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머니투데이 언론사 이미지

사위와 사랑에 빠진 장모, 20만 안방관객 사로잡았다

머니투데이 김건우기자
원문보기

사위와 사랑에 빠진 장모, 20만 안방관객 사로잡았다

서울구름많음 / 0.0 °
[[엔터포커스]'제 2의 전성기 19금 에로영화, 제작비 약 1억원...개봉편수 늘면서 수익구조는 악화]

영화 '젊은엄마4' 포스터 / 사진=골든타이드픽처스 제공

영화 '젊은엄마4' 포스터 / 사진=골든타이드픽처스 제공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개봉한 청소년관람불가 에로영화는 총 28편에 달한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이 시기에 개봉한 전체 영화 69편의 40%를 차지한다. 2013년 연간 개봉한 에로영화가 30편이었다는 점을 비교하면 제작편수가 급증했다.

'관음증' '유부녀들' '등산의 목적' 등이 올들어 1~20여개 스크린에 걸렸다. 이 영화들은 다양성 영화로 분류되지만 CJ CGV나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극장에선 만날 수 없다. 변두리 단관극장에서 주로 상영된다. 대신 IPTV(인터넷TV)나 케이블TV에서 극장 동시 상영이란 타이틀로 안방극장을 찾아간다.

IPTV 등 유료방송 플랫폼의 다양화와 스마트폰의 확산 등으로 디지털 온라인 영화시장은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 이런 환경변화를 발판으로 에로영화 시장도 제 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지난해 디지털 온라인 영화의 총매출은 3349억원으로 전년 대비 12.7% 성장했다. 이 가운데 IPTV 등 유료방송 VOD(주문형비디오)가 2609억원으로 전체 시장의 77.9%를 차지했다.

◇1편 제작에 1억원, 베드신은 한 회당 100만원=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는 에로 영상물을 영화와 비디오로 나눠 심의한다. 비디오물이 40분 내외의 섹스신으로 구성되는 반면, 에로영화는 1시간20~40분 분량으로 제작된다.

에로영화의 제작비는 최고 1억원 수준이다. 마케팅비를 고려하면 1억3000만~1억4000만원까지 소요되기도 한다. 에로영화 VOD 시장이 커지면서 전문제작사들도 늘고 있다. 비디오물이 하루 이틀 만에 완성된다면, 에로영화는 10회차까지 촬영하기도 한다.


출연료는 일반 배우가 섹스신을 하는 전문배우보다 높다. 일반 배우는 편당 출연료가 1000만~1500만원 수준인 데 반해, 전문 배우들은 회당 100만원을 받는다. 또 일본 AV(성인비디오) 전문배우가 하루 50만엔(약 528만원)에 출연하기도 한다.

에로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남자배우들이 여자배우들보다 많은 출연료를 받는 편"이라며 "노출이 많은 여자 역은 주로 전문배우들이 하지만, 남자 역은 일반배우들이 소화해 출연 분량이 훨씬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반 영화가 극장에서 주수입을 올리는 반면 에로영화의 주 수입창구는 IPTV다. 일반적으로 에로영화 매출의 50%는 IPTV 3사에서 발생한다. 케이블TV는 20~25%, 이동통신사의 애플리케이션 마켓은 5~10%를 차지한다. 소비자가 1만원을 주고 영화를 다운받으면 플랫폼과 유통사를 제외하고 제작사가 40%를 가져가는 구조다. 케이블TV 전송권이 500만~1000만원에 판매되기도 한다.


에로영화는 IPTV, 케이블TV, 포털사이트에서 극장동시개봉으로 인정받으면 2주간 1만원에 서비스된다. 이후부터 3500~4000원에 볼 수 있다. 제작사들은 개봉 당일 1~20여개 스크린에서 영화를 하루 동안 상영한 뒤 VOD 서비스에 나선다.

하지만 에로영화가 늘어나면서 지난해부터 극장동시개봉의 기준이 높아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IPTV의 경우 50개 스크린에서 개봉해야 극장개봉을 인정 받는다. KT의 경우 영등위의 심의를 받더라도 자체 심의를 한 차례 더 하고 있다.

IPTV 업계 관계자는 "IPTV의 VOD 인기 순위를 에로물들이 차지하면서 극장 동시 개봉을 인정하는 스크린수를 20개에서 50개로 높였다"며 "이로 인해 IPTV에서는 1만원에 서비스되는 에로영화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에로영화를 보는 관객의 남녀 비중은 6대4로 추산된다.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으나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뒤 오전 시간대 이용자가 많고, 특히 중년 여성들이 관람비율이 높은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영화 '금지된 섹스, 달콤한 복수'(위), '관음증' 스틸컷 / 사진=영화 캡처

영화 '금지된 섹스, 달콤한 복수'(위), '관음증' 스틸컷 / 사진=영화 캡처


◇치열해지는 경쟁에 자극적인 소재도 늘어=에로영화가 돈이 된다는 소문에 제작사가 늘고 있지만, 수익구조는 점차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돈을 버는 창구가 IPTV와 케이블TV VOD로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제작 편수가 늘어나고, 경쟁은 치열해지면서 소재나 포스터는 갈수록 더욱 자극적이게 된다.

시리즈가 4편까지 제작된 '젊은엄마' 시리즈는 장모와 사랑에 빠지는 사위를 소재로 한다. 심지어 시리즈에는 집단 성관계나 모유 노출 등 일반 영화에서 볼 수 없는 소재가 등장한다.

제목만 자극적인 에로영화들도 있다. 강은비가 출연한 '금지된 섹스, 달콤한 복수'는 노출 수위가 약해 네이버 영화평에 "금지된 섹스, 제목을 미리 확인했어야 했다"라는 평가가 올라와 있다.

에로영화 제작비를 1억원으로 잡으면 5만건 이상 다운로드가 이뤄져야 손익분기점(BEP)를 달성할 수 있다. 2013년 개봉한 '젊은엄마'의 다운로드수는 20만회에 달하는 '공전의 히트'를 쳤지만, 최근 개봉 편수가 늘면서 BEP를 넘는 영화를 찾기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결국 에로영화에 대한 인식이 변해야 한다고 제작사들은 토로한다. 에로영화를 하나의 장르로 인정해 멀티플렉스극장에서도 심야에 상영하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제작사 관계자는 "에로영화는 비디오물과 완성도에서 차이가 큰데 모두 음란물로 취급받고 있다"며 "에로영화는 일본의 핑크 무비와 같이 감독이나 배우들의 데뷔 무대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건우 기자 jai@mt.co.kr, 이원광 기자 demian@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