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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방위사업비리 척결,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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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방위사업비리 척결,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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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총리실·국방부·방사청이 ‘방위사업 비리 근절 우선대책’을 발표했다. 감사관실의 기능과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으뜸으로 내세웠다. 다음으로 방사청 내 군 인력의 인사 독립성을 보장해 사업부서 종사자들이 원 소속군의 눈치를 안 보고 소신껏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대책도 포함되었다. 나아가 퇴직자들의 불법적 로비를 막아 방위사업 비리를 근절하겠다는 취지에서 취업제한의 기한을 연장하겠다는 대책도 내놓았다.

방향은 맞지만 현실성이 약해 보인다. 감사관실이야 예산 늘리고 조직 키우면 될 것이나, 인사 독립성 보장은 미덥지가 않다. 퇴직자들에 대한 취업제한 조치 역시 형평성도 문제지만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고성윤 군사평론가·전 국방연구원 현안연구위원장

고성윤 군사평론가·전 국방연구원 현안연구위원장

이렇듯 그동안 비리가 터질 때마다 정부는 수없이 비리 척결을 외쳤다. 제도적 보완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개선이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방위사업 비리는 개인의 일탈문제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구조적 문제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원가를 부풀리고 시험평가 내용을 조작해 부당한 이득을 취할 수 있는 구조란 것이다. 소요결정 및 타당성 검토, 획득, 인수 단계 전반에 걸쳐 부정한 일들이 쉽게 저질러질 수밖에 없는 인적 네트워크가 얽힌 구조란 지적이다.

그렇다면 비리의 척결을 위한 바람직한 대책은 무엇인가. 채찍은 가혹할 정도로 매서워야 하나 적정 수준의 당근 역시 필요하다.

먼저 방위사업 비리의 경우 ‘이적죄’로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방위사업 비리 관련 특별법을 제정해 특정범죄가중처벌을 가능하도록 함이 맞다. 비리를 이적행위로 다스리자는 것이다. 공소시효도 일반형법과는 달리 20년으로 늘려야 한다. 부정 취득한 재산은 물론 가족 명의의 은익재산도 몰수 대상으로 삼아 수뢰액의 50배를 징벌적 벌금으로 부담하도록 해야 맞다. 선거 때 돈 봉투 거래에도 50배의 벌금을 낼 정도 아닌가. 그러면 아무리 돈독한 군선후배 사이라 할지라도 감히 비리를 저지르지 못할 것이다.

물론 혹독한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확실한 인센티브도 있어야 한다. 지금 군 장교단의 경우 방위사업 업무는 기피 대상이다. 위험하기도 하고 비리의 온상이란 따가운 시각 때문이다. 이래선 안 된다. 사업부서에 필요한 예산을 편성해주고, 종사자들에겐 본부나 야전 요원 수준의 진급기회를 보장해 줘야 한다.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은 생도 및 장교후보생 선발 시 인성검사를 더욱 정밀하게 하고, 군 간부들의 윤리의식을 높이기 위한 인성 재교육도 내실 있게 병행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엄격한 자기성찰과 높은 시민의식을 갖도록 스스로 노력하는 기풍이 진작되어야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실천 운동이 우리 장교단의 가치와 전통이 되도록 군 자체의 노력과 국민들의 따뜻한 성원이 함께 해야 할 때다.

고성윤 군사평론가·전 국방연구원 현안연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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