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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접근으론 `공무원연금 개혁` 불가능

매일경제 이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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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접근으론 `공무원연금 개혁`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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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들은 목숨을 걸고 자신의 연금을 지킬 것이다. 공무원연금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비판해도 그들은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

영국 정책연구센터(Centre for Policy Studies) 팀 녹스 소장은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조언을 물었을 때 이렇게 답했다. 정책연구센터는 과거 마거릿 대처 정부의 브레인 역할을 했던 싱크탱크로 현재 영국 공무원연금에 대한 가장 강력한 비판자 중 하나다. 그는 "노조는 파업과 데모로 저항할 것이고 진보정당이 이를 지원할 것"이라면서 "정부는 이를 이념(이데올로기)을 가지고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주의와 성장이라는 이념과 원칙을 바탕으로 노조와 싸워야지 표를 의식하는 정치적인 접근을 하면 필패한다는 것이다.

그의 이런 설명은 최근 영국 데이비드 캐머런 정부의 공무원연금 개혁과정에서도 나타났다. 2010년 자민당과 연정을 통해 집권한 캐머런 정부는 집권하자마자 우리나라에서 공무원연금, 사립교직원연금, 군인연금 등에 해당하는 영국 공공부문연금 개혁에 나섰다. 법안은 3년 만인 2013년에 통과됐고 2015년 4월부터 개정된 공무원연금이 적용됐다. 공공 부문 노동자들이 받는 연금이 평균 3분의 2로 줄어들면서 향후 50년간 국민들의 세 부담을 4300억파운드(약 723조원) 줄일 수 있게 됐다.

이 과정에서 저항도 격렬했다. 2011년에는 공공 부문 노동자 100만명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다. 소방관, 교도관까지 파업에 동참했다. 영국에서 공공 부문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의 20%에 해당해 정치적인 압력도 강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머런 정부는 개혁에 성공했고 지난 7일 총선에서도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녹스 소장은 "공무원연금이 민간 부문 연금에 비해 엄청난 혜택을 받고 있고 대부분의 공무원연금이 적자 상태인 것이 엄연한 사실"이라면서 "이는 끊임없이 사회적인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영국 내에서는 여전히 공무원연금의 혜택이 과도하며 추가로 개혁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계속 나오고 있다.

녹스 소장은 정당들이 선거를 위해 표에 휘둘리지 말고 정당으로서 이념을 되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난 20년간 영국 정치권은 중도층의 표를 얻기 위해 싸웠다"면서 "보수당과 노동당의 공약이 거의 비슷해져 버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정작 핵심지지자들이 소외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소외된 유권자들은 포퓰리즘 정당에 포섭되면서 영국 양당제도에 균열이 생겼다. 녹스 소장은 "스코틀랜드 의석을 지역정당인 스코틀랜드 국민당(SNP)이 장악한 것은 노동당이 스코틀랜드 유권자들을 소외시켰기 때문"이라면서 "현재 영국에서 부상하는 소수정당 3곳(SNP, 영국독립당, 녹색당)은 모두 강한 이념정당"이라고 설명했다.

[런던 =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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