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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P] 공무원연금 처리까지…이종걸과 유승민의 두얼굴

매일경제 이상덕,김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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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P] 공무원연금 처리까지…이종걸과 유승민의 두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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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회의 보이콧 주장에 이 “들어가야 한다” 고함
위헌 거론 합의안 반발에 유 “서명하겠다” 결단


이, 공무원연금 개혁안 협상하곤 막상 본인은 기권표
유, 타결에 목매 위헌소지 만들었다는 지적 받아


우여곡절 끝에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29일 새벽 3시 50분께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협상을 책임진 새누리당 유승민,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성과의 주인공이 됐다. 몇 차례 위기를 가까스로 넘기기까지 두 원내대표의 결단이 돋보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무리한 합의, 오락가락 행보로 불만과 의아함을 자아내는 장면들도 있었다.

국회 개원 기념식장에서 만난 양당 원내대표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67주년 국회 개원 기념식에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 = 이승환 기자]

국회 개원 기념식장에서 만난 양당 원내대표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67주년 국회 개원 기념식에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 = 이승환 기자]

◆ 이종걸은 회기 연장, 유승민은 합의 관철 막판 결단

28일 밤 11시 50분 국회 본회의장. 새누리당 의원 107명이 자리를 지켰다. 5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 종료 시간이 단 10분만 남은 상황.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상정이라도 하려면 차수 변경이나 회기 연장이 필요했지만 의결 정족수 150명 중 43명이나 부족했다.

하루 종일 협상이 '갈지자' 행보를 그린 탓에 여당 의원 상당수가 미처 본회의장에 들어오지 못한 것이다. 5월 임시국회가 소득 없이 문 닫을 위기였다.

같은 시각 국회 예결위원장실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총회가 열리고 있었다. 김영주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이 "여당이 합의안을 거부했으니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말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가 고함을 질렀다. "45명은 들어가야 한다." 박기춘 의원 등이 거들었다. 마침내 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으로 들어왔고, 자정 3분을 남겨 놓고 회기 연장안이 의결됐다. 이종걸 원내대표가 총대를 메고 공무원연금 개혁 처리 가능성을 열어둔 순간이었다.


이후는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책임을 졌다. 오전 12시 10분께 비공개 석상에서 유 원내대표는 이 원내대표에게 "여야 합의문에 수정 없이 서명하겠다"고 공식 타진했다.

앞서 의원총회에서는 친박계 검사 출신인 김재원·김진태 의원과 이장우 의원이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개정을 위한 국회법 개정안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고, 이에 당은 유 원내대표에게 재협상을 위임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는 이날 협상이 깨지면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은 한동안 상정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해 밀어붙였다. 유 원내대표는 '십자가를 짊어졌다'는 평을 받았다. 이후 양당은 운영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를 동시에 열고 공무원연금법을 29일 새벽 3시 51분에 처리했다.


◆ 당·청 반목 불씨 만든 유승민, 협상 내내 오락가락 이종걸

그러나 유승민·이종걸 양당 원내대표에게 쏟아지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유 원내대표는 협상 타결이라는 목표에만 매달리는 바람에 민주주의 원칙을 저버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선진화법의 굴레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위헌 소지가 있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또 다른 원칙 훼손을 낳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향후 당·청 갈등, 여야 반목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이 원내대표는 협상 과정 내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며 여당은 물론 야당 내에서도 우려를 자아냈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해임을 연계해야 한다고 고집하다가 막바지에는 공무원연금 개혁과 무관한 세월호법 시행령 개정을 합의 조건으로 들고 나와 원칙도 명분도 없는 행태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새벽 본회의에서는 소신 투표가 속출했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에는 246명이 투표했다. 찬성 233명, 반대 0명, 기권 13명이었다.

이 원내대표와 측근으로 꼽히는 문병호 의원은 기권했다. 이 원내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은 공무원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박근혜정부의 포퓰리즘"이라면서도 "이는 개인 신념이다. 하지만 선당후사로 (합의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전병헌·유승희 최고위원과 김현미 비서실장, 유은혜 대변인 등 야당 주요 당직자들도 기권표를 던졌다. 정의당 심상정·박원석·김제남·정진후 의원과 무소속 천정배 의원 등도 기권했다. 새누리당에서도 강창희·함진규 의원 등이 기권했다.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개정을 위한 국회법 개정안에는 새누리당에서 이탈표가 쏟아졌다. 재석 244명에 찬성 211명, 반대 11명, 기권 22명이었다. 이인제 최고위원과 정무특보인 김재원·윤상현 의원 등이 반대했고, 서청원·이정현 최고위원 등이 기권했다.

이때 유 원내대표가 모 의원에게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국회법 표결 사진을 찍어 두라"고 지시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상덕 기자 /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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