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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공무원연금만 처리’ 거듭 압박…여 지도부 ‘못마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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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공무원연금만 처리’ 거듭 압박…여 지도부 ‘못마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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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처리 지연 “국민 허리 휘게 하는 일”

국민연금 50%는 반대 못박아

청 연일 가이드라인 제시에

김무성 “재량 안주는 협상 성공못해”

유승민 “저한테 재량권 별로 없다”

의원들도 청 비판 줄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을 안 하고 빚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외면하면서 국민한테 세금을 걷으려고 하면 너무나 염치없는 일”이라며 거듭 국회를 압박했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분리 처리를 거듭 요구하는 동시에 국민연금 보험료를 세금으로 규정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여론을 겨냥한 듯 국회 비판 수위도 한층 거세졌다. 박 대통령은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 지연에 대해 “국민의 허리를 휘게 하는 일”, “미래세대에 빚더미를 물려주는 일”이라고 표현했고, “이번에 해내지 못하면 시한폭탄이 터질 수밖에 없다”며 ‘위기감’을 불어넣었다. 박 대통령은 개정안 처리의 시급함을 강조하며 “하…, 이것만 생각하면 한숨이 나와요”라며 8초 정도 말을 멈추기도 했다. 그러면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공무원연금 개혁을 마무리하는 것이 급선무이고, 국민연금과 관련된 사항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사회적 논의를 통해 신중히 결정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연일 정치권을 향해 공세적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배경에는 최근 논란이 되는 연금 문제에서 청와대가 여론상 불리하지 않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이날 회의에서 “어떤 어려움과 정치적 여건이 있더라도 추진이 지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의 집중을 자꾸 이렇게 분산시키려는 일들이 항상 있을 거다, 으레. 그게 무슨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고…”라고 말한 대목에서도 박 대통령의 이런 상황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정치권’(국회)을 올바른 길을 가려는 ‘정부’의 발목을 잡는 방해꾼으로 보는 시각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다. 박 대통령은 “공무원연금 개혁을 10년 전, 15년 전에 단행했더라면 이렇게까지 어렵지 않았을 것”이라고 야당에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하지만 여당 지도부는 청와대의 계속되는 강공에 불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의 강경 지침 탓에 대야 협상력이 떨어지고, 대통령의 발언이 야당을 자극해 되레 국회 협상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협상을 계속해서 일을 성사시켜 나가야 한다”면서도 “협상가에게 재량을 주지 않는 협상은 성공할 수 없다”며 사실상 청와대를 비판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여야 협상이 완전히 평행선을 달리는 등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당분간은 합의가 쉽지 않은 소강상태가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내 비판도 이어졌다. 김용태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여야가 협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단정적인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히는 것은 협상 당사자의 운신의 폭을 제한하기 때문에 매우 부적절하다”며 “청와대는 여야가 합의해 타협안을 낼 수 있도록 길을 터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의 한 삼선 의원은 “지금 대통령과 청와대의 행태를 보면 여야 협상을 가로막아 공무원연금 개혁을 하지 말자는 뜻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정치학)는 “청와대가 연일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여야 정치권에 국정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며 “해법은 여야가 절충하고 타협하는 길밖에 없는데 청와대가 자꾸 훈수를 두면 이에 끌려가는 여당이나 반발하는 야당이 서로 타협점을 찾기 힘들어져 공무원연금 개편은 장기 표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경욱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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