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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발생한 한우 값 폭락사태가 올 연말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농림수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한우와 육우(수컷 젖소) 사육두수의 지속적인 증가로 하반기부터 쇠고기 값이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기준 전국 축산농가에서 기르고 있는 한·육우 마릿수는 지난해보다 2% 증가한 294만마리로 집계됐다. 지난해 구제역 발생 이전 수준을 이미 회복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6월 현재 한·육우 사육두수를 307만6000마리로 추정한다. 이는 종전 사상 최대치인 305만마리(2011년 6월)를 웃도는 수치로 정부가 적정 수준으로 파악하는 250만~260만마리보다 50만~60만마리가 더 많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도축 마릿수도 2008~2010년 5월에는 하루 평균 2150마리였지만 올해는 2773마리로 29%나 늘었다.
구제역 여파로 중단됐던 수소 정액 공급이 지난해 5월부터 재개되면서 그 이후로 암소들의 수정 시기가 집중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수정한 암소들이 올해부터 송아지를 출산하기 시작해 하반기 사육 마릿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재 가임암소도 적정 마릿수 90만~100만마리를 초과한 125만마리이기 때문에 사육 마릿수 조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수입 쇠고기 재고량도 늘어났다. 수입 쇠고기 재고량은 4만톤(5월 말 기준)이 넘는데, 이는 기존 한 달 치 재고량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쇠고기 수요도 늘지 않는 상황이다.
적정 두수보다 50만마리 이상 많아
농식품부는 한·육우 사육 마릿수 증가세를 둔화시키기 위해 올해부터 한우 암소 감축 장려금 지원사업을 추진했다.
농식품부는 올해 암소 10만마리 감축을 목표로 축산농가로부터 감축 신청을 받고 있으며, 6월 현재 8만5000마리 감축을 농가로부터 약속받은 상태다. 약정 농가들이 사육한 한우 중 7만마리가 올 하반기에 출하될 전망이다. 출하량이 한꺼번에 늘면 가격 폭락 가능성이 더 커지게 된다. 사육두수 급증으로 소 값이 폭락할 것이란 사전 경고에도 불구하고 매년 같은 일이 반복되는 양상이다.
우병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축산관측팀장은 “소 50마리 이상을 사육하는 전업 축산농가는 전체 17만 축산농가 중 10%가 채 안 되고 나머지는 20마리 미만의 영세 번식농가다 보니 소시장이 주식시장처럼 변동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국내 쇠고기 가격이 10년 주기로 상승기와 하강기가 교차하는 비프 사이클(beef cycle)로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 팀장은 “수요와 공급 탄력성이 서로 맞지 않다 보니 수급이 안정화되지 않고 10년 사이클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경기 침체와 수입 쇠고기 물량이 늘면서 수요 공급 예측이 더 어려워진 상황이다. 농식품부는 한·육우 쇠고기 직거래와 할인판매 확대, 한우 저능력 암소 자율도태사업, 군납 쇠고기 국내산 육우로 대체 공급 등도 함께 추진한다는 계획이지만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김범진 기자 loyalkim@mk.co.kr ]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663호(12.06.27~7.03 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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