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노동자 다룬 다큐 ‘위로공단’ 베니스 비엔날레 ‘은사자상’ 받다

임흥순 작가, 본전시 첫 수상
미술 아닌 영화 선정 ‘이례적’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 미술전 국제전(본전시)에 초청된 한국 임흥순 작가(46)가 9일(현지시간) 영화 <위로공단(Factory Complex)>으로 2등상인 은사자상을 수상했다(사진). 1등상 황금사자상은 미국작가 아드리안 파이퍼에게 돌아갔다. 한국 작가가 본전시에서 수상하기는 처음이며 미술이 아닌 영화로 받은 것도 이례적이다.

<위로공단>은 아시아 여성의 노동문제를 소재로 한국과 캄보디아, 베트남 등지에서 촬영한 95분짜리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일하는 여성들의 실제 인터뷰와 실험적 이미지를 오가는 혁신적 스타일을 통해 그들의 과거와 현재, 내면과 풍경을 추적하며, 일이 행복이자 공포인 이 시대에 일하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념의 굴레 없이 풀어낸 작품이다. 심사위원단은 “아시아 여성들의 노동 조건이 갖는 불안정성의 본질을 섬세하게 살펴보는 영상작품으로, 가볍게 매개된 다큐멘터리 형태를 통해 등장인물과 그들의 근로조건을 직접 대면한다”고 수상 이유를 밝혔다. 임흥순 작가는 “삶과 일터에서 신념을 가지고 살아오신 많은 여성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올해 120주년을 맞는 베니스 비엔날레는 홀수해에 미술전, 짝수해에 건축전이 열리는데 참가국이 자국 대표작가를 선정하는 국가관 전시와 총감독이 개별 작가를 초청하는 본전시로 나뉜다.

한국은 그동안 전수천(1995), 강익중(1997), 이불(1999) 작가가 참여했던 한국관이 3회 연속 특별상을 받았고 지난해 건축전에서는 건축가 조민석씨가 커미셔너를 맡은 한국관이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임흥순 작가는 경원대 회화과에서 학사, 석사를 마친 뒤 미술과 영화 작업을 병행해 왔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위로공단>은 한국영화로는 최초로 베니스 비엔날레에 초청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며 “미디어아트 관점에서 작품 해석의 진폭을 넓히는 동시에 세계 미술영역으로 한국영화의 외연을 확장했다”고 평가했다.

<한윤정 선임기자 yjha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