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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방산비리 끝까지 파헤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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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방산비리 끝까지 파헤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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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특검 직무유기' 수사 착수...수사4부 배당
대한민국 안전시계가 잠시 멈춰 선 2014년 세월호 참사 때다. 현장에서는 구조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사투를 벌였다. 하지만 우리 해군의 자존심인 수상함구조함 통영함은 보이지 않았다. 통영함은 침몰된 함정을 탐색 및 인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에 들어간 혈세만도 1590억원에 달했다. 투입되지 못한 이유는 간단했다. 핵심 장비인 선체고정 음파탐지기가 고장난 탓이었다. 다급할 때 쓸려고 만들었는데 무용지물이 된 것. 당연히 의혹의 시선이 쏠렸다. 아니나 다를까 속을 들여다보니 구린내가 진동하고 있었다. 2억원이면 살 수 있는 핵심 장비를 무려 20배가 넘는 돈을 주고 산 사실이 드러났다. 턱없이 비싼 장비를 썼는데도 제역할을 하지 못해 공분을 샀다. 박근혜 대통령은 “방산·군납 비리와 같은 예산집행 과정의 불법행위는 안보의 누수를 가져오는 ‘이적행위’라고 규정했다. 비리 사범을 척결해 그 뿌리를 뽑겠다고도 했다. 정부는 즉각 검찰과 경찰, 국세청, 군 등 사정기관을 총동원해 방위산업비리합동수사단을 꾸렸다. 사상 최대규모로.

합수단은 비리를 파헤쳤다. 성과도 따라왔다. 최윤희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 정옥근·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 등 장성급 11명, 영관급 30명을 비롯한 42명의 전·현직 군 인사를 기소했다. 김양 전 국가보훈처장 등 전·현직 공무원들까지 합하면 모두 74명이 기소됐다. 방산비리는 군의 부패한 단면을 여실히 드러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실상 내용을 보면 소리만 요란했지 별 실속이 없었다. ‘통영함 납품비리’ 사건에 연루된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받았다. 함께 기소된 오모 전 대령도 마찬가지였다. ‘무리한 기소’ 논란이 불거지는 이유다.

문준식 사회부장

문준식 사회부장

이뿐이 아니다. 방산비리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무기 브로커들은 유유히 법망을 피해갔다. ‘큰손’ 가운데 구속 기소된 인물은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이 유일하다. 수조원대의 방위사업을 주무르는 거물급 브로커와 군·정부 실세 간의 커넥션도 밝혀내지 못했다. 국민은 적잖이 실망했다.

합수단의 바통을 이어받은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가 수사를 개시했다. 첫 수사 대상에 군의 해안복합감시체계 사업과 방탄유리 절도 사건이 동시다발로 올랐다. 수사부는 지난 1월 중앙지검 산하에 방위사업비리 수사 전담 기구로 신설됐다고 한다. 수사부는 특수통인 박찬호 부장검사가 이끌고 있다. 수사인력은 검사 15명과 파견직원, 수사관을 포함해 모두 85명으로 검찰 내 단일 부로는 최대 규모다.

방위사업 비리를 척결하려는 박근혜 정부의 의지를 엿보게 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수사부가 합수단이 수사한 사건을 뒤치다꺼리하는 선에서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 수사부는 이에 개의치 말고 수사력을 총동원해 방위사업비리를 발본색원하기 바란다. 방위사업비리는 막대한 혈세 손실을 가져오고 국방력을 약화시키는 고질적인 적폐다. 안보 불안감을 야기하고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다. 옴짝달싹 못하게 깔끔한 수사로 무리한 기소 논란도 잠재우기 바란다. 그러면 신뢰 회복은 물론 국민으로부터 갈채를 받을 것이다.

문준식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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