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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 달래봐? 사랑해요 '섹스로봇'

헤럴드경제 박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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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 달래봐? 사랑해요 '섹스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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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형 섹스 로봇, 비너스 로보티카’(上) (Venus Robotica : sex-robot sur catalogue)
우리가 안드로이드와 사랑을 나누는 것이 조만간 가능하게 될까. 파리에 소재한 카비네 데 퀴리외에서는 지금 ‘비너스 로보티카(Venus Robotica)’ 전시회가 열리고 있어 섹스 로봇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한다.

서구에서 찾아볼 수 있는 대부분의 로봇은 인간이 수행하기에 너무나 위험한 작업을 대신 담당하는 기계다. 따라서 휴머노이드 형태의 로봇은 전혀 쓸모가 없다. 반면 일본의 로봇 중 대부분은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만져보고 싶은 외양을 지니고 있다. 젊은 여성이나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로봇은 인간과 인위적인 감정을 교류하기도 한다.


2008년 세가(Sega)는 E.M.A.(영원한 여자 친구란 뜻)를 개발했는데, ‘러브’ 모드를 장착한 여성 로봇이다. 다시 말해 포옹할 줄 안다. 다음해 일본 정부 산하 산업기술종합연구소(AIST)는 HRP-4C를 만들어냈다. 러브 돌 얼굴을 희한할 정도로 빼닮은 실리콘으로 제작한 매혹적인 패션모델이었다.

일본의 유명 디자인 회사 악세스(Axis)도 ‘허니 돌’이란 이름의 최첨단 로봇 테크놀로지를 동원한 제품을 섹스 시장에 내놓았다.

이 여성 로봇은 키가 156㎝로 다양한 강도의 오럴 섹스가 가능하고 가능한 한 많은 체위를 구사할 수 있도록 회전이 가능한 엉덩이를 갖고 있다. 로봇의 유두지만 만지면 몸을 떨기도 한다. 또 상대방의 귀에 부드러운 말로 속삭이기도 한다. 내부에 음성 주문 박스 센서가 부착돼 있다.

음성 모듈은 목소리를 바꾸도록 프로그램화해 있다. 4개 목소리가 선택 가능한데, 그 중 마음에 드는 목소리를 고르면 된다. 자신의 로봇에 ‘개성을 부여하기’ 위해 여성 목소리를 직접 녹음하는 것도 가능하다.



악세스 사가 만든 안내서에는 “허니 돌은 사실적 느낌을 주는 인형이자 실물 크기의 글래머 애인이다. 몸무게는 29㎏이며, 의학 용도의 실리콘으로 제작됐다. 가슴둘레는 87㎝, 허리 사이즈는 57㎝, 히프 둘레는 83㎝이며, 발의 크기는 24㎝이다. 머리는 교체 가능하며, 이빨은 오럴 섹스 시 발생하는 모든 사고를 피하기 위해 물렁물렁하게 제작되었다.”

현재로서는 ‘허니 돌’이 로봇의 초보 대용품에 지나지 않지만 그래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사람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손으로 심은 눈썹, 순진무구한 시선, 아래로 숙인 눈꺼풀, 반쯤 벌린 입술을 한 이 ‘사랑스러운 인형’은 형언할 수 없는 매혹을 뿜어낸다. 고객은 이구동성으로 실제 같다고 말한다.

전통적으로 일본에서는 하나의 사물이 인간의 형상을 띠면 하나의 혼(다마시?たましい)이 생긴다고 여기며 인간의 대체물로 본다. “애니미즘 전통이 일본인으로 하여금 사물에 혼을 불어넣도록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로봇에 인간의 외양과 특질을 불어넣지 않을 이유가 없지요.”


하지만 일본의 주요 안드로이드 로봇을 촬영한 프랑스 아티스트 뤽 아라스(Luc Arasse)는 ‘흔히 통용되는 판박이 이미지’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너무나’ 인간과 닮은 로봇을 바라보면서 일본인이 서구인보다 더 편안한 느낌을 갖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1970년 일본의 로봇 연구가 모리는 인간이 안드로이드를 바라보면서 느끼는 공포감을 다룬 바 있습니다. 어느 한계를 넘어서면 그때까지 공감을 얻던 ‘닮은 모습’이 한순간에 혐오감의 대상으로 바뀐다는 사실에 그는 주목했지요.

그때 사람들은 프로이트가 에세이에서 말한 모리가 ‘불안스럽고도 낯선 계곡’이라 명명한 장소로 들어갑니다. 로봇이 지나치게 인간과 닮은 모습을 하고 있을 때는 혐오감이 엄습합니다. 사람들은 생명이 없는 안드로이드보다 만화 주인공이나 동물을 닮은 기계와 더 쉽게 교감하지요.”


쥐며느리 모습을 한 로봇청소기를 개발하는 데 몰두하는 서구와는 달리 주로 인간의 얼굴을 한 로봇을 개발할지라도 일본인은 안드로이드 면전에서 특별히 더 편안한 감정을 갖지 않는다. 어쨌거나 상관없다. 휴머노이드 개발과 관련된 전쟁에서 일본은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뤽 아사스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일본인은 안드로이드 개발 경쟁에서 승리하려는 굳건한 의지를 지니고 있습니다. 사실 그들이 경쟁에서 한참 앞서 있기도 합니다. 아마도 해묵은 그들의 꿈과도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안드로이드 개발 의지에 인구 및 경제와 관련된 논리를 덧붙일 수 있습니다. 인구가 고령화하고 도움에 대한 필요가 늘어날수록 이를 제공하고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기계를 필요로 하게 됩니다. 이러한 논조가 꽤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수백만달러가 나가는 값비싼 로봇을 홍보하는 꼴이니까요. 기껏해야 시간이나 날씨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물건을 운반하는 것에 그치고 있는 데 반해 가격은 터무니없지요.”

(이미지는 10월 28일까지 파리 카비네 데 퀴리외 갤러리에서 열리는 ‘비너스 에로티카’ 전시회 작품)

글=아녜스 지아르(佛칼럼니스트), 번역=이상빈(문학박사ㆍ불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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