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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군의 프라리뷰] 반다이 1/144 ‘슈퍼후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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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군의 프라리뷰] 반다이 1/144 ‘슈퍼후미나’

서울흐림 / 7.0 °

2015년 한 해 동안 프라모델 업계에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단연 고토부키야의 '프레임암즈 걸' 시리즈의 출시였을 것이다. 피규어 뺨치는 귀여움과 아름다움을 지닌 '프레임암즈 걸' 시리즈는 관련 커뮤니티에 게시물이 등록될 때마다 게시판을 뜨겁게 달굴 정도로 높은 관심이 쏠렸다.

어쨌든 각종 커뮤니티 게시판에 프레임암즈 걸 관련 게시물이 등장하면 반드시 따라 붙는 댓글이 있었다. 대략 정리해 보면 '반다이는 빨리 '슈퍼후미나'를 내놓아라!'였다.

'슈퍼후미나'는 건담 시리즈의 외전격 작품인 '건담 빌드파이터즈 트라이'의 마지막 편에 등장한 건프라(건담 프라모델) 중 하나다. 이 건프라(?)는 등장하자마자 화제가 됐는데, 이유는 그 생김새가 평범한 로봇이 아니라 피규어나 다름없는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아이였기 때문이다.

작중 라이벌 캐릭터 중 하나인 '사카이 미나토'가 주인공 일행의 홍일점 '호시노 후미나'를 모델 삼아 만든 '슈퍼후미나'는 작품 내는 물론, 시청자들에도 엄청난 임팩트를 선사했다. 무엇보다 건프라(?)인 만큼 반다이 프라모델로 나올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그런 상황에서 '프레임암즈 걸 '시리즈가 선제공격을 날렸으니 모델러들이 반다이의 반격(?)에 기대를 걸었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반다이가 정말 프레임암즈 걸 시리즈에 자극을 받았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모델러들의 기대와 우려 속에 '슈퍼후미나'의 샘플이 공개됐고 결국 11월 정식 출시됐다. 씨군도 기대 반 우려 반 속에 슈퍼후미나를 입수해 조립에 들어갔다.

박스 아트를 보면 어째서 이 건프라(?)가 장안의 화제로 떠올랐는지 알 수 있다. 보통 멋지게 생긴 메카닉 로봇이 그려져 있을 건프라 박스에 난데없는 미소녀 캐릭터가 떡 하니 그려져 있으니 말이다. 사정을 모르는 모델러라면 '곰인형' 베앗가이 시리즈 이상의 컬처 쇼크일 것이다. 어쨌든 박스아트만큼은 작중 화려한 등장 모습을 잘 살려놓아서 호평을 받고 있다.



박스 측면에는 여느 프라모델과 다름없이 조립 예시 사진이 들어있다. 그런데 박스아트와 결과물이 상당히 비슷한 느낌이었던 프레임암즈 걸 시리즈와 달리, 슈퍼후미나의 조립 예시 사진은 뭔가 2% 이상 부족한 느낌이 물씬 풍겨 불안감(?)을 조성한다.



런너(부품 틀) 구성은 최신 HG킷에 비교하면 약간 적은 구성이다. 최신 킷 답게 어느 정도 색 분할을 고려해 런너가 구성되어 있다. 무기류를 구성하는 회색 E1 런너와 폴리캡을 제외하고는 슈퍼후미나를 위한 신규 디자인이다.



얼굴 부분이 처음부터 부분도색되어 있는 프레임암즈 걸 시리즈와 달리 슈퍼후미나의 얼굴 파츠는 딱히 미리 도장된 부분이 없다. 잘 보면 안구 부분까지 얼굴과 일체화된 프레임암즈 걸 시리즈와 달리 눈 부위를 따로 조립하는 방식이다.



이 제품의 또 다른 특징은 폴리캡과는 다른 연질소재의 파츠가 들어있다는 것이다. '슈퍼후미나'가 두르고 있는 머리띠와 흰색 치마가 말랑말랑한 연질 소재로 재현되어 들어있다. 치마마저 딱딱한 플라스틱으로 사출했던 프레임암즈 걸 시리즈가 본받아야 할 부분이다.



설명서는 박스아트와 캐릭터(?) 디자인, 원본 모델인 '호시노 후미나'와 제작자인 '사카이 미나토'에 대한 소개가 들어있다. 설명서 안쪽도 이례적으로 컬러 인쇄가 많이 적용되어 화려한 느낌이다.



반다이 HG급 프라모델이 늘 그랬듯 세세한 색 분할이 필요한 부분은 전부 스티커로 때우고 있다. 다행히 이전에 조립했던 'G셀프' 처럼 사방을 스티커로 도배하는 수준은 아니다. 대신 얼굴 재현을 위한 안구와 눈썹 등을 스티커로 제공하는데, 부착 실패가 우려됐는지 무려 5쌍의 안구 및 눈썹 스티커가 제공된다.

일단 설명서 순서대로 몸통부터 조립에 들어갔다. 반다이의 첫 여성형 프라모델인데, 예상외로 인체 조형이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프레임암즈 걸 시리즈의 빈약(?)한 몸매에 비해 상당히 글래머러스한 몸매가 특징이다.

근데 조립을 시작해 보니 이전에 만들어 본 듯한 익숙한 느낌이 든다. 이유는 폴리캡에서 찾을 수 있었다. 앞서 프라리뷰를 통해 소개했던 스타워즈 '스톰트루퍼'와 '다스 베이더'와 같은 구조와 같은 폴리캡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번 슈퍼후미나 킷은 스톰트루퍼와 다스 베이더를 기반으로 디자인만 다른 제품인 셈이다. 같은 인간형 캐릭터인 만큼 이전에 잘 써먹은 구조를 다시 활용한 것도 이상하지 않다. 조립 난도 역시 스톰트루퍼나 다스 베이더와 비슷한 수준으로, 초보자들도 설명서만 잘 보면 큰 어려움 없이 조립할 만한 수준이다.



다음은 얼굴이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안구와 눈썹 부분이 따로 분리되어 있으며 얼굴 뒤쪽에서 끼우는 방식이다. 안구 파츠는 눈동자 모양이 몰드로 새겨진 것 1개와 아무런 몰드 없이 매끈한 것 1개가 각각 제공된다. 전자의 경우는 도색을 위한 것이지만 다른 건프라처럼 그냥 스티커를 붙여도 된다.

얼핏 보면 2개의 서로 다른 표정을 만들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문제는 스티커의 안구 위치가 5쌍 모두 같은 정면 방향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프레임암즈 걸처럼 오른쪽 또는 왼쪽으로 살짝 빗겨 보는 표정을 만들려면 스티커를 적당히 재단해서 붙이는 방법밖에 없다.



게다가 슈퍼후미나의 얼굴 부분은 상당히 복잡하다. 안구 파츠에 스티커를 붙이고 얼굴 부품에 끼우면 약간의 단차가 있다. 이는 안구 위에 투명 클리어 부품을 콘택트렌즈처럼 추가로 끼우기 위함이다. 눈썹도 색 분할을 위해 부품이 분할되어 있다.

정면에서 보면 알아채기 어렵지만, 측면에서 보면 눈이 생각보다 움푹 들어가고 그 위에 클리어 부품이 얹혀 있음을 볼 수 있다. 게다가 속눈썹을 표현하기 위한 스티커도 초보자들이 붙이기 쉽도록 거의 안대 모양처럼 만들어놓았는데, 그래서 스티커를 붙인 모습이 꽤 흉하다.

사실 슈퍼후미나 킷이 처음 공개됐을 때 모델러들의 불만이 가장 많았던 부분이 바로 눈의 표현이었다. 고토부키야의 프레임암즈 걸 시리즈가 피규어와 같은 방법으로 얼굴을 표현했다면 반다이는 정말 '건프라 답게' 슈퍼후미나의 얼굴을 표현한 셈이다. 그래서 인터넷에 올라오는 조립 예시들을 보면 다른 데는 그대로 둬도 눈만큼은 좀 더 보기 좋게 개조하는 이들이 대다수다.

솔직히 씨군도 개조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일단 '씨군의 프라 리뷰'는 가급적 원본 그대로를 보여주는 게 목적인 만큼 그냥 설명서 그대로 만들어나갔다.



머리카락과 연질 머리띠 등을 부착하면 안대 모양의 스티커도 상당 부분 가려지면서 그럭저럭 볼만한 미소녀 캐릭터의 모양새가 나온다. 머리 뒤쪽 포니테일과 리본의 표현도 괜찮은 편이다. 다만 잘 보이지 않는 부분이 뻥 뚫려 있거나, 세부 표현이 두리뭉실하게 되어 있는 등 약간 아쉬운 부분도 있다. 고토부키야 프레임암즈 걸 시리즈를 만들다 보니 그만큼 눈이 높아진 것 같다.

상당히 단순한 구조의 프레임암즈 걸 시리즈의 팔과 달리 슈퍼후미나의 팔은 부품 수가 꽤 많은 편이다. 역시 부품 구성과 사용하는 폴리캡 등을 보면 '스톰트루퍼'와 '다스 베이더'와 거의 유사한 구조임을 알 수 있다.

프레임암즈 걸 시리즈와 또 다른 점으로는 각 관절에 폴리캡이 다수 사용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팔 부품에 폴리캡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 프레임암즈 걸과 달리 슈퍼후미나는 상박부와 팔꿈치, 손목 등에 총 4개의 폴리캡이 들어간다.



핸드파츠는 프레임암즈 걸 시리즈처럼 별도의 연질 부품이 아니라 일반 건프라처럼 조립하는 방식이다. 주먹 쥔 손과 편 손이 각각 한 쌍에 무기를 쥐기 위한 손이 하나 더 들어있다. 한쪽 손당 5개의 서로 다른 모양의 핸드파츠를 제공하던 프레임암즈 걸 시리즈에 비하면 단순한 구성이다.

다리는 프레임암즈걸 시리즈와 비슷한 부품 수로 구성된다. 물론 폴리캡을 더 많이, 적극적으로 쓴다는 차이점이 있다. 발목 부분은 '다스베이더' 킷과 같이 순수히 폴리캡만으로 관절을 구성하고 있다.

연질 소재의 흰 치마는 끝에 노란색 치마를 덧대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덧대어지는 노란색 치마는 고토부키야처럼 플라스틱이지만, 구획 별로 분할되어 있는 데다 연질 부품에 고정된 만큼 어느 정도 앞뒤 좌우로 가동할 수 있다.

치마와 다리, 상반신 등을 연결하는 허리 및 골반 부품이다. 골반 관절은 볼 관절이 아닌 건프라에서 흔히 보이는 튼튼한 축 관절을 사용했다.

다만 허리는 완성 디자인의 비율을 구현하기 위해서인지, 실제 인간의 신체에 비해 과도하게 가늘게 구현되어 있다. 그냥 조립만 해도 자연스러운 몸매를 구현했던 프레임암즈 걸 시리즈에 비하면 역시 아쉬운 부분이다. 다만 허리 부위는 완성 후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일부러 분해하지 않는 이상 크게 드러나는 단점은 아니다.



연질 치마 파츠를 중심으로 머리와 상반신, 팔과 다리, 허리 및 골반부를 조합하면 슈퍼 후미나 소체가 완성된다. 단독으로 세워놓고 보면 만드는 내내 걱정했던 것에 비해 꽤 준수한 결과물을 보여준다.

많은 지탄을 받은 안구 디자인이나 눈썹 스티커도 가까이서 보지 않으면 크게 눈에 띄지 않는 수준이며, 미소녀 캐릭터의 매력을 그럭저럭 잘 살려내고 있다.

사실 고토부키야 역시 '호이호이상 시리즈', '판타지스타 시리즈' 등을 통해 '미소녀 프라모델'에 대한 노하우를 차곡차곡 쌓아왔으며, 그 결과가 바로 '프레임암즈 걸' 시리즈다. 슈퍼후미나가 반다이의 첫(?) 미소녀 프라모델임을 고려하면 준수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문제도 있다. 발목 관절이 신축성 있고 부드러운 폴리캡만으로 만들어져있기 때문에 사진 및 외형에 비해 균형을 잡고 자립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케이스 바이 케이스겠지만, 발목이 약한 만큼 소체만으로 자유로운 자세를 취하는 게 쉽지 않다.

그 대신 각종 자세를 쉽게 취하고 보다 안정적으로 세울 수 있도록 투명 클리어 소재로 만들어진 간이 스탠드가 제공된다. 당연히 스탠드를 사용하면 더욱 과감한 액션 자세를 손쉽게 표현할 수 있다.



관절 가동성은 프레임암즈 걸 시리즈보다 상당히 좋은 편이다. 관절이 뻑뻑한 편인 데다 가동범위도 꽤 좁은 프레임암즈 걸 시리즈보다 슈퍼후미나는 폴리캡을 다수 사용해서 훨씬 부드럽고 넓은 범위의 가동이 가능하다. 또 연질 소재의 치마 덕분에 다리가 올라가거나 좌우로 벌어지는 각도도 훨씬 넓은 편이다.

등에는 캐릭터 적 모티브가 아니라 '건프라'로서의 원 모델인 '파워드 짐 카디건'의 무장이 장착된다. 자유롭게 접고 펼 수 있는 가동식 서브 암(arm) 4개에 각각 한 쌍의 빔 포와 방패가 붙어있다. 그 외 무장으로는 손에 쥐는 빔 머신건이 제공되며, 원본 건프라와 같이 방패 끝 빔 날이 이펙트 파츠로 제공된다.

다만 원본 '파워드 짐 카디건'과 마찬가지로 어깨에 빔사벨 손잡이는 탈착할 수 있는데, 칼날 부분 파츠가 들어있지 않아 빔사벨을 완전히 구현할 수는 없다. 양 팔뚝 구조물에 들어있는 개폐식 개틀링 포도 구현되지 않았다.

일단 관절 가동성이 괜찮은 데다, 간이식이긴 해도 스탠드가 기본 제공되기 때문에 작중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액션 자세를 쉽게 재현할 수 있다. 물론 자신만의 오리지널 자세도 자유롭게 취할 수 있다.

다만 얼굴 표정이 웃는 얼굴 하나인데다, 핸드파츠의 자세와 종류도 매우 한정적이라 프레임암즈걸 시리즈처럼 다양한 감정 표현이 어렵다.



이쯤 되면 당연히 '프레임암즈 걸' 시리즈와 직접 비교가 빠질 수 없다. 지난번 소개한 프레임암즈 걸 '스틸렛'과 나란히 세워보았다.

단독으로 있을 땐 단점이 크게 드러나지 않던 슈퍼후미나였건만, 프레임암즈 걸과 나란히 세워놓으면 금세 단점투성이(?)가 된다. 보다 자연스러운 인체 비율과 매끈한 몸매, 매력적인 표정과 귀여움(?) 등에서 슈퍼후미나는 2% 이상 부족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수많은 모델러들이 오늘도 슈퍼후미나를 보다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만들기 위해 성형수술 뺨치는 개조를 시도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아예 재창조 수준의 전혀 다른 결과물이 튀어나올 정도다.



이렇게 써놓고 보면 슈퍼후미나는 단점만 가득한 프라모델로 보이기 쉽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 대로 슈퍼후미나만 단독으로 놓고 보면 그럭저럭 괜찮은 미모와 참신한 디자인 등 나름대로 매력을 자랑한다. 단지 상대가 되는 '프레임암즈 걸' 시리즈가 너무 잘 나온 게 문제다.

특히 가격만큼은 슈퍼후미나의 압승이다. 정가 4800엔(약 5만 원)으로 어지간한 반다이의 MG(마스터그레이드)급의 가격으로 나온 프레임암즈 걸 시리즈보다 슈퍼후미나는 1800엔(약 2만 원)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나왔다.

또 물량부족에 시달리는 프레임암즈 걸 시리즈와 달리 대량으로 생산 및 공급되었기 때문에 구하기도 훨씬 쉽다. 대부분의 모델러들이 슈퍼후미나의 개조를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는 것도 부담이 덜한 가격에 더욱 쉽게 구할 수 있는 장점 덕분이다.



프레임암즈 걸 시리즈는 높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해 구하기가 쉽지 않다. 가격도 꽤 비싸서 부담도 크다. 반다이의 슈퍼후미나는 비록 완벽하지는 않아도 충분히 대체재가 될만한 제품이다.

오히려 완벽하지 않다는 점에서 모델러들의 '개조 욕구'를 자극하기 때문에 좀 더 '프라모델'의 정의에 잘 부합되는 제품이라 할 수 있다.

이 기사는 '키덜트잇'(Kidultit.com)에 게재된 기사 입니다. '키덜트잇'은 프라모델, 피규어, 드론, 서브컬처 등 성인들을 위한 취미 전문 웹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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