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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TV나 드라마에서 커플매니저는 상당히 전문적이고 로맨틱한 직업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이 일을 하는 이들의 일상은 어떨까. 대학 생활, 사회 생활을 하면서 친구나 지인에게 소개팅을 해주거나 받아본적은 누구나 있다. 이 일을 전문화하고 체계화한 직업이 바로 커플매니저다.
커플매니저의 일상은 끝없는 소통의 반복이다. 지난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듀오 본사에서 커플매니저 8년차 윤한옥 팀장과 6년차 엄영혜씨를 만났다. 다음은 두 사람과의 인터뷰를 1인칭 형식으로 구성한 것이다. 기사 속 고객은 모두 가명과 가상의 설정임을 밝힌다.
◇"상대 남성이 마음에 드셨나요?"
오전 9시20분. 사무실에서 다같이 '고객의 선택, 고객의 감동으로 보답하겠다'는 구호를 외친다.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노래를 들으며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구호를 외치고 스트레칭을 하는 사이 머릿속에는 오늘 진행해야 할 업무가 대충 그려지고 있다.
사무용 컴퓨터를 켜니 오늘도 이메일과 문자메세지가 쌓여있다. 오늘은 7개가 들어왔는데, 그래도 적은 편이다. 매일 아침이면 평균 10여 개의 메일과 문자메세지를 확인하는 것이 업무 시작이다.
오늘 하루 소개해줘야하는 고객은 모두 20여 명. 일정 관리 화면에 그들이 뜬다. 많은 업무를 일일히 기억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모니터 화면에 알람 설정을 해놓고 있다. 오늘 프로필을 보내줘야 하는 고객, 전화를 해줘야 하는 고객, 만남 이후 느낌을 물어야 하는 고객 등이 모두 정리돼 있다.
어제 소개가 성사된 김진욱님은 "(상대에 대해)느낌이 전혀 안온다"고 메일을 남겼다. 그리고 이미연(가명)님은 "나는 마음에 드는데 상대가 연락이 없다"고 한다. 나머지 메일도 대체로 이런 종류의 연락들이다.
먼저 김진욱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대 여성분이 어땠느냐"고 물어보니 "별 느낌이 없었다"고 한다. 벌써 네 번째 상대에 대해 같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커플매니저를 하려면 눈치, 센스가 빨라야 한다. 보통 고객들은 "예쁜 여자를 원한다"거나 "돈이 얼마정도 있는 상대를 원한다"고 정확히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프로필을 보고 고객이 학력에 중점을 두는지, 경제력을 보는지, 아님 전부 다 보는지를 빨리 파악해야 한다.
김진욱님은 "외모는 귀여웠으면 좋겠고, 성격은 활발했으면 좋겠다. 학력, 경제력은 크게 상관이 없다"고 말했지만 조건에 맞는 여성들에게 번번히 퇴짜를 놓고 있다. 이 고객처럼 스스로가 어떤 기준을 정말 원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도 있다. 추상적으로 이런저런 이성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느낌이 오는 상대는 다른 것이다.
이럴 때는 의논하면서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같이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현실적인 취향을 알아가고, 맞춰가는 것이다. 김진욱님의 다음 만남에는 지금까지와 약간 다른 성향의 이성을 추천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미연님의 경우 그녀와 만남이 성사된 남성을 관리하는 커플매니저와 소통해야 한다. 그 남성이 이미연님에 대해 어떤 느낌을 가졌는지 알아야 조언을 해주거나 만남을 더 추진할 수 있다.
다른 커플매니저에게 메신저를 보냈다. 상대 남성의 만남 후 반응을 알려달라고. "띵동!" 곧바로 답장이 왔다. 상대 남성은 "더 만나볼 의사가 없다"고 잘라말했다고 한다. 퇴짜다. 이런 결과를 통보하는 것은 항상 조심스럽다. 상당히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절 의사를 잘 돌려서 말해야 한다. 이미연님에게는 "인연이 아닌 것 같습니다"고 전달했다. 상대가 거절했다는 완곡한 표현이다.
이미연님이 상당히 속상해 하는데 이를 풀어주는 것도 내 몫이다. "99명이 거절해도 한 사람이 좋으면 된다. 고객님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안 맞을 뿐이다"라고 조언했더니 다소 생기를 찾는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다시 상대를 찾아봐야 하지만 일단은 며칠 뒤로 미뤘다. 만남이 성사된 뒤에는 약간 시간을 두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이렇게 업무 대부분이 고객과의 대화, 소통, 상담이기 때문에 커플매니저는 감정이 상당히 안정적이어야 한다, 고객과 공감해주고, 치유해주는 상담치료사같은 역할도 해야 한다. 게다가 부모, 친구와도 하기 힘든 속깊은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신뢰가 굉장히 중요한다. 용기를 불어넣어줄 수도 있고, 고객의 눈이 너무 높다면 충고해줄 수도 있다. 그 이전에 고객과 신뢰가 쌓여야 한다.
이렇게 메일을 하나하나 처리하고 있으니 옆 자리 후배 커플매니저에게 메신저로 연락이 왔다. 그가 관리하는 황민영님의 상대 남성이 내가 맡은 박정환님이다. 어제 만남에 대해 피드백을 받은 것이겠다 싶었다.
박정환님이 커피숍에 앉은지 30분이 채 지나기 전에 자리를 떳다고 한다. 황민영님은 불쾌하고 자존심이 상해서 분을 삭히다 아침에 담당 커플매니저에게 전화를 했다. 이럴 때 커플매니저는 "어떻게 그런 사람을 소개해줄수 있으냐"는 항의부터 "내가 그렇게 매력이 없느냐"는 하소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다. 가장 힘든 부분 중 하나다. 물론 이 사례는 극히 드문 경우다. 상대에게 무례하거나, 도가 지나친 행동을 하는 고객 때문에 항의성 피드백이 오는 경우는 전체의 20%쯤 되는 것 같다.
박정환님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조건 보다 (사회적) 평판이 더 중요하다. 항상 최선을 다해 만남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득했다. 이런 이야기를 할 때도 최대한 고객의 기분과 상태를 고려해야 한다. 자칫 고객 기분이 상하거나, 담당 커플매니저인 내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교체 요구가 들어올 수도 있다.
고객 만족도 조사를 하는 팀이 따로 있다. 제3자가 고객에게 담당 커플매니저를 마음에 들어하는지, 혹은 교체를 원하는지를 물어본다. 이때 교체되는 커플매니저에게 상당한 불이익이 있다. 인사고과에 반영되는 것이다. 회사에서는 재가입율, 혼인성사 횟수, 미팅성사 횟수, 고객의 항의 등을 놓고 커플매니저들을 평가한다.
다행히 박정환님이 납득했다. 앞으로 잘해보겠다고 말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다음 만남은 조금 더 신경을 써야할 것 같다.
◇ 만남주선 하루 20여명, 돌리고 또 돌리고
이렇게 오전이 지나고 이제 또 다른 고객인 장상철님의 만남을 성사하기 위해 업무를 시작한다. 직업이 의사인 이 고객은 원하는 이성에 대해서도 '전문직'이라고 썻다.
상대를 고르기 전에 일단 신장, 학력, 직업, 종교, 나이라는 5개 기준으로 범위를 줄였다. 이후에는 남녀의 프로필을 모두 보면서 가정환경, 성격, 가치관, 스타,일 기타 등등 살펴본다. 이 과정까지 거치면 후보군을 200여 명으로 압축할 수 있다.
다음은 회사(듀오)가 자체개발한 성격·성향 테스트를 거친다. 이 테스트는 주거 형식, 소득 및 재산 정도, 흡연 및 음주 정도 등의 질문에 체크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이와 함께 '나는 말수가 많다' '나는 호기심이 강하다는' 등 자신의 성향을 밝히는 항목도 있고, '피부가 좋은 사람을 원한다' '날씬한 사람이 좋다' 등 이상형을 묻는 항목도 있다.
이렇게 분류하다 보면 후보군이 20여 명까지 줄어든다. 그리고 여기에서 최종으로 만남 주선 후보 2~3명을 선정한다. 너무 많은 사람의 프로필을 한 번에 소개해주면 오히려 선택하기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2~3명의 프로필을 먼저 보여주는 이유다.
장상철님의 메일로 여성 3명의 프로필을 보냈다. 3명 모두 장상철님의 희망사항에 따라 전문직으로 골랐고, 최대한 기준을 맞췄기 때문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잠시 후 장상철님에게서 답신이 왔다. 3명 모두 "노(NO)"라고 잘라말했다. 프로필을 보니 선뜻 마음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후보군 20명에서 다시 2~3명을 뽑아 프로필을 발송한다.
두번째로 보낸 프로필에서 "오케이(OK)"가 나왔다. 직업이 회계사이고, 깔끔한 외모에 등산을 좋아한다고 소개한 김미란씨다. 보통 한두 번 프로필이 오가면 승락이 나온다. 이미 정량적인 기준을 놓고 대부분 조건을 맞추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끔은 후보군이 거의 다 소진돼도 승낙이 안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멤버십 클럽에서 스스로 고르는 경우도 있다. 일부 회원은 멤버십 화면을 통해 직접 만나고 싶은 상대를 선택할 수도 있다.
어쨋든 승낙이 두 번 만에 나왔으니 출발이 나쁘지 않다. 이제는 김미란씨를 담당하는 커플매니저에게 박찬욱님의 프로필을 보낼 차례다. 이 여성이 승낙하면 만남이 성사된다. 이때 상대가 이미 승낙했다는 이야기 따위는 하지 않는다. 평소와 같이 프로필을 보내고 선택할 수 있게 도와줄뿐이다. 사내 메신저에 불이 들어왔다. 상대 여성인 김미란씨도 승낙했다고 한다.
◇약속장소부터 '피드백'까지
고객이 만날 구체적인 약속 장소와 시간을 잡는 것도 커플매니저의 몫이다. 약속 시간을 먼저 조율한다. 9월30일 오후 7시로 확정. 두 사람의 근무지와 거주지 위치 등을 고려해 중간쯤으로 약속 장소를 정한 뒤 남녀에게 물어본다. 물론 나는 장상철님에게만 물어보면 된다. 김미란님의 의사는 다른 담당 매니저가 전해줄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커플매니저 간 소통도 상당히 중요하다. 사내에서는 보통 메신저를 통해 이야기가 오간다.
구체적인 장소를 잡는 것은 보통 남자 쪽에 먼저 물어본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보통 첫 만남에서 차나 밥값은 남자가 먼저 계산하기 때문이다. 보통 오후 3~4시에 만남을 원한다면 차를 원하고, 오후 7시께라면 식사를 원한다고 봐야 한다.
결국 장상철님의 의사를 물어 강남 A 레스토랑으로 장소를 정했다.약속 당일이 되면 오전에 확인 전화를 해줘야하고, 약속시간 3시간 전이면 다시 문자로 알람 역할을 해줘야 한다. 그래서 커플매니저는 무조건 꼼꼼해야 한다. 이렇게 만남이 성사되면 남녀를 각각 관리하는 커플매니저 모두에게 성공 횟수 카운트가 추가된다.
이 고객이 만나는 19일 이후에는 양쪽의 피드백을 받아야한다. 이 역시 꼼꼼히 메모했다. 20여 명을 놓고 하나하나 이런 일을 반복하는 것이 나의 주된 업무다.
정시 퇴근은 6시. 그렇지만 매니저마다 다르다. 불가피하게 고객과 만나야하거나 통화를 해야할 경우 야근을 해야 한다. 이달에 벌써 야근을 10번은 한 것 같다. 야근비는 많지 않지만 어쩔 수 없다.
오늘도 7시에 한 고객의 부모님이 방문하기로 했다. 이렇게 고객 본인보다 부모님이 직접 나서 프로필을 고르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어떤 고객은 상대 프로필을 갖고 가족회의를 한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고객 본인과 부모님의 의견이 달라 애를 먹는 경우에는 양쪽을 모두 설득해야한다.
◇경력단절 여성, 커플매니저로
동료 커플매니저 중에 20대는 없고, 30대는 드물다. 고객과 상담하고 소통하며 신뢰를 쌓으려면 어느 정도 경험과 연륜은 필수에 가깝다. 보통 어느 정도 지적인 능력이 요구되는 직업을 가졌던 여성이 두번째 직업으로 찾아오는 곳이 결혼정보업체다. 초봉은 많지 않은 수준이다. 커플매니저들의 평균임금이 3000만원 중반대이니 상당하 박한 편인 것은 맞다.
그러나 일을 하면서 보람이 더 크다. 예전에 관리했던 고객 중에 전설 같은 분이 있었다. 네번째 가입의 전설이다. 10회정도 만남 기회를 갖는 상품을 네 번이나 가입한 분이었다. 2~3년쯤 걸렸다. 나중엔 나도 지쳤는데 이 고객이 "힘내세요. 더 해봅시다"며 용기를 줬다. 결국 네 번째 가입의 마지막쯤에 본인이 원하는 여성을 만나 결혼했다. 정말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항상 결혼정보회사와 커플매니저에 대해 안 좋은 이미지가 나와 속상하다. 상당히 우리를 불신하는 경우도 많아서 신뢰하도록 만드는 과정이 힘들다. 커플매니저는 부모 다음으로 결혼시키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한 사람에 대한 선입견도 상당하다. 오죽했으면 결혼정보회사를 찾을까 하고 색안경을 쓰고 보기도 하고, 가입자 중 내 딸만 정상이고 나머지는 비정상이라는 부모님도 있다. 커플매니저는 이런 불신, 선입관을 하나하나 극복하면서 일해야 한다.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쳐 고객이 결혼에 성공했는데 연락을 딱 끊을 때 섭섭하다. 결혼식장에 화환을 보낼까봐서다. 우리 회사, 화환 절대 안보낸다, 안심하셔도 된다.
(인터뷰 정리 = 이재은 기자 lje@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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