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색 제안 30人 명단 ◆
#장면 1. 지난 3월 초 대한민국 국회 본회의장. 테러방지법 처리를 놓고 여야 의원들이 차례로 찬반 연설을 했다. 야당 의원의 발언 때는 여당 의원들이 몰려 앉은 본회의장 가운데에서 야유가 쏟아졌다. 반대로 여당 발언 때는 좌우의 야당 좌석에서 고함이 터져나왔다. 결국 본회의장 맨 뒷줄에 앉아 상황을 지켜보던 다선 의원과 지도부의 '지령'이 떨어지자 야당 의원들은 일제히 퇴장했다.
#장면 2. 스웨덴 국회의원들은 한국처럼 정당별로 떼를 지어 앉지 않는다. 의원들은 지역별로 모여 앉아 수시로 지역 현안을 논의한다. 자리에는 명패도 없다. 좌석이 지역별로 묶여 있을 뿐 그 안에선 선착순으로 원하는 자리에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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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지난 3월 초 대한민국 국회 본회의장. 테러방지법 처리를 놓고 여야 의원들이 차례로 찬반 연설을 했다. 야당 의원의 발언 때는 여당 의원들이 몰려 앉은 본회의장 가운데에서 야유가 쏟아졌다. 반대로 여당 발언 때는 좌우의 야당 좌석에서 고함이 터져나왔다. 결국 본회의장 맨 뒷줄에 앉아 상황을 지켜보던 다선 의원과 지도부의 '지령'이 떨어지자 야당 의원들은 일제히 퇴장했다.
#장면 2. 스웨덴 국회의원들은 한국처럼 정당별로 떼를 지어 앉지 않는다. 의원들은 지역별로 모여 앉아 수시로 지역 현안을 논의한다. 자리에는 명패도 없다. 좌석이 지역별로 묶여 있을 뿐 그 안에선 선착순으로 원하는 자리에 앉는다.
'일하는 국회' '협력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를 MK 현인그룹에서 취재하는 도중 흥미로운 제안이 나왔다.
여야로 갈라 앉은 본회의장 좌석 배치부터 흔들어 보자는 얘기였다. 여야가 패거리를 짓게 만드는 좌석 배치부터가 갈등과 대립을 야기하는 구조라는 지적이었다. 선수(選數)가 높은 고참 의원과 당 지도부가 가장 높은 맨 뒷줄 자리에 앉아 전체 의원들을 '감독'하는 관행도 문제로 꼽혔다.
국회 회의장 배치는 일종의 '지정학(Geopolitics)' 성격을 지닌다. 가운데 통로를 기준으로 정당별로 철저히 나눠 앉는 구조 자체가 '정쟁(政爭)'을 위한 전투대형을 연상케 한다. 거친 언사와 삿대질, 고성 등은 전투에서 이기기 위한 총과 칼이다.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본회의장 좌석은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와 협의해 결정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각 당 지도부가 결정권을 갖고 있다.
19대 국회 좌석 배치도를 살펴보니 정면의 국회의장석을 바라보고 새누리당이 가운데와 왼쪽 일부를 차지하고 있다. 왼쪽 좌석은 국민의당과 정의당 몫이다. 오른쪽은 더불어민주당 차지다. 관례적으로 제1교섭단체는 본회의장 중앙에 자리를 잡는다.
제2교섭단체는 의장석을 향해 오른쪽에 위치하며 왼쪽은 제3교섭단체, 군소정당과 무소속 의원 등에게 배정된다. 이와 같은 '여야 분리형' 좌석 배치는 1948년 제헌국회 이후 68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도 원 구성이 채 마무리되지 못한 채 국회 회기가 시작되면 국회 사무총장이 임시로 좌석을 배정한다. 이때는 국회의원 선거구를 기준으로 맨 오른쪽 구역 첫 줄부터 차례로 앉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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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경우 여야가 나눠 앉지만 지정석은 없다. 기다란 벤치형 좌석이어서 어깨를 맞댈 정도로 가깝게 앉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정원보다 좌석 수가 적어 지각하는 날이면 선 채로 회의에 참여해야 한다. 영국 역시 맨 앞줄엔 영향력이 큰 다선 의원이 앉고, 초선들은 대개 맨 뒤에 앉는다.
우리나라도 2003년 김근태 당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지도부를 본회의장 앞에 '전진배치'하고, 의원들을 상임위별로 모여 앉도록 하는 실험에 나선 적이 있다.
하지만 이듬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과반을 차지하자 다시 지도부가 뒷줄로 옮겨갔다. 한 국회의원은 "당 규모가 커질수록 중진들이 모여 있어야 신속한 전략 수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회 본회의가 전투를 방불케 하다보니 지도부가 뒤에 앉아 회의 전략을 짜야 한다는 씁쓸한 얘기다.
반면 또 다른 의원은 "당별로 나눠 앉으면 아무래도 집단 심리에 쏠려 고성과 야유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당별로 나눠 앉는 것은 당이 개별 의원을 통제하던 권위주의 시대 잔재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20대 국회부터는 지역별로 좌석을 재배치하거나 아예 이름의 가나다 순서나 추첨으로 좌석을 정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전 고려대 총장)는 "초선의원 비중이 증가하는데 이들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차원에서 논의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여야 의원들이 섞여 앉으면 이른바 협치 문화도 자연스럽게 조성될 수 있다. 서로 다른 당 소속 의원끼리 옆자리에 앉게 되면 비공식적 대화를 할 시간이 늘어나게 마련이다. 여야가 정치적 긴장감을 줄이고 소통하려면 본회의장 좌석부터 흔들어보는 역발상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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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팀 = 신헌철(팀장) / 임성현 기자 / 이상덕 기자 / 전정홍 기자 / 김정환 기자 / 문지웅 기자 / 안병준 기자 /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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