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변해정 기자 = 공무원연금 개혁이 막판 고비를 넘지 못한 채 한발짝도 못나가고 있다.
4개월여의 긴 진통 끝에 이달 초 합의한 개혁안이 국민연금과 연계돼 처리가 불발됐고, 협상의 물꼬가 다시 트일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여야가 애초 공무원연금 개혁에 나선 것은 국가재정의 파탄을 막고 국민연금과의 격차를 없애기 위한 것이었다. 특히 정부와 여당은 '국민연금도 했는데 공무원연금도 못할 게 없다'며 공무원들도 고통 분담 차원에서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의 고강도 연금 개혁에 협조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4개월여의 긴 진통 끝에 이달 초 합의한 개혁안이 국민연금과 연계돼 처리가 불발됐고, 협상의 물꼬가 다시 트일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여야가 애초 공무원연금 개혁에 나선 것은 국가재정의 파탄을 막고 국민연금과의 격차를 없애기 위한 것이었다. 특히 정부와 여당은 '국민연금도 했는데 공무원연금도 못할 게 없다'며 공무원들도 고통 분담 차원에서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의 고강도 연금 개혁에 협조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물론 공무원단체들의 반발은 거셌다. 하지만 연금 개혁 자체가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맞물려 있는 탓에 모두를 만족시키기란 불가능한 과제다.
선진국의 경험을 보더라도 마찰 없이 쉽게 연금 개혁을 한 사례는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재정 건전화로 국민의 재정 부담을 최대한 줄여나가고, 어느 때보다 과열된 공적연금제도 간 형평성 논란을 해소해 사회적 통합을 모색해야 할 시기라는 데 이견은 없었다.
게다가 시기를 놓치면 향후 언제 다시 개혁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데다, 성과없이 끝나면 민심만 잃게 되는 최악의 상황이 오게 된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시한폭탄'이라는 격렬한 표현까지 써가며 공무원연금 개혁을 압박한 이유다.
◇연금개혁 단일안, 어떤 내용을 담았나
앞서 공무원연금개혁 실무기구는 지난 1일 연금 수령액을 결정하는 수치인 지급률(공무원이 받는 돈)을 현재의 1.90%에서 20년에 걸쳐 1.70%로 단계적으로 내리고, 공무원이 내는 보험료율인 기여율은 현행 7%에서 9.0%로 5년에 걸쳐 인상하는 내용의 단일안에 전격 합의했다.
지급률의 경우 현행 1.90%에서 5년 간 1.79%까지 낮춘 뒤 다시 5년 간 매년 0.01%p로 인하한 후 마지막 10년 간(2036년) 매년 0.004%p씩 내려 최종적으로 1.70%가 되도록 했다. 기여율은 내년부터 1년간 1.0%를 인상해 8.0%로 올리고, 이후 4년 간 매년 0.25%p씩 올려 9%까지 인상하게 돼 있다.
이와 함께 연금수급자의 고통 분담 차원에서 연금지급액은 2020년까지 5년 간 동결하고, 연금지급이 시작되는 연령을 2010년 이전 임용자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5년 늦추기로 했다. 당시 연금지급 연령을 늦춘 것이 연금액을 약 20% 삭감하는 재정절감 효과가 있어 새누리당 개혁안의 절감 효과(2085년까지 308조7천억원)와 비슷하다는 것이 실무기구 측의 설명이 있었다.
여야는 또 공무원연금개혁으로 절감되는 재정액의 20%를 국민연금에 사용하고, 국민연금의 명목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50%로 끌어올리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는 공적연금의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야당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
당초 새누리당은 공무원연금개혁을 통한 재정절감에 방점을 두고 협상을 진행하며 절감액을 공적연금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강경 반대 입장을 보여왔다. '빚을 갚기 위해 집을 팔았는데 그 돈으로 다른 집을 사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막판 협상까지 팽팽하게 대립해 '불발'이라는 벼랑 끝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논의 과정은 어디까지?
지난 2009년 이후 유지돼 왔던 공무원연금 제도에 대한 개혁 논의 시발점은 지난해 2월25일 박근혜 대통령이 공무원연금을 포함한 3개 공적 연금에 대한 개혁의 필요성을 밝힌 '경제혁신 3개년계획 대국민 담화문'이었다.
이후 정부와 새누리당은 공무원연금 개혁안 마련에 착수, 지난해 10월 당·정·청 협의회를 통해 연내 처리할 뜻을 내비쳤다.
새누리당은 같은 해 10월28일 의원총회를 열어 당내 공무원연금 개혁 TF(이한구 팀장)가 마련한 '하후상박(下厚上薄)'을 기치로 내건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공무원 단체들은 재직 공무원의 기여율을 10%로 올리고 지급률을 1.25%까지 내리는 새누리당의 개혁안에 거세게 반발했다.
이에 여야는 같은해 12월10일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들이 만난 '2+2 연석회의'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를 연내에 구성하기로 합의했고, 같은 달 29일 국민대타협기구와 특위 구성·운영을 위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3월10일 국민대타협기구는 중간 합의문을 통해 '공무원연금 개혁 필요성에 인식을 함께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는 서로 간의 큰 입장차를 크게 줄였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진전이었으나, 기여율과 지급율, 소득재분배 기능 도입 등 구체적인 쟁점에 대한 합의는 이뤄지지 않은 채 논의가 진행됐다.
자체 개혁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여당의 비판에 새정치민주연합은 같은 달 25일 '기여율 7%+α, 지급률 1.9%-β'라는 조정 가능 범위만 제시한 개혁안을 제시했다.
국민대타협기구는 활동 종료 시한을 사흘 앞둔 3월25일에는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의 추계치를 기초로 한 재정추계 모형을 확정했다.
이튿날 새누리당 추천 전문가 위원인 순천향대 김용하 교수가 정부 개혁안의 핵심인 '신-구 공무원 분리' 방안을 제외하고 기여율 10%, 지급률 1.65%로 하는 이른바 '김용하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최종 합의를 이루지 못한 대타협기구는 종료 시한인 28일, 미진한 논의를 연장하기 위해 정치권을 제외한 이해당사자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9인 실무기구 구성과 특위 활동 기한을 5월2일까지로 연장, 동시에 운영할 것에 합의했다.
◇왜 합의 불발됐나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달 22일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해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가 만나 담판을 짓자는 '2+2 회담'을 제안했으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대한 국면전환용"이라며 거부했다.
이에 김 대표는 다음날인 23일 국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는 등 야당을 압박하고 나서기도 했다.
계속되는 밤샘 회의를 거듭한 실무기구에서 공무원단체는 지난달 30일 지급률을 1.75%까지 내리는 사실상 첫 자체 개혁안을 제출했고, 이에 여당은 '김용하안'과의 중간 지점인 1.7%선으로 단계적 조정안을 제시해 협상을 유도했다.
결국 5월1일 새벽 공적연금 강화 방안을 포함한 실무기구 최종 단일안을 내놓게 됐고, 이튿날 오전 특위는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실무기구 합의안과 기존 의원 발의안들을 최종 조율해 위원회 대안을 만들어 심의·의결했다. 오후에는 여야 대표가 최종 추인하는 단계를 거친 후 전체회의를 열어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최종 합의했다.
그러나 실무기구가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인상에 합의한 것을 두고 '월권'이라는 청와대의 비판이 족쇄가 돼 개혁안 처리는 도로묵이 됐다.
hjp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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