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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음질 재생 가능한 스마트폰, LG 'V10'

IT조선 이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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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음질 재생 가능한 스마트폰, LG 'V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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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잇 이상훈]지난 8일부터 국내 판매에 들어간 V10은 LG전자가 '슈퍼 프리미엄폰'을 표방하고 내놓은 최고 사양의 스마트폰이다.

V10은 '세컨드 스크린', '듀얼 셀피 카메라', 'DSLR급 전문가 촬영모드 제공', 'UHD 동영상 촬영' 등 다양한 특장점들을 자랑하지만 본 기사에서는 '고음질 DAP(Digital Audio Player)'로서의 특징을 중점적으로 파헤쳐봤다.

G2에서 시작된 '고음질 재생 스마트폰'
2013년 8월, LG전자가 전략 스마트폰 G2를 공개했다. 이 제품은 스마트폰으로서는 최초로 최대 192kHz/24bit로 수록된 고음질 음원을 재생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었다. 당시 G2에 사용된 DAC는 퀄컴의 오디오 코덱인 WCD9320이었고, 이후 다른 여러 스마트폰에도 같은 칩셋이 사용됐다.
당시는 아이리버가 '아스텔앤컨(Astell&Kern)'이라는 고음질 포터블 DAP를 출시하며 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한 시기였다. 아이리버는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후 MP3 시장이 급격히 붕괴되자 '가장 잘 하는 것에 집중하자'며 그간 찾아보기 어려웠던 초고음질 음원을 제대로 재생할 수 있는 기기를 개발하는데 사활을 걸었다. 물론 그전에도 아이바쏘(iBasso)나 컬러플라이(Colorfly), 티악(TEAC), 하이파이맨(HiFiMAN) 같은 외산 업체들이 고음질 DAP를 출시했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고음질 음원에 대한 대중들의 이해가 부족했고, 무엇보다 고음질 음원을 체험하거나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이 드물어 저변 확대에 애를 먹었다.


이 시장에 아이리버가 뛰어들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고, LG전자는 스마트폰의 차별화 전략의 일환으로 'Hi-Fi 수준의 고음질 재생'이 가능하도록 음질에 공을 들인 G2를 출시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에서의 고음질 음원 재생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음원을 구하더라도 구조적으로 스마트폰은 매우 높은 밀도로 통신 모듈, 카메라 모듈, 주파수 수신 모듈, 디스플레이 패널, 배터리 등이 결합돼 있어 각각의 부분에서 발생하는 노이즈가 음질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게다가G2에 사용된 WCD9320 코덱은 스피커나 이어폰을 위한 앰프 칩셋, 그리고 ADC,DAC 칩셋이 하나로 통합된 24bit 급 오디오 코덱 칩셋이었다는 점이다. 이 칩셋은 저전력을 소모하고, 크기가 작아 작은 스마트폰에 사용하기 적합했다. 그러나 이러한 가치가 최우선적으로 고려된 칩셋이었다. 역시 노이즈를 온전히 없애는 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G2가 일반 스마트폰들보다 조금 더 나은 음질을 들려주긴 했지만 좀 더 고음질을 즐기려는 이들은 아스텔앤컨이나 소니의 고음질 DAP를 선택했고,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즐기는 라이트 유저들은 저장용량 등의 한계와 음원 수급 등의 이유로 다운로드한 MP3 파일이나 음원을 스트리밍으로 즐겼다.
32비트 음원 재생 가능한 최상위 스펙으로 등장한 'V10'
그로부터 2년이 지난 뒤, LG전자는 V10으로 다시 고음질 스마트폰 타이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년 동안 고음질 DAP 시장은 크게 성장했고, 헤드폰,이어폰 제조사들도 고음질 음원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프리미엄 헤드폰,이어폰을 다수 출시했다. 고음질 음원도 비교적 쉽게, 다양하게 구할 수 있게 됐고 소비자들의 '귀높이'도 한껏 올라와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LG전자는 음질 구현의 핵심인 DAC를 대대적으로 업그레이드 했다. DAC는 디지털로 들어오는 음원을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해주는 칩셋(Digital to Analog Converter)이다. 이 DAC의 품질에 따라 음질이 크게 좌우되는데 LG전자는 G2 때 사용된 칩셋보다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된 ESS 사의 DAC를 사용했다.
ESS의 DAC는 수백에서 수천만 원에 달하는 하이엔드 오디오 기기에 많이 사용되는 DAC 제조사다. 물론 DAC마다 등급이 있지만 V10에는 비교적 고사양인 Sabre 32bit DAC(9018C2M)를 사용했다. 이 DAC는 최대 다이내믹 레인지가 127dB에 달할 만큼 뛰어나며 T.H.D(Total Harmonic Distortion, 전고조파 왜율)이 -120dB로 상당히 우수하다.


V10은 이 프리미엄급 Hi-Fi DAC 외에도 고성능 헤드폰 앰프 칩셋인 9602C를 분리해 사용했다. 쉽게 얘기하면 공간절약형 컨버전스(Convergence) 제품 하나 대신 기능이 확실한 디버전스(Divergence) 제품 2개를 한데 묶어넣은 것이다.
여기에다 LG전자는 노이즈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모델과 다르게 별도의 고성능 오디오 전용 클록(Clock)과 LDO(Low-Dropout regulator)를 사용했다. V10은 이런 설계와 독립된 DAC, 헤드폰 앰프를 통해 기존 모델들보다 출력, S/N(신호대잡음비), T.H.D+N 등 모든 스펙이 향상됐다. 뿐만 아니라 Sabre DAC의 '업비트(Up-bit)', '업샘플링(Up-Sampling)' 기술을 통해 낮은 비트레이트와 샘플링레이트의 음원도 보다 고음질로 재생할 수 있다. 이 기능은 UHD TV가 HD급 해상도를 올려주는 '업스케일링(Up-Scaling)' 기능과 같다고 이해하면 된다.
그동안 스마트폰의 헤드폰 출력으로는 50Ω 이상의 저항값을 지닌 고사양 헤드폰을 제대로 구동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별도의 헤드폰 앰프를 사용해 제대로 된 음량을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V10은 이어폰과 헤드폰의 임피던스(Impedance)를 자동으로 인식해 게인(Gain)을 조절하는 'Auto Gain Control'기능을 통해 50Ω에서 600Ω 사이의 헤드폰도 최대 2Vrms까지 출력할 수 있다.
프리미엄 오디오 플레이어에서는 볼륨 레벨 컨트롤이 무척 중요하다. 청음자에게 딱 맞는 볼륨 레벨로 미세 조절할 수 있어야 훨씬 만족스럽게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V10은 10여 단계로 볼륨을 조절하는 다른 스마트폰들과 달리 최대 75단계로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고 좌우 레벨 컨트롤까지 가능하다.
SACD에 수록된 DSD 음원 재생


일반적으로 디지털 음원을 재생할 때 많이 쓰이는 인코딩 방식이 PCM과 DSD다. PCM은 멀티비트 방식이며, 소리를 연속적인 파형으로 기록하는 샘플링레이트(1초 동안 몇 번이나 소리의 파형을 데이터로 샘플링하는지를 나타낸다)와 최소음량~최대음량의 단계를 표현하는 배율을 의미하는 비트레이트로 구성됐다. CD의 규격은 소리의 아날로그 파형을 44.1kHz/16bit의 디지털 데이터로 수록하는 방식이다.
이를 풀면 1초에 4만4100개의 데이터를 추출하는 방식이고, 16bit는 2의 16승으로 총 6만5535의 소리 단계(다이내믹레인지)로 정보를 수록한다. 이 단계가 높을수록 음질은 더욱 좋아지게 되며, 현재 고해상도 음원 중 일반적으로 가장 높은 수치가 192kHz/24bit다(그런데 V10은 보다 상위인 384kHz/32bit 음원도 재생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V10은 스마트폰으로는 처음으로 DSD(Direct Stream Digital) 방식 음원을 재생할 수 있다. DSD 음원은 필립스와 소니가 고안한 방식으로, '슈퍼 오디오 CD(SACD)'가 이 DSD 방식으로 수록된다. DSD는 싱글 비트(1bit) 방식이다. 1비트에 CD 주파수 대역의 64배인 2.8MHz 또는 128배인 5.6MHz의 압도적 정보량을 지닌 초고음질 포맷이어서 192kHz/24bit로 수록된 음원보다 DSD 음원의 음질이 더 좋다는 견해가 많다.
V10이 지원하는 DSD 파일은 DSD64(SACD에 담긴 형식으로 2.8224MHz 샘플링레이트 음원), DSD128(더블 레이트 DSD로 5.6MHz 샘플링레이트 음원)의 DSF 파일 형식이다.
번들 이어폰도 프리미엄 사운드 퀄리티에 맞게 '업그레이드'
V10은 번들 이어폰도 한층 품질이 향상됐다. G4 번들 이어폰과 비교하면 진동판 두께가 보강됐고, 4개의 층으로 이뤄진 '쿼드 레이어 진동판'을 적용해 보다 풍성한 저음과 명료한 고음을 구현할 수 있도록 했다. 사운드 튜닝도 음향 전문기업 AKG와 협력해 더욱 풍성하고 자연스러운 음을 들려준다. 하지만 헤드폰,이어폰 전문회사의 프리미엄 제품을 사용하면 더 만족스러운 소리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V10은 경쟁자 없는 고음질 스마트폰… 경쟁자는 전용 DAP


고음질 음악 재생이 가능한 스마트폰의 개발은 사실 LG전자 외에 다른 기업들도 크게 공을 쏟는 영역이다. 소니는 최신 스마트폰에 최대 96kHz/24bit 수준의 음질을 무선(블루투스)으로 재생할 수 있는 독자 코덱인 'LDAC'을 탑재하고 자사의 '하이 레졸루션 오디오(High Resolution Audio)' 헤드폰을 통해 고음질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타 앰프로 유명한 마샬(MARSHALL)의 음악 재생용 스마트폰 '런던(LONDON)'은 해상도나 스펙 등이 다른 스마트폰들보다 떨어지지만 울프슨의 고음질 재생용 DAC 'WM8281' 칩셋을 탑재했고 위아래(가로 모드 시 좌우 스테레오 스피커)에 스피커를 배치했다. 또 두 사람이 동시에 들을 수 있도록 상단에 2개의 3.5mm 이어폰 잭이 마련됐고 볼륨을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스펙 면에서 V10이 현전 최고의 고음질 재생 스마트폰이라 부를 만하다.
이 정도 스펙이라면 고음질 음원 재생을 위해 탄생한 DAP와도 견줄 만할 것이다. 물론 최고 사양의 DAP보다 우수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V10만 있으면 추가 지출 없이 충분히 고음질 음악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상훈 기자 hifidelity@i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