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말 잘하는 사람, 혹은 아나테이너죠! 그러나 이들의 ‘진짜’ 사는 얘기는 얼마나 알고 있나요? 똑 부러진 이미지의 아나운서가 아닌 인간적인 면모를 ‘키워드’로 보여드립니다. 이들의 얘기에 ‘아(AH)!’하고 무릎 탁 칠 준비됐나요?<편집자 주>
[MBN스타 이다원 기자] 단정한 외모의 중년의 사내가 인터뷰실에 들어섰다. 20년 넘게 방송의 길을 걸어온 SBS 염용석 아나운서였다. 조금은 노곤해 보이는 표정이었지만, 삶에 대한 솔직한 고민들을 털어놓을 땐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했다.
“드라마 ‘송곳’이나 ‘미생’을 보면 직장 10년 다닌 사람들을 높게 치던데, 전 어느 새 20년차가 됐더라고요. ‘20년’이라는 게 뭔가 꽉 채운 숫자라서 그런지 올해는 느낌이 달랐어요.”
디자인=이주영 |
아나운서가 그저 방송을 업으로 삼은 조금 독특한 직업일 뿐 일반인과 다를 게 없다는 그에게 평범한 가장으로서, 한 분야의 중견 선배로서 다양한 얘기들을 들어봤다.
◇ 키워드 총평 : 염용석,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20년차
키워드1. 20년차 부담감
“회사를 20년 다녔지만 별다른 것보다 ‘앞으로 아나운서로서 내게 남은 시간은 15년밖에 안 남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년 맞을 생각을 하니 부담스럽더라고요. 또한 사회 환경이나 방송사 분위기를 생각했을 때 내가 정년을 채울 수 있을까 걱정되기도 하고요. 20년차가 되면서 선배보다 후배가 더 많아지고, 예전보다 일이 줄어드니까 불안감도 있었죠. 30대 초반일 땐 40대 중반이 되면 뭐든 게 다 해결되고 편안해질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하하. 그땐 몸이 힘들었다면 지금은 정신적으로 압박감이 더 큰 것 같아요. 일이나 가족에 대한 압박이요. 그런 면에서 보면 아나운서도 다른 세계 직업일 것 같지만 그저 평범한 직장인이고 가장인 것 같아요. 일반 직장인이 겪는 고민들을 똑같이 하잖아요.”
키워드2. 아나운서 염용석을 돌아보다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라고 하니 눈을 허공에 뒀다. 직업적 고뇌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그다.
“어릴 적엔 아나운서 된 게 정말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요즘은 아나운서가 혼자서 계속 소모되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다 지치면 낙오되는 거고요. 다른 직장인들은 연륜이 쌓이면 노하우가 생긴다는데, 방송은 오히려 입사 1년차가 진행을 더 잘할 수 있거든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요. 그런 면에서 유명 연예인이나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살아남은 사람들은 정말 존경스러울 정도예요.”
키워드3. 스포츠 매니아
염용석 아나운서의 족적을 살펴보면 스포츠와 관계가 깊다. 특히 SBS ‘스포츠뉴스’를 오랫동안 진행해오며 수많은 스포츠 팬들과 환희와 기쁨을 함께했다.
“평소 스포츠를 좋아하고 관심이 많았어요. ‘스포츠 뉴스’를 15년 정도 진행했는데 제 이미지에도 잘 맞았고 적성에도 딱이었죠. ‘스포츠 뉴스’를 위해서 노력도 많이 했어요. 진행자가 몸이 불어보이면 안 어울릴 것 같아서 ‘몸만들기’도 열심히 했죠. 날렵해보여야 하니 혹독한 다이어트도 했고, 연예인 야구단에서도 오래 활동을 했죠. 스태프와 마음도 잘 맞고 즐기면서 했었던 프로그램이예요.”
사진=SBS |
키워드4. 눈에 띄는 후배, 3인
그는 눈에 띄는 아나운서 후배로 조정식, 김환, 김선재를 꼽았다.
“조정식은 정말 방송을 잘해요. 열의도 있고 진짜 귀엽더라고요. 요즘 방송이 많이 늘어서 제가 다 흐뭇하던데요. 또 김환은 운동선수 출신이라 그런지 항상 자신감이 넘치고 우직함이 매력이에요. 남자들만의 사회에 익숙한 사람이라 그런 점도 참 부럽고요. SBS 아나운서국의 막내 김선재는 정말 귀엽고 톡톡 튀는 친구예요. 말만 시키면 혼자 두 시간을 얘기할 정도요. 게다가 사람을 정말 기분 좋게 하는 재주가 있는 것 같아요.”
키워드5. 2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톡톡 튀는 후배들을 얘기하다가 문득 ‘2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염용석 아나운서는 똑같이 지금의 길을 택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글쎄요. 좀 고민해볼 것 같아요. 아나운서냐, 다른 직업이냐 양자택일의 길에 놓인다면 한번은 고민해보지 않을까. 대신 20년 전 새내기 아나운서로 돌아간다면 지금보다는 더 열심히 할 것 같아요. 그땐 연애에 더 집중했거든요. 하하. 다만 요즘처럼 끼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아나운서 시험을 본다면 ‘내가 될 수 있을까’란 생각은 가끔해요.”
키워드6. 별일 없이 산다
마지막으로 내년 버킷리스트를 물었다. ‘별일 없이 살고 싶다’는 대답이 들려왔고, 그를 설명하는 말에선 기자의 고개도 끄덕여졌다.
“예전엔 특별한 일이 있어야 행복한 줄 알았어요. 하지만 최근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깨달았어요. 별일 없는 게 행복한 거였더라고요. 그래서 내년에도 그냥 별일 없었으면 좋겠어요. 2014년 다사다난했고 2015년도 어떻게 지났지만, 내년엔 다들 건강하고 아들이나 딸도 잘 자란다면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
[염용석은 누구?] 염용석은 1971년 출생해 인하대학교를 졸업, 1996년 SBS 6기 공채 아나운서로 방송가에 입문했다. SBS ‘스포츠 뉴스’ ‘아침종합뉴스’ ‘중소기업 대한민국의 힘’ 등을 진행했으며, ‘붕어빵’ 등에서도 예능감각을 뽐내기도 했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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