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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비리 수사, 이번엔 대전차미사일 ‘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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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비리 수사, 이번엔 대전차미사일 ‘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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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수단, ‘현궁’ 사업 관련 국방과학연·넥스원 압수수색
현역 중령 체포…“도입 결정 ‘윗선’ 안 건드려” 지적도
방산비리가 끝날 줄 모르고 계속해서 적발되고 있다. 이번에는 육군의 대전차미사일 사업이 도마에 올랐다. 군 내부의 미흡한 감독 시스템, 예비역 군인과 유착하기 쉬운 폐쇄적인 군 문화 등 그간 수사를 통해 밝혀진 병폐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25일 대전차미사일 ‘현궁’(사진) 도입 사업과 관련해 국방과학연구소와 LIG넥스원 등 4~5곳을 압수수색했다. 또 납품 장비의 개수를 허위로 기재한 혐의로 국방과학연구소 5본부 현궁체계단 소속 박모 중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체포했다. ‘빛과 같은 화살’이란 뜻의 ‘현궁’은 국방과학연구소가 전체 개발을 담당했고 LIG넥스원이 생산을 맡았다.

합수단은 ‘현궁’ 납품 과정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캐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2012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LIG넥스원 등과 80억3000만원 규모의 계약을 진행하면서 가격 부풀리기 묵인과 허위 평가 등을 통해 업체들에 11억6700여만원의 웃돈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5월 감사원 조사 결과를 보면 국방과학연구소는 전차 내부 피해를 측정하는 장비가 작동하지 않는데도 기술검사 성적서에 ‘양호’로 기재하고 합격 판정을 내렸다. 또 전차의 자율주행을 돕는 모듈을 7세트만 납품받았으면서 11세트를 납품받은 것처럼 서류를 조작했다. 이동식 표적 역시 실제 제작에 들어간 것보다 많은 부품을 쓴 것처럼 속여 웃돈을 타냈다. 이 같은 감사원 조사 결과를 넘겨받은 합수단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국방과학연구소와 납품사 간의 유착과 뒷돈 거래 여부에 대해 수사할 예정이다. 합수단은 “현궁 납품비리 관련 수사로 무기의 성능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합수단은 그간 전·현직 군 장성 10명을 포함해 총 60여명을 재판에 넘겼다. 합수단 관계자는 “앞서 기소한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 등에 대한 기소 유지에 품이 많이 드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합수단은 통영함·소해함 장비 납품비리와 해군 정보함 사업비리, 공군 전자전훈련장비 납품 사기, K-11 소총 납품비리 등 육·해·공군 전반의 비리에 칼을 댔다.

방산비리 합수단이 적발한 주요 방산비리 현황

방산비리 합수단이 적발한 주요 방산비리 현황


지난달 중간수사결과 발표에서 “무기 도입 결정(소요 결정) 단계 비리를 밝혀보자는 것이 목표”라고 했던 합수단이 이번에도 납품비리 수사에 나선 것을 두고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산사업은 ‘소요 결정→제안서 작성→제안서 평가→시험평가→가격 협상→기종 결정→납품’ 단계를 밟는다. 그러나 합수단의 수사는 제안서와 시험평가, 납품 등 하류에서만 이뤄졌다. 비리의 출발점인 무기 도입 결정 과정에 대한 수사는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곽희양·유희곤 기자 huiya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