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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병사 출신에게 실탄 … 총구 전방 고정장치도 풀려

중앙일보 정용수.백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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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병사 출신에게 실탄 … 총구 전방 고정장치도 풀려

속보
트럼프·젤렌스키 회담 종료…유럽 정상과도 통화
훈련 중 참사 무엇이 문제인가
특별관리 대상 지정제도 없고 실탄 지급량·사격방식 제각각
대위 등 현역 9명 현장 관리 … 사격통제 제대로 됐나 의문도
군 총기 사고가 예비군으로까지 번졌다. 지난 2010년 예비역 공군 중위가 예비군 훈련을 받던 중 권총으로 자살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총기를 난사한 사건은 처음이다.

서울 서초구 내곡동 예비군 훈련장에서 13일 총기를 난사한 최모(23)씨는 현역 시절 관심병사였다. 이 때문에 예비군 훈련장의 실탄 지급 및 총기 관리 방식 등이 허술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육군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것은 오전 10시37분쯤. 최씨를 비롯한 예비군 545명은 52사단 210연대 소속 예비군 훈련장에서 동원훈련을 받는 중이었다. 사격을 위해 맨 왼쪽 사로(射路·사격하는 장소)에 들어갔던 최씨는 엎드려 쏴 자세를 취하고 탄약 10발이 들어있는 탄창을 받아 K-2소총에 끼운 뒤 표적을 향해 한 발을 쐈다.

사고는 그 다음에 일어났다. 최씨가 갑자기 총구 방향을 바꿔 총기를 난사하기 시작했다. 뒤에서 부사수로 대기 중이던 윤모(24·사망)씨와 옆에서 사격하고 있던 박모(24·사망)씨 등을 향해 7발을 쐈다. 그러곤 남은 두 발 중 한 발을 머리에 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날 훈련을 위해 현장에 있었던 유태범(25)씨는 “엎드려서 표적에 집중하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박씨가) 천천히 총을 쐈고 사고 직후 군의관이 심폐소생술을 했다”며 “대기 중 총상을 입은 사람(윤모씨)은 현장에서 심폐소생술을 했고 한참 뒤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전했다.

동료들에게 쏜 7발 가운데 4발이 명중해 최씨가 조준사격을 했다는 주장도 있다.


사고 당시 사격통제관과 예비군 중대장 등 대위 3명과 6명의 조교(병사)가 있었지만 최씨의 행동을 제지하진 못했다. 또 최씨의 소총이 소총 고정용 고리에서 빠져 있었다. 군은 2010년 예비군 총기사고 이후 총구를 다른 곳으로 돌리지 못하도록 전방을 향해 고정하는 장치를 설치토록 했다. 그러나 이날 합동수사단의 1차 조사 결과 최씨의 총구 고정장치는 해제돼 있었 다. 이에 따라 규정대로 훈련이 이뤄졌는지 의문이다. 국방부 당국자는 “단정할 순 없지만 워낙 순식간에 상황이 벌어져 제지하지 못한 것 같다”며 “정확한 내용은 조사를 해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최전방 부대에서 근무하다 2013년 10월 전역한 최씨는 현역 시절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B급 관심병사로 분류됐 다. 병적기록상 우울증 치료 기록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예비군의 경우 특별관리 대상 지정제도가 아예 없다.

사격현장 관리의 문제점도 드러났다. 해당 부대 관계자는 “사격 땐 간부가 탄약을 나눠주고 부사수가 지켜보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그러나 몇 명의 조교가 투입돼야 한다는 등의 규정이 없어 사로별로 조교를 운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예비군 부대마다 실탄 지급 양이나 사격 방식도 제각각이다. 어떤 부대는 영점사격 후 사격을 실시하는 반면, 사고가 난 부대는 수준유지사격(실사격)만 실시한다. 사고를 막기 위해 실탄을 분리해 지급하는 부대가 있는가 하면, 사고가 난 부대처럼 10발을 한꺼번에 지급하는 부대도 있다. 육군 관계자는 “1인당 지급 기준은 9발이지만 탄약 1개 클립에 10발이 묶여 있어 한꺼번에 탄알집에 넣고 탄피 수거도 편리해 10발씩 지급했다”고 말했다. 규정이 없다 보니 편의상 운영했다는 얘기다.

정용수·백민경 기자 nkys@joongang.co.kr

정용수.백민경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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