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일수교 50년 / 신50년 한·일 미래를 재설계한다 ③ 새로운 인재교류 시대 ◆
"우리가 먼저 한국 문화를 사랑하려고 노력한다면, 한국인들도 일본 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을까요."(3학년 6반 간나 양)
"정작 선입견을 가진 건 저희가 아니었나 반문하게 돼요. 모국어만 다를 뿐 저희와 다르지 않은 친구들이니까요."(2학년 4반 이혁재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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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은평구 선정고에 재학 중인 한·일 학생들이 서로 손을 잡고 두 나라 관계 개선을 힘차게 외치고 있다. [김재훈 기자] |
"우리가 먼저 한국 문화를 사랑하려고 노력한다면, 한국인들도 일본 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을까요."(3학년 6반 간나 양)
"정작 선입견을 가진 건 저희가 아니었나 반문하게 돼요. 모국어만 다를 뿐 저희와 다르지 않은 친구들이니까요."(2학년 4반 이혁재 군)
24일 오전 서울 은평구 선정고등학교에서 만난 한·일 고교생들에게 '국경의 벽'은 무의미해 보였다. "어른이 되면 두 국가 간 쌓여 있는 오해와 편견을 줄이는 데 역할을 하고 싶어요."
한·일 관계가 좋아지길 바라는 두 나라 학생들의 목소리는 우렁찼다.
선정고는 서울 내 고교 중 가장 많은 일본인 학생이 다니는 사립학교다. 1450여 명의 학생 중 75명이 일본 국적을 가지고 있다. 한 학급당 4~5명의 일본인 학생이 한국 학생들과 매일 부대끼며 일상을 보낸다.
일본인 간나 양(18)도 그중 한 명이다. '가깝고도 먼 나라' 한국을 알고 싶어 유학한 지 어느새 7년.
한국 학생 못지않게 한국말이 유창한 그는 "개인과 개인의 소통에 국경은 그리 중요치 않다는 걸 느낀다"고 했다. 그런 간나 양의 목표는 "정치·외교학을 전공해 국가 간 관계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人材)로 거듭나는 것"이다. 한국을 사랑하지만, 정작 한·일 관계는 녹록지 않은 현실을 보면서 이 같은 꿈을 꾸게 됐다고 했다.
선정고에선 매년 9월 '어울림 한마당'이라는 축제를 연다. 일본인 학생이 머물고 있는 선정고 기숙사를 하루 개방해 '오키나와 전통 북춤' 등 공연을 벌인다. 한·일 학생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자는 취지다. 일본인 학생들이 방학 기간에 손수 전통음식을 만들어 한국 학생들에게 선보이기도 한다. 이들 역시 한국 땅을 밟기 전 선입견이 없었던 건 아니다. 3학년 마사쿠니 군(18)은 "모국 매스컴을 통해 한·일 갈등 양상을 접하면서, 한국에 부정적인 인상을 품지 않았다면 거짓"이라고 했다. 그러나 수년간 한국 생활을 거치며 직접 경험한 현실은 달랐다.
이방인을 끌어안는 한국 학생들의 우정은 두터웠고, 배제와 차별 또한 없었다. 그는 "일본 학교 현장에서 쉽사리 경험하게 되는 이지메가 한국엔 없다. 이곳에선 '모두가 친구'인 것 같아서 좋다"고 했다. 선정고 교사 박은화 씨는 "어른들보다 학생들이 오히려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마사키 양(16)은 선정고 1학년 12반 부반장이다. 선생님의 권유와 한국 친구들의 지지로 선출돼 반을 이끌고 있다. 처음 한국 땅을 밟았을 땐 '한국 어른들은 일본인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품고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경험해본 현실은 달랐다고 한다.
"지하철에서 일본어 책을 보고 있었어요. 옆에 있던 할아버지가 '일본 책이네. 나도 읽을 줄 안단다. 이건 이런 말인 것 같은데 맞니?'라며 관심을 가져주고 격려해줬죠. 일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데 매스컴이 한·일 관계 악화를 부추기는 것 같아요."
한국 학생 임예은 양(17)은 "낯을 많이 가려 처음 일본인 학생들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했는데, 먼저 다가와 준 건 그들이었다"고 했다. 강병희 선정고 교감은 "예민한 청소년기에 한·일 학생들이 편견 없이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향후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본다"며 "선정고가 한·일 학생 간 교류의 장으로서 양 국가 관계 개선의 첨병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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