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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결점 민낯 뽐낸 서인영/ 클라리소닉 |
엄마의 화장대는 신기했다. 화장대 앞에 꽤 오랜 시간 앉아 무언가를 바르는 엄마를 보며 엄마의 화장품으로 자신도 모르게 얼굴에 그림을 그렸던 기억은 누구에게나 한번쯤 있지 않을까.
토너, 아이크림, 에센스, 세럼, 로션, 수분크림, 영양크림, 자외선차단제 등등. 화장품은 기초 단계에서만 그 종류부터 바르는 방법이 가지각색이다. 다양한 기능을 내세우며 앞다퉈 출시되는 화장품들은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
자신의 결점은 숨기면서 장점을 드러내는 마술 같은 화장법은 날로 진화하고 있다. 그 덕분에 오피스레이디들의 아침 시간은 늘 분주하다. 대체 이 화장은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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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애니메이션 '단군할아버지' 캡처 |
'미(美)'에 대한 관심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곰이 마늘과 쑥만 먹고 인고의 시간을 보내며 웅녀가 되던 그 때 그 시절에도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은 존재했다.
고조선, 청동기 시대의 여성들은 쑥과 마늘로 미백 관리를 하고, 돼지기름(돈고)을 발라 추운 겨울 피부가 손상되는 것을 막았다.
고대의 대표적인 미용도구로 익히 알려져 있는 청동거울(동경)은 미용도구라기 보단 제의적인 성격이 강해 정치적 권위의 상징물로서의 성격이 짙었다. 거울에 반사된 태양빛에 하늘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이러한 생각은 삼국시대까지 이어졌다. 파우치나 가방 속에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다니는 거울이 한때는 천상과 지상을 연결해주는 매개체였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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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여인들의 일상을 담아낸 '단오풍정'/ 간송미술문화재단 |
아기같이 보얀 피부는 옛날에도 역시 대세였다.
고려시대 여성들은 복수앙와 난초를 우린 물에 목욕을 하거나 백분(쌀가루)으로 피부 미용에 신경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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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상류층 처자와 기생들이 주도한 화장/ KBS2 캡처 |
조선시대에 이르러서 본격적인 화장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기록에 의하면 주로 상류층의 처자들과 기생들이 당대의 메이크업 트렌드를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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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화장품/ KBS2 캡처 |
조선시대 아녀자들의 파우더룸에는 기초부터 색조까지 다양한 화장품들이 즐비해 있었다.
조선시대 일반적인 화장법은 가장 먼저 세안으로 시작한다. 화장 전 피부결을 정돈하는 지금의 토너 단계와 다르지 않다. 순서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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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희 / '오휘' 광고영상 캡처 |
STEP 1. 녹두와 팥을 갈아 만든 세안제인 '조두'와 화장수인 '미안수'로 피부결을 정돈한다.
STEP 2. 쌀, 분꽃씨, 조개 껍데기 등을 빻아 만든 '분백분'과 '색분'으로 무결점 피부톤을 완성하고,
STEP 3. 볼과 입술에 '연지'를 콕콕 찍으면 복숭아 빛 볼터치 효과를 연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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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개어 만든 미묵으로 눈썹을 그린 조선시대 기생/ KBS2 캡처 |
STEP 4. 마지막으로 나무의 재를 개어 만든 '미묵'으로 눈썹을 그려주면 조선시대 미인의 3대 조건인 앵두 같은 입술, 초승달 같은 눈썹, 복숭아처럼 발그레 한 분홍빛 볼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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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화장품 '박가분'/ 한국학중앙연구원 |
1915년 개화기에 들어서면서부터 민낯을 부끄러워하는 여성들이 생겨났다. 본격 화장술이 발달하기 시작한 것. 우리나라 최초의 화장품인 박가분은 출시되자마자 서울에서 큰 인기를 누렸지만 치명적인 납 성분이 포함돼 곧 인기가 시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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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를 풍미한 데일리 뷰티템 '동동구리무' 방문판매원 |
이어 1930년대 우리 할머니의 리즈 시절, 파우치 속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자 만능템이었던 '동동구리무'가 등장한다. '동동구리무'는 러시아계 방문판매원이 아코디언과 북을 동동 치며 커다란 통에서 크림을 덜어 팔았다는 데서 유래된 이름이다. 크림을 일본어로 발음하며 동동구루무, 동동구리무 등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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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 크림 '럭키크림', 남성 헤어 제품 'ABC 포마드'/ LG화학, 아모레퍼시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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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다양한 기능성 화장품 출시되며 '데오드란트' 등장 |
당황스러운 돌직구를 던지는 광고 문구가 인상적이다. 1960년대부터는 피부와 바디 케어 전반에 걸친 화장품들이 출시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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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과학기술과 만난 화장품의 발전 |
1970년대에 들어서며 요즘의 화장품들이 서서히 등장하기 시작한다. 1980년대, 첨단과학기술이 화장품과 만나면서 피부에 안전하면서도 효능까지 튀어난 뷰티템들이 여심을 홀릭 했다. 당시 사회 전반적을 진행된 화장 캠페인 역시 화장품 시장의 개발을 촉진시켰다.
90년대에 이르러서는 식물, 자연성 성분 화장품이 유행한다. 2000년대부터는 색조, 자외선차단제, 미백 화장품 등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본격적인 K뷰티의 시대가 도래한다.
매일매일 쓰는 화장품, 오랜 역사와 추억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니. 갑자기 파우치 속 화장품들이 새삼 고마워지는 것은 왜 때문일까.
[Eyesmag 제공 / 이소희 기자 sohui815@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