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에 '강정호법' 탄생할까... : zum 뉴스

[스포츠서울] 피츠버그 강정호.피츠버그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강정호(28·피츠버그)의 부상이 메이저리그에서 공격적인 슬라이딩에 대한 변화를 촉구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한 아시아계 선수의 부상이 메이저리그 전체에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언론들은 강정호의 부상 소식을 적지 않은 비중으로 다루며 슬라이딩의 위험성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미국의 스포츠전문 매체인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19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가 홈플레이트에서의 부상을 막기 위해 관련 규정을 만든 것처럼 지금 2루를 포함한 모든 베이스에서 주자들이 행하고 있는 공격적인 슬라이딩을 막는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수비수들은 물론 주자 자신도 심각한 부상을 입을 수 있는 공격적인 슬라이딩에 대해 전면적인 검토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강정호는 하루 전날인 18일 시카고 컵스와의 홈경기에 유격수로 선발출장했으나 1회초 수비때 병살 플레이를 펼치다 2루를 향해 슬라이딩하던 크리스 코글란의 오른쪽 다리에 왼쪽 무릎을 부딪히며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강정호는 왼쪽 무릎 내측 측부 인대와 반열판 연골이 파열됐고 정강이뼈까지 부러져 곧바로 수술대에 올랐다. 재활기간만 6~8개월이 소요될 것이라는 예상이라 내년 스프링캠프는 물론 시즌 초반까지도 그라운드에 복귀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스포츠전문매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가 강정호의 부상을 계기로 슬라이딩 관련 규정을 손질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캡처 | SI홈페이지

SI는 이 장면을 두고 “앞으로 베이스 부근에서 거친 슬라이딩이 나오면 ‘코글란 슬라이딩’이라고 불러야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SI는 “베이스 근처에서 벌어지는 거친 슬라이딩은 야구계의 불합리한 관습 가운데 하나다. 선수들을 커다란 위험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에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노조가 이에 대해 논의를 해야 한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체격이 과거에 비해 커지면서 슬라이딩 한 번으로도 돌이킬 수 없는 부상을 당할 수 있다. 천문학적인 몸값을 받는 선수들이 부상을 입을 경우 구단이 감수해야할 손실도 어마어마하다. 최고의 선수는 병원이 아니라 그라운드에서 팬들을 만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공격적인 주루가 정석이 돼있다. 때문에 강정호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코글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지지는 않았다. 심지어 강정호의 팀 동료인 닐 워커도 “어렸을 때부터 베이스 앞에서 공격적으로 슬라이딩하라고 배운다. 코글란의 슬라이딩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받아들였다. 정확한 송구를 방해해 병살타를 막기 위해서라면 야수 쪽을 향해 달려드는 슬라이딩도 정상적인 플레이로 용인된다는 것이다. 강정호도 “나를 다치게할 의도는 없었을 것이다. 코글란은 할 수 있는 플레이를 했다”고 코글란을 옹호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2010년대로 접어들면서 공격적인 주루에 대한 메이저리그의 전통적인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그런 흐름을 타고 2014년부터는 ‘홈플레이트 충돌 방지법’이 적용되고 있다. ‘홈플레이트 충돌 방지법’이 만들어진 결정적인 계기는 2011년 5월 샌프란시스코 포수 버스터 포지의 부상이었다. 포지는 당시 홈플레이트에서 플로리다의 스콧 커즌스와 충돌하면서 정강이 뼈가 부러지고 양쪽 발목 인대까지 파열되는 중상을 입었다. 이후 홈플레이트에서 벌어지는 충돌이 가져올 수 있는 부상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면서 메이저리그는 규정집 7.13에 ‘홈플레이트 충돌 방지’에 대한 항목을 추가했다. 그래서 이 규정은 ‘버스터 포지법’이라고 불린다.

강정호의 끔직한 부상을 게기로 메이저리그 주루 플레이에 또다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강정호법’이 탄생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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