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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자세와 반복되는 패턴으로, 중년이 되면 이제 눈 뜨고도 한다. 절차나 준비가 귀찮아지면 아랫도리만 벗고 하고는 돌아눕는 사태도 비일비재하다.
습관은 권태나 외도를 낳기 십상이다. 이럴 때 일탈을 꿈꾸고 자신만의 일반적이지 않은 성적 취향을 꿈꿔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할리우드 영화 속에서나 보던 장면을 연상하거나 야한 사이트를 보면서 희한한 것들을 떠올리며 간식 먹듯 한번씩 해보고 싶어진다.
마음은 넘치지만 어떻게 실전에 옮겨야 할지는 막막하기만 하다. 솔직하게 성적 취향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고, 변화를 시도하는 상대를 이해해야 한다. 그런데 벼르고 별러 입을 뗐지만 상대가 질겁하고 앙칼지게 그런 걸 어떻게 하느냐고 싹둑 잘라버리면 기가 팍 죽는다. 한두 번 요구하다 거절당하면 그만둬야 하지만 성적 취향이 그리 쉽게 포기되지 않으니 문제다.
양손과 두 발을 묶고 하는 섹스에 대한 환상은 누구에게나 있다. 독특한 설정으로 침대에 결박한 채 하는 강압적인 섹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벌이는 짜릿한 게임 같은 섹스, 이렇게 혹은 저렇게 매번 다른 시나리오와 배우다. 처음에는 화장실용 휴지로 묶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결박감을 주고, 상대방에게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상대를 애무할 수 있도록 허락한다.
‘나치스플로이테이션(nazisploitation)’이라는 장르는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수용소에서 벌어지는 온갖 가학 행위를 다룬 영화들을 일컫는다. 독일 여자 장교인 수용소장이 유대인 남성 포로를 침대로 끌어들여 온갖 변태짓을 다 하며 뒹구는데, 새로운 성적 경험을 안겨주겠다며 침대에 묶어놓고는 수용소를 탈출시키는 스토리도 있다.
술 한잔 먹여놓고 브래지어나 넥타이로 남편의 눈을 가린 채 두 손을 묶고 침대에 눕힌 뒤 옷을 벗긴다. 남편은 뭐하는 거냐고 놀라면서도 아내의 가벼운 애무에도 숨소리가 거칠어진다. 특별히 찐한 서비스라며 애교를 살살 떨면 묶여 있어 왠지 모를 두려움과 공포에 사로잡힌 채로도 아내의 손길을 기대한다. 모든 것을 아내 손에 맡기고 자기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강한 흥분마저 일으킨다. 아내는 아내대로 언제 어디를 건드릴지 모른다는 긴장감에 휩싸인 남편을 내려다보면서 평소엔 못하는 말도 막 하게 된다. 이게 좋냐, 저게 좋냐, 어떻게 좋냐는 등 놀려 먹으면서 정복감을 맛본다.
집에서 협조가 안 되는 상황이 대다수인 만큼 성매매업소 언니들이 이 노릇을 대신한다. 개목걸이와 개줄로 묶인 채 여왕이 시키는 대로 강아지처럼 네 발로 기어 다니는 도그 플레이(dog play), 채찍질하는 휘핑(whipping), 말에 재갈을 물리듯 남성 입에 재갈을 물리는 호스 플레이(horse play), 신체를 끈으로 묶는 본디지(bondage) 등. ‘노예는 주인님의 소유물로서 육체적, 정신적인 자유를 바치며 가축 이하의 노예로서 시중들 것을 맹세합니다. 당신의 암캐가 돼 드립니다’라는 노예계약도 맺는다.
독일 함부르크의 알렉산더 스트리트란 곳은 세계 각국 미녀들이 백화점 쇼윈도 같은 유리상자 속에 앉아 손님의 부름을 받는데, 젊고 날씬한 여자들만 있는 게 아니라 늙고 못생기고 뚱뚱한 창녀들도 있다. 이들은 손님들을 괴롭혀주거나 채찍을 맞아주고 쭉쭉빵빵인 여자들보다 두세 배 높은 보수를 받는 프로들이다.
킨제이 보고서에서 ‘세상에 비정상적인 섹스는 없다’고 했다. 설득하든지 포기하든지, 부부라면 두 사람이 합의를 봐야 한다. 그리고 늘 노력해야 한다. 따분한 섹스는 집어치우고, 늘 새로운 패턴을 찾는 게 속궁합이 맞는 집이다.
돈 드는 것도 아닌데 당장 해 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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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07호(2015.05.13~05.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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