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뉴스1 언론사 이미지

이 지뢰, 저 지뢰 다 밟고…공무원연금법 우여곡절 수난사

뉴스1
원문보기

이 지뢰, 저 지뢰 다 밟고…공무원연금법 우여곡절 수난사

속보
'1세대 연극 스타' 배우 윤석화 별세...향년 69세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에 발목잡힌 뒤 20여일 더 허비…문형표·세월호 등 돌발변수 속출



29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공무원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재석 246인 중 찬성 233인, 기권 13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 News1 허경 기자

29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공무원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재석 246인 중 찬성 233인, 기권 13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김영신 기자 = 공무원연금개혁 법안이 29일 새벽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는 합의와 합의 무산 등 온갖 우여곡절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여야는 지난 5월2일 공무원연금개혁 법안에 대해 극적으로 합의를 이뤘다. 여야, 공무원단체, 정부가 실무기구에서 합의한 '대타협안'을 여야 대표 및 원내대표가 받아들이면서다.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가 합의에 이르자 공무원연금 특위도 2일 밤 공무원연금법안을 속전속결로 처리해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겼다.

지난해 2월25일 박근혜 대통령이 공무원연금 등 3대 공적연금을 개혁하겠다고 선언하고 공무원연금에 '메스'를 들이댄 지 1년2개월 만의 일이었다.

그러나 여야가 합의한 서명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합의는 산산이 깨지고 말았다. 실무기구가 공적연금 강화를 위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기로 합의하고, 여야가 이를 수용하기로 한 것이 파국의 단초였다.

청와대는 2일 여야 합의 직후 즉각 "국민연금 연계는 월권"이라고 평하고,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여야 지도부는 공무원연금법을 6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으나, 국민연금 논란에 발목이 잡혔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를 국회 규칙안에 명기하자고 요구했으나, 청와대 및 당내 반발로 새누리당은 '명기불가' 방침으로 고수했다.

청와대를 선봉으로 새누리당 친박(박근혜)계 의원들이 지도부의 합의를 맹비판하고 나서면서 결국 6일 밤 당 지도부는 '결렬'을 선언했다.

4월 임시국회 마지막날인 6일 본회의는 공무원연금법은 물론 여타 어떤 법안도 처리하지 못하고 '빈손'으로 파행했다.


지난 7일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신임 원내대표가 선출되면서 여야 협상은 새로운 방향으로 온갖 고비를 겪어야 했다.

새정치연합은 이 원내대표 선출과 함께 7일 5월 임시국회를 단독으로 소집요구했고, 여야 합의를 비판한 문형표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카드를 꺼내들었다.

청와대도 지지 않고 가세했다. 청와대는 7일 김두우 홍보수석의 브리핑을 통해 여야에 공무원연금법 처리 불발에 대해 유감을 표하는 동시에 국민연금 연계는 절대 안된다고 압박했다.


그 사이 새누리당은 계파 갈등, 당청 갈등의 내홍 속으로 빠져들어야 했다.

유승민 새누리당,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상견례를 겸한 첫 회동으로 마주했으나 진전은 커녕 일은 더욱 꼬여갔다.

당시 첫 회동에서 여야 원내대표는 Δ12일 본회의에서 처리가 시급한 소득세법·지방재정법·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등 처리 Δ공무원연금-공적연금 강화에 대해 '5·2' 합의 존중해 계속 논의 Δ11일 보건복지위 긴급현안보고 및 농해수위 여야 간사가 합의한 일자에 농해수위 개최해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문제점 논의 및 추후 대책 마련 위한 노력 등 4개 합의사항을 도출했다.

여야 원내대표 첫 회동을 앞두고 청와대는 기다렸다는 듯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 1702조원 세금폭탄이 생긴다"고까지 밝혔다.

곧 이어 12일 박근혜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여야를 싸잡아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당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연계는 너무나 염치없는 일이다", "공무원연금만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 등의 언급으로 야당의 반발을 샀다.

결국 12일 본회의도 공무원연금법은 커녕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했던 법안만 간신히 처리하고 끝났다. 당 안팎 책임론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는 "협상 재량권이 없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12일 본회의가 '법안 달랑 3건 처리'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끝나자 여야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돌파구를 모색했다.

새누리당은 "공무원연금법 자체는 매우 잘된 안"이라며 여론전에 돌입했고,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명기할 수 없다면 기초연금을 연계하는 게 어떻겠냐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 원내대표 제안에 당내에서 반대가 나왔고, 새정치연합 실무협상 담당자인 강기정 의원은 '법인세 인상'과의 연계를 요구하며 여야 협상에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여권은 당청갈등으로 협상 동력을 상실할 위기에 처하자 '긴급 고위 당정청'을 가동하고 당청갈등 수습 국면을 조성했다.

청와대가 '성완종 리스트' 파문 이후 채널이 끊겼던 고위 당정청을 제안한 지 하루 만인 지난 15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최경환 국무총리 대행,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 등이 심야에 긴급 회동을 했다.

당정청 "공무원연금법안은 현재 조건 속에서 최상의 안"이라는 데 합의하는 한편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명기는 안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후 여야는 원내수석부대표와 공무원연금특위 여야 간사였던 조원진-강기정 의원의 협상 채널을 가동하며 5월 임시국회 내 공무원연금법 처리를 위한 군불을 땠다.

새정치연합은 이 원내대표가 언급했던 기초연금 연계를 철회하기로 최종 결정(19일)했고, 조원진-강기정 의원은 공적연금 강화 사회적 기구 구성 및 운영 규칙에 대해 합의를 도출하고 보안에 부친 채 각 당에 보고(20일)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도 20일부터 각종 외부 행사에서 조우하며 28일 본회의에서 공무원연금법안을 처리하다는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여야 협상은 야당이 꺼내든 '문형표 해임건의안' 카드로 인해 다시 평행선을 달리게 된다.

새정치연합은 문 장관 해임건의안을 요구했으나 새누리당은 완강히 반대하면서 여야 협상은 진전없이 줄줄이 표류했다.

다만 최초 논란의 단초였던 국민연금과 관련해서 여야는 일부 진전을 이뤘다. 새누리당이 지난 26일 의원총회에서 조원진-강기정 의원이 합의한 공적연금 강화 사회적 기구 관련 규칙안을 추인하면서다.

규칙안은 사회적 기구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의 타당성을 검증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50%로의 인상을 명기하지는 않으면서도 논의의 여지를 두는 선으로 여야가 절충한 것이다.

일부 진전을 보며 여야 원내대표는 27일 회동을 하고 공무원연금 및 공적연금 강화 사회적 기구 규칙안에 대해 잠정 합의했다.

문형표 장관 해임건의안 문제도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문 장관이 적절한 유감표명과 재발방지 약속을 한다"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그러나 새정치연합 측이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수정을 막판 연계 조건으로 내세우면서 여야 원내대표 회동이 일단 소득없이 끝났다.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문제가 공무원연금법 협상 판을 뒤흔드는 막판 변수로 부상한 것이다.

결전의 날인 28일에도 여야는 종일 '롤러코스터'를 탔다. 이날 오전 여야 원내수석부대표와 세월호 특별법 소관 상임위인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여야 간사가 회동을 하고 절충점을 모색했으나, 각당의 이견만 확인했다.

여야 원내대표가 이어 오후 4시께 회동을 하고 공무원연금법 처리,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수정·변경하도록 국회가 권고하면 정부가 의무적으로 수정·변경하도록 의무화하는 국회법 개정안 처리, 본회의 부의안건 57건 처리, 문형표 복지부 장관의 유감표명 및 재발방지 약속 등에 대해 잠정합의에 이르렀을 때는 분위기가 괜찮았다.

곧이어 새누리당은 긴급 최고위원회와 의원총회, 새정치민주연합은 의원총회를 열고 원내대표의 잠정 합의문에 대해 보고했다.

새정치연합은 잠정합의 원안을 그대로 추인했으나, 새누리당 의총에서는 일부 법률가 출신 의원들이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관련 국회법 개정은 삼권분립에 위배되는 위헌소지가 있다고 문제제기를 했다.

이로 인해 새누리당은 해당 사항에 대해서만 유승민 원내대표가 전권을 갖고 야당과 재논의하고 나머지 항은 그대로 추인하는 '어정쩡한' 추인을 했다. 즉각 야당은 "판을 깨자는 것"이라고 반발하며 공무원연금법 처리는 다시 무산 위기에 처했다.

그 사이 시간은 5월 임시회 폐회를 향해갔다. 여야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발의했던 국회법 개정안을 중재안으로 모색했으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여야는 일단 11시55분께 본회의장에 입장해 5월 임시회를 29일까지 하루 연장하는 안건을 의결해 시간을 벌었다.

곧이어 29일 오전 12시10분께 유승민, 이종걸 원내대표가 재회동을 하고 잠정합의문 초안으로 그대로 최종 합의·발표했다.

국회 운영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도 곧바로 회의를 열어 각각 국회법 개정안과 공적연금강화 사회적 기구 구성 결의안, 공무원연금법을 처리해 본회의로 넘겼다.

천신만고 끝에 마련된 뒤에도 다시 지난 20여일간 '지뢰밭'을 거쳐야 했던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은 이날 새벽 3시 50분 재석 의원 246명 중 찬성 233명, 기권 13명으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eriwhat@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