술집에서 행패를 부려 돈을 뜯 는 등 ‘진상 콤비’로 유명했다. 검거에 나선 지 4개월. 짝눈이는 다른 사기사건으로 수원구치소에 수감돼 있음이 확인됐다.
문제는 대장 용이였다. 수배가 3건 내려져 있었으나 주소가 불명확했고, 휴대전화 3대는 모두 남의 명의였다. 가까스로 용이의 메신저 아이디를 아는 사람을 찾아냈다. 4차례 영장을 받아 대화를 추적했다. 하지만 용이는 추적이 되는 통화는 삼가고 무선인터넷이 되는 곳에서만 잠깐씩 메신저를 켜 이용했다. 다행히 돈이 떨어진 용이가 생활비를 빌리려고 차명 계좌번호를 지인에게 알려준 게 포착됐다. 용이는 해당 계좌의 카드로 짜장면과 피자를 시켜 먹었다.
▶관련 기사
① "불법영업 경찰에 신고하겠다" 돈 갈취한 동네조폭 대대적 단속
② "불구 만들겠다" 강남 재력가 납치ㆍ협박해 10억 뜯어 낸 양은이파 조폭들
지난달 말 우리는 용이가 음식을 시킨 강남구 삼성동의 은신처 앞에서 잠복했다. 에어컨도 못 틀고 땀을 흘린 지 18시간째. 배고픔에 지쳐 국밥 한 그릇 먹으러 차에서 내린 순간 용이가 나타났다. 덩치가 큰 용이는 거세게 저항했다. 격투 끝에 용이의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 경찰서로 가는 내내 용이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아니, 도대체 어떻게 잡은 겁니까. 내 이름으로 된 게 아무것도 없다고요.”
※ 안마방 주인들을 협박해 500여만원을 뜯어낸 동네조폭 황모(28·용이)씨와 김모(28·짝눈이)씨를 6개월 추적 끝에 검거한 서울 강남경찰서 형사의 시점에서 재구성한 기사입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윤정민 기자
▶SNS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당신을 찾아가는 뉴스, 중앙일보 뉴스레터 [뉴스레터 신청]
ⓒ 중앙일보: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