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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개의 엉덩이] 에로틱 은유의 절정 '섹스언어들'

헤럴드경제 박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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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개의 엉덩이] 에로틱 은유의 절정 '섹스언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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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와 더불어 ‘달걀 위를 걷다’(Avec la langue, il faut marcher sur des oeufs)
인간이 이룩한 대부분의 문화들 속을 곰곰이 들여다보면 섹스와 관련된 화려한 언어 표현들이 차고 넘친다. 여성에게 못질하다, 여자를 먹다, 성게를 뜯어먹다, 말뚝을 박다 등등. 안토니오 피셰티(Antonio Fischetti)는 전 세계 언어 중에서 골라낸, 때로는 초현실주의적인 성적 표현들을 정리한 책을 최근 출간했다.

‘샤를리 에브도(Charlie Hebdo)’의 저널리스트인 안토니오 피셰티는 어느 날 저녁 친구들과 한 잔 하다가가 음악 얘기를 시작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한 친구가 색소폰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한 터키인 친구가 짓궂게 다음과 같이 물어보았습니다.

‘터키에서는 색소폰을 연주한다는 표현이 어떤 의미인지 아니?’” 샤를리 에브도의 삽화가 샤르브(Charb)가 평소와 마찬가지로 신랄하게 이유를 설명해줬다. 그때 안토니오 피셰티는 ‘세계섹스사전’을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고, 아주 자연스럽게 이날 저녁의 즐거운 파티는 그 책을 주제로 마무리됐다.

몇 년이 흐른 후 안토니오는 얌전을 떨지 않는 30명의 역자, 그리고 텍스트에 유쾌한 그림을 덧붙인 샤르브의 도움을 받아 책을 출간하는 데 성공했다. 언뜻 보기에 희극적으로 보이는 이 책은 섹슈얼리티를 대상으로 한 막대한 분량의 성찰을 담고 있다.

심지어 책의 출간을 전후해 파리의 에로티즘 박물관에서 전시회도 열리고 있다. 박물관 마지막 층에 전시 코너가 마련돼 있는데, 층 전체가 샤를리 에브도의 가장 일탈적인 표지들과 안토니오가 고른 가장 화려한 단어들에 할애돼 있다.

“‘꽃양배추 속에서 재채기한다’는 표현은 단어와 이미지 차원에서 가장 맛깔스런 에로틱 은유의 정수입니다. ‘바티칸 룰렛’이 스웨덴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아시나요? 태국에서의 ‘낚시 바늘을 던지다’는 표현은요?


아르헨티나에서 ‘안드레스를 영접하다’, 혹은 포르투갈에서 ‘네모를 세다’는 표현은 어떻고요? 중국에서 ‘구름에 휩쓸리고 안개 속에서 운전하다’는 표현은 어떻습니까? 이 책을 읽고 나면 당신은 세상을 더 이상 동일한 방식으로 바라보지 않을 겁니다. 도처에서 젖가슴, 페니스, 음부들이 발견됩니다. 도처에서요!”

현재 전 세계에서 조사된 6000개 언어와 서로 너무나 동떨어진 문화들 속에서 종종 찾아낼 수 있는 무수한 은유 사이에서 당황하지 않도록 안토니오 피셰티는 간결하게 정리했다. “나는 선별적이고도 주관적인 방식으로 표현들을 분류했습니다.

각 은유들을 6개 주요 카테고리로 나누고, 거기에 맞게 책 역시 총 6장으로 나누었지요. 각 파트의 주제는 음식물, 동물, 스포츠(그리고 이것을 확장시켜 전쟁까지 포함), 오브제, 외국인 및 종교입니다.”


상상력이 충만한 음식물 파트에서는 하나의 대상과 그것과 정반대되는 대상을 동시에 의미하는 표현들을 즐길 수 있다. 베네수엘라에서 ‘햄을 만들다’는 ‘jamonear’란 단어는 무슨 속뜻을 지니고 있을까? 포르투갈에서 ‘마말레이드를 만들다’란 표현은?

프랑스인들이 ‘달걀 흰자위를 거품이 일도록 휘젓다’고 부르는 것을 네덜란드에서는 ‘마요네즈를 두드리다’고 표현한다고 ‘셀프서비스’ 코너에서 안토니오는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반면 노르웨이 사람들은 이를 ‘연어를 껴안다’고 표현한다.

자위행위에 대해 노르웨이 사람들은 ‘채소를 긁는다’고, 영국인들은 ‘오이를 굽는다’고 표현한다. 또 영국에서 ‘차 봉지를 만들다’는 표현은 ‘고환을 입속에 넣다’는 의미이다. ‘꽃양배추 속에서 재채기하다’란 표현은 ‘오럴섹스를 하다’는 의미. 발기한 페니스에 대해 이란 사람들은 ‘케밥을 꼬챙이에 꿰다’고 표현하며, 한국 사람들은 ‘고추가 화났다’고 말한다.


이런 표현들이 지엽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절대 얕봐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이 책을 정독하기를 권한다. ‘설거지를 하다’ ‘붉은 신호등을 기다리다’ 같은 표현들이 외국에서는 조롱의 의미로 해석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이 작은 가이드북이 불러일으키는 또 다른 흥미는 일부 성적 은유들이 보편성을 지닌다는 점이다. 달걀을 예로 들어보자. 이스라엘의 ‘beytsim’, 중국의 ‘dan’, 핀란드의 ‘munat’, 루마니아의 ‘oua’, 베네수엘라의 ‘huevos’, 크로아티아의 ‘jaja’ 등 표현들이 모두 다르지만, 거의 모든 곳에서 달걀이 고환을 지칭한다.

영국인들은 더욱 정확하게 ‘eggs in the basket’, 즉 ‘바구니 속에 든 달걀’이라 표현한다. 안토니오는 “달걀이 그런 것만큼이나 인체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 고환이라는 얘깁니다. 왜 사람들이 이렇게 표현할 필요성을 느끼는 것까요? 그것은 고환의 가장 의미 있는 특징이 크기가 아니라 취약성이라는 사실 때문입니다.

페니스와는 달리 고환 크기를 과장하려고 애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마치 페니스와 고환 사이의 대립이 남성이라는 모호한 존재를 결정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다른 식으로 표현하자면 겉으로는 강하고도 강력한 존재이지만 내면은 부서지기 쉽고 상처 입기 쉬운 존재가 남자라는 뜻이지요.”

안토니오 피셰티의 저서 ‘꽃양배추 속에서 재채기하다(Eternuer dans le chou-fleur)’는 샤를리 에브도 레 제샤페 출판사에서 나왔다. 삽화는 샤르브가 담당.

‘샤를리 에브도’ 전시회는 2010년 5월까지 열린다. 전시회가 열리는 에로티즘 박물관은 파리 제18구 클리시(Clichy) 거리 72번지에 소재해 있다.

(이미지는 인종차별주의에 대한 샤를리 에브도의 신랄한 삽화)

글=아녜스 지아르(佛칼럼니스트), 번역=이상빈(문학박사ㆍ불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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