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으로 메울 적자 여전…국민연금과 다른 특혜도 유지
연금 수령 시기 더 늦추고 구조개편 방안 새로 마련해야
여야의 공무원연금 개혁 합의안은 공무원들이 보험료를 더 내고 연금을 덜 받는 방식이다.
우선 공무원연금 지출 감소 차원에서 공무원이 받는 돈(지급률)을 현재 1.9%에서 앞으로 20년간 1.7%로 내린다. 또 연금 수입 증가를 위해선 공무원이 내는 돈(기여율)은 현재 7%에서 5년간 9%까지 올린다. 또한 퇴직한 현재 연금 수급자도 고통을 함께 나눈다는 차원에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매년 물가 인상률만큼 인상하던 연금을 동결한다. 이대로라면 월 300만원을 받는 공무원이 30년간 근무하고 퇴직하면 한 달에 153만원을 받게 된다. 기존 171만원보다 10%가량 줄어든 액수다.
‘더 내고 덜 받는’ 만큼 재정 절감의 효과는 있다. 이번 합의안이 반영되면 2016년부터 2085년까지 70년간 총 333조원의 정부 재정 부담(연금 부담금+퇴직수당+보전금) 절감 효과, 497조원의 보전금(기여금+부담금-연금 지출) 절감 효과가 있다는 게 인사혁신처 설명이다.
연금 수령 시기 더 늦추고 구조개편 방안 새로 마련해야
여야의 공무원연금 개혁 합의안은 공무원들이 보험료를 더 내고 연금을 덜 받는 방식이다.
우선 공무원연금 지출 감소 차원에서 공무원이 받는 돈(지급률)을 현재 1.9%에서 앞으로 20년간 1.7%로 내린다. 또 연금 수입 증가를 위해선 공무원이 내는 돈(기여율)은 현재 7%에서 5년간 9%까지 올린다. 또한 퇴직한 현재 연금 수급자도 고통을 함께 나눈다는 차원에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매년 물가 인상률만큼 인상하던 연금을 동결한다. 이대로라면 월 300만원을 받는 공무원이 30년간 근무하고 퇴직하면 한 달에 153만원을 받게 된다. 기존 171만원보다 10%가량 줄어든 액수다.
‘더 내고 덜 받는’ 만큼 재정 절감의 효과는 있다. 이번 합의안이 반영되면 2016년부터 2085년까지 70년간 총 333조원의 정부 재정 부담(연금 부담금+퇴직수당+보전금) 절감 효과, 497조원의 보전금(기여금+부담금-연금 지출) 절감 효과가 있다는 게 인사혁신처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재정 절감의 폭과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사혁신처 분석에 따르면 합의안이 시행돼도 내년에 보험료 등으로 들어오는 돈보다 은퇴 공무원들에게 지급할 연금액이 훨씬 더 많아 세금으로 메워줘야 할 적자보전금이 2조1689억원(하루 60억원)에 이른다. 적자보전금 예상액은 2020년까지 2조원대를 유지하다 2021년부터 3조원을 넘고 2023년 4조원, 2024년 5조원, 2025년 6조원으로 껑충 뛸 것으로 추산된다. 적자보전금이 향후 5년간은 줄어들지만 6년 뒤인 2021년이면 다시 올해(2조9133억원) 수준을 넘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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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여율·지급률을 단계적으로 조정키로 한 점은 고참 공무원과 신입 공무원의 세대 갈등 유발 소지도 남긴다. 현재 퇴직한 공무원들은 낸 돈보다 4~6배를 받고 있다. 이번 연금 개혁에서도 받는 돈을 20년에 걸쳐 줄이는 바람에 현재 50대인 공무원들은 연금액에서 거의 손해를 보지 않는다. 이들의 수익비(낸 돈 대비 받는 돈의 비율)는 2.35~2.47배로, 30대 공무원들의 1.6~1.74배보다 훨씬 높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시발점이 된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문제도 남아 있다.
개혁 합의안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간 수익비 차이는 존재한다. 개혁안에 따르면 2016년에 임용되는 7급 공무원의 수익비가 1.48배 수준으로, 국민연금과 비슷한 수준까지 줄어든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1996년 임용돼 20년 이상 재직한 공무원의 경우 수익비는 2.35~2.47배다. 또 2006년에 임용된 공무원은 1.6~1.74배 수준이다. 즉 기존 재직자들의 경우에는 여전히 수익비가 국민연금 대비 높은 수준이란 얘기다. 소득대체율(소득 대비 연금액)을 비교해도 공무원연금은 60%가 넘지만 국민연금은 40%에 불과하다. 물론 공무원연금 가입자가 국민연금 가입자보다 많은 보험료를 내지만, 여전히 받는 돈은 이보다 더 많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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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보전금 2025년 6조원 ‘껑충’
고참·신입 공무원 갈등 소지도
정년 전 수령 시 깎아 지급해야
공무원연금의 수령 시기도 낮췄다고 하지만 효과는 크지 않다. 현재 공무원 정년은 60세다. 공무원들이 연금을 타기 시작하는 나이는 57세고, 2016~2017년엔 58세에 탈 수 있다. 반면 국민연금은 61세부터 받을 수 있다.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보다 4살 먼저 타는 구조다. 공무원연금 지급 연령은 2022년이 돼야 61세로 늦춰진다. 전문가들은 “정년에 앞서 연금을 타면 국민연금처럼 일정액을 깎아 지급하는 게 맞다”고 지적한다.
이런 문제점들 때문에 정부 여당은 장기적으로 공무원과 국민연금을 통합하는 구조 개혁을 추진하고자 했지만, 야당과 공무원 단체의 반발에 수포로 돌아갔다. 개혁안 논의에 참여했던 한 전문가는 “전체적으로 수지균형을 맞추려는 노력도 부족했고, 무엇보다 구조 개혁이 안 됐다는 점은 향후 과제로 남았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합의안만으로 산적한 공무원연금의 문제를 다 해결할 수는 없는 만큼, 추가적인 개혁 작업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이러기 위해서는 보험료를 더 내거나, 연금액을 추가로 낮춰야 하지만 역시 반발은 불 보듯 뻔하다.
특히 공무원연금 기여율이 현재도 국민연금보다 높은 만큼, 급여 수준을 내리는 방안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김원섭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급여 수준의 감소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권혁진 경남과학기술대 산업경제학과 교수도 “현재 연금 수급자들 중 수급액이 높은 이들의 급여 수준을 더욱 감소시킬 필요가 있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아예 국민연금과의 통합 주장도 여전하다(박스 기사 참조).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신규 임용자부터 국민연금과 통합하고 보험료율을 순차적으로 올리면서 급여 수준 감소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무원연금의 개혁 시나리오가 완벽하다 해도 공무원들 반발을 어떻게 조율할지의 문제가 남는다. 김영신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공무원노조 의견도 수렴하되 연금재정 안정화 측면에서 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섭 교수는 “의견 참고와 결정 과정에 참여시키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다. 결정 과정에 참여시키는 것은 안 될 것”이라고 선을 긋는다.
해외 공무원연금 개혁은
미·일은 국민연금과의 통합 나서
공무원연금 적자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도 개혁을 진행해왔다. 해외 국가에서 공무원연금 개혁 방향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연금의 기본적인 틀은 그대로 둔 채 지급률과 기여율을 일부 조정하는 모수 개혁이고, 다른 하나는 공무원연금을 장기적으로 국민연금에 통합하는 구조 개혁이다.
일본과 미국은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통합에 나선 사례다.
우리나라 공무원연금제도의 모델이 된 일본에서는 오는 10월부터 공제연금(韓 공무원연금)이 폐지된다. 기존 공제연금이 없어지는 대신 일본의 모든 공무원들은 일반 회사원이 가입하는 후생연금(韓 국민연금)과 국민연금(韓 기초연금) 제도를 적용받는다.
고령화를 우리보다 일찍 겪은 일본은 1984년부터 연금 통합을 추진해왔다. 개혁 1단계에선 전 국민이 대상인 기초연금에 공무원들과 회사원을 가입시켰다. 그다음에는 후생연금과 공제연금의 격차 해소 작업을 시작했다. 똑같이 소득에 비례해 보험료를 내고도 공제연금의 연금 액수가 훨씬 좋았기 때문. 그리고 일본은 지난 2012년에야 공제연금과 후생연금의 격차를 줄이자는 합의에 성공했다.
미국은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격인 사회보장연금제도(OASDI)와 공무원연금(CSRS)을 별도로 운영했지만 1984년부터는 이 둘을 통합해 관리하고 있다. 이제 1983년 말 이후 임용된 미국의 신규 공무원들은 OASDI와 연방공무원연금제도(FERS)에 모두 가입한다. 이 외에 개인연금저축(TSP)을 추가하는 방식의 제도도 도입됐다. 이전에는 CSRS 하나만 가입해 보험료로 냈다면, 이제는 여러 개 보험에 동시에 가입하는 다층 구조로 바뀐 셈이다. 이 과정을 통해 일반인과의 격차가 줄었다.
반면 독일, 오스트리아 등 유럽 국가들의 과거 연금 통합 사례는 주로 모수 개혁 성격을 띤다.
독일은 처음엔 공무원이 한 푼도 내지 않고 연금을 받는 제도로 출발했다가 재정이 어려워 받는 돈을 줄이고, 연금 타는 나이를 늦추는 ‘덜 받고 늦게 받는’ 개혁을 추진 중이다. 지난 1998년 연금 가입기간을 35년에서 40년으로 늘렸고, 이때 연금 조기 신청 연령도 62세에서 63세로 늦춰졌다. 2012년부터는 67세부터 연금을 탈 수 있게 됐다.
오스트리아의 공무원연금 개혁은 1997년부터 8년에 걸쳐 진행됐다. 요약하면 2005년까지 연금 수령 나이를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고 최대 액수의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재직기간도 40년에서 50년으로 늘렸다. 연금 산정 기준 소득도 직전 소득에서 전체 평균 소득으로 바꾸는 내용이다.
[김병수·정다운·서은내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08호(2015.05.20~05.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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