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잇 최용석] 오늘날 PC가 '디자인'을 따지기 시작한 것은 PC가 '가전제품'의 하나로 취급받기 시작한 때와 겹친다. 쓸 사람만 쓰던 기기에서 온 가족의 기기로, 공부방이나 서재 한구석에 박혀있던 것이 거실과 응접실 등 공개된 장소로 나오면서 다른 일반 가전처럼 멋을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디자인을 중요하게 따지기 시작하면서 PC와 그 주변기기의 색상도 다양해졌다. 아이보리 색이나 검은색 위주였던 과거의 PC에 비하면 상당히 화려해졌다.
특히 최근 PC에서 가장 눈에 띄는 색상은 단연 '화이트'다. 다른 원색 계열보다 더욱 밝고 가볍고 산뜻한 느낌을 선사하는 화이트 컬러가 도입되면서 PC는 단순한 가전제품을 넘어 주변 분위기까지 바꾸는 인테리어 소품의 위치까지 올랐다. 더불어 IT기기 특유의 딱딱한 분위기에 거부감을 느끼던 여성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기 시작한 것도 화이트 색상 도입 이후다.

최근엔 그런 화이트 색상의 바람이 기계식 키보드에도 불고 있다. 마니아나 전문가용 제품이라는 인식에 기존의 기계식 키보드는 주로 검은색이나 어두운 회색 계열 색상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제 그런 선입견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서 키보드를 개발하는 대표적인 업체인 스카이디지탈도 그런 분위기를 놓치지 않았다. 자사의 최신 기계식 키보드 'NKEY-K5 RGB'와 'NKEY-R3 RGB' 2개 모델에 산뜻한 화이트 컬러를 적용한 제품을 선보인 것이다.
NKEY-K5 RGB와 NKEY-R3 RGB는 스카이디지탈의 가장 고급형 기계식 키보드 제품들로, 현재 기계식 키보드에 담을 수 있는 특징과 기능을 거의 다 갖춘 제품들이다.

우선 NKEY-K5 RGB 모델은 최근 키보드 시장에서 유행하고 있는 디자인, 즉 테두리 없이 스위치가 반쯤 노출된 '비키(VIKI)스타일' 디자인을 채택한 제품이다. 알루미늄 메탈 소재의 특성과 내구성, 질감을 그대로 살린 상판과 화려한 디자인, 자석식으로 탈착이 손쉬운 손목 받침대 등을 갖췄다.

NKEY-R3 RGB 모델은 오히려 전통적인 키보드 디자인을 채택한 제품으로 화려한 멋은 없지만,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과 네모 반듯한 하우징, 공간 낭비를 최소화한 슬림한 테두리 베젤 등은 최근 IT 기기 디자인의 한 축인 '미니멀리즘'을 최대한 추구한 결과다.

서로 상반되는 외형 디자인을 제외하면 NKEY-K5 RGB와 NKEY-R3 RGB는 기능적으로 거의 같은 제품이다. 최근 가장 많이 채택되고 있는 카일(Kailh)사의 기계식 스위치를 채택했으며, 키마다 서로 다른 색을 사용자가 직접 지정할 수 있는 RGB LED를 채택해 화려함을 더했다.

스카이디지탈이 직접 개발한 제품들답게 비슷한 타사의 기계식 키보드에서 볼 수 없는 10여 가지의 고유 LED 효과를 탑재했으며, 별도의 소프트웨어 없이 키보드 자체에서 RGB LED 색상을 변경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키보드 자체에 저장되는 하드웨어 매크로 기능도 탑재해 다양한 게임에서의 조작이나 반복적인 업무에서 효율적인 키보드 사용이 가능하다.
기술적으로도 최근 독자적으로 개발한 '3S엔진'을 탑재해 PS2나 USB 등 인터페이스의 종류에 상관없이 최저 1ms(1/1000초)대의 빠른 반응속도를 실현했다. 모든 키를 동시에 눌러도 제대로 인식하는 무한 동시 입력 기능은 기본이다. 워낙 담고 있는 기능들이 많아서 말로 하나하나 설명하기도 쉽지 않다.


이번 화이트 버전 NKEY-K5 RGB와 NKEY-R3 RGB 역시 기능적으로는 앞서 출시된 기본 색상 제품과 기능적으로는 전혀 차이가 없다. 하드웨어 구성은 전혀 바뀐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색상이 밝고 산뜻한 화이트로 바뀐 것만으로도 전혀 다른 제품을 보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기본 색상이 검은색 중심일 때만 하더라도 중후하고 고급스러우며 무게감 있는 분위기를 풍겼지만, 상반되는 색인 화이트로 바뀌면서 가볍고 산뜻하며 날렵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색상만 바뀌었는데 주변 분위기 자체가 달라진다.

NKEY-K5 RGB의 경우는 은색의 알루미늄 상판과 흰색 몸체와 키캡이 서로 상승효과를 일으켜 LED를 켜지 않아도 더욱 화려한 분위기를 뽐낸다. PC의 입력장치라는 느낌보다 화려한 디자인의 가전제품이라는 느낌이 더욱 강하다.

RGB LED의 느낌도 사뭇 다르다. 검은색 키캡일 때는 키 사이사이의 틈새와 투명하게 새겨진 각인에서만 LED 조명 효과가 드러났는데, 흰색 키캡은 약간의 투과 효과가 더해지면서 키 전체가 발광하는 듯한 느낌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검정색은 가시광선의 대부분을 흡수해 빛이 번지는 것을 억제하지만 흰색은 가시광선의 대부분을 반사해 빛이 더욱 퍼지게 하는 차이 때문이다.

NKEY-R3 RGB 역시 화이트 버전이 되면서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디자인 자체가 심플한 만큼 NKEY-K5 RGB 모델만큼의 화려함은 없지만, 밝은 화이트 색상이 미니멀리즘 디자인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기 때문이다.

특히 RGB LED가 켜지면 NKEY-R3 RGB 모델에서 부족했던 '화려함'까지 더해진다. NKEY-K5 모델과 마찬가지로 형형색색의 RGB LED 조명이 더욱 밝고 화려하게 퍼지기 때문이다.
화이트 색상이 적용되면서 단점도 생겼다. 검은색 키캡을 사용한 블랙이나 실버(NKEY-R5만 해당) 색상 제품보다 각종 오염과 그로 인한 변색에 더욱 취약해졌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키보드는 입력장치라는 특성 때문에 항상 손으로 만지는 제품이다. 아무리 손을 씻고 키보드를 사용하거나, 사용 후 키보드를 깨끗이 닦더라도 때가 타고 색상이 변색하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특히 담배를 피우는 사용자라면 자주 쓰는 키를 중심으로 금세 누렇게 변할 확률이 더욱 높다.
이왕이면 좀 더 오염에 강한 이중 사출(듀얼 샷) 방식의 키캡을 채택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만큼 가격도 더 비싸지기 때문에 완벽한 해결책으로 볼 수 없다. 사용자가 관리에 신경을 써서 변색을 최대한 억제하는 수밖에 없다.

관리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을 제외하면 이번 NKEY-K5 RGB와 NKEY-R3 RGB 화이트 버전은 더욱 다양하고 화려한 색상의 기계식 키보드를 찾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또한,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보다 더욱 밝고 가벼운 분위기를 선호하는 여성 사용자들이 쓰기에도 그만이다.
기록적인 한파도 물러갔다. 봄이 오기 시작한다는 입춘도 코앞이다. 새해도 시작했고 새로운 생명이 움트는 봄도 다가오고 있다.
겨우 내 답답했던 실내 분위기를 바꾸고 싶고, 동시에 쓸만한 기계식 키보드도 새롭게 장만하고 싶다면 화이트 색상으로 새롭게 거듭난 스카이디지탈 NKEY-K5 RGB와 NKEY-R3 RGB는 분명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최용석 기자 rpch@i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