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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가지뉴스]봐도봐도 헷갈리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쉽게 이해하는 숫자 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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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가지뉴스]봐도봐도 헷갈리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쉽게 이해하는 숫자 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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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오는 6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최종 합의했다. 진통 끝에 합의를 이뤄냈지만 찜찜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의 핵심을 다섯 개의 숫자로 정리해보자.

1. 333조원

여야는 기여율(보험료율)은 높이고 지급률(받는 연금액 비율)은 낮춰 2085년까지 333조원의 재정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여율은 현재 7.0%(공무원 본인 7.0%+정부 7.0%=총 14.0%)에서 5년에 걸쳐 9.0%(공무원 본인 9.0%+정부 9.0%=총 18.0%)로 인상되고, 지급률은 1.90%에서 20년에 걸쳐 1.70%로 떨어진다. 지급률은 연금수령액을 결정하기 때문에 중요한데, 연금수령액은 ‘기준소득월액X재직기간X지급률’로 결정된다. 재직기간 30년 동안 월 평균 300만원을 받는 공무원은 현재 월 21만원에서 27만원으로 6만원 인상된 보험료를 내고, 퇴직하면 현재 171만원보다 18만원 적은 153만원을 받게 된다.

2. 2조원

당초 정부·여당이 원했던 것은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아예 통합하는 ‘구조개혁’이었다. 하지만 야당·공무원단체와의 협의 과정에서 기여율과 지급률을 조정하는 ‘모수개혁’으로 방향을 틀었다. 공무원연금 적자 운용을 막고 세금 보전을 중단하기 위한 ‘수지균형’을 이루려면 기여율 10%, 지급률 1.65%가 돼야 하는데 개혁안이 이에 미치지 못하면서 매년 2조원을 세금에서 대주는 현실을 당장 개선할 수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2일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최종 합의되고 6일 국회 본회의 처리를 남겨놓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언주로 공무원연금공단 서울지부.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지난 2일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최종 합의되고 6일 국회 본회의 처리를 남겨놓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언주로 공무원연금공단 서울지부.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3. 50%

여야는 국민연금의 명목소득대체율을 현재 40%에서 50%로 높이기로 하고 향후 구체적 논의를 거쳐 9월 국회에서 처리키로 했다. 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 가입기간 40년을 기준으로 재직기간 월평균 소득 대비 연금수령액의 비율이다. 2007년 여야는 60%였던 소득대체율을 2008년 50%로, 2009년부터 2028년까지 20년 동안은 매년 0.5%포인트씩 낮춰 40%로 하기로 법을 개정했다. 월평균 소득이 300만원이고 국민연금을 40년 내내 납입했을 경우 2015년 현재는 소득대체율 46.5%가 적용돼 월 139만5000원을 연금으로 받고, 2028년부터는 120만원을 받게 돼 있었다. 이마저도 국민연금을 40년 내내 납부하지 않았을 경우 수령액이 턱없이 낮아진다. 실제 지난해 8월 기준으로 국민연금 수령자의 1인당 수령액은 평균 31만7000원에 불과했다. ‘용돈연금’이란 비판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하지만 이번 합의대로라면 수령액은 25% 많아지게 된다. 참고로, 이번 합의안이 통과되면 공무원연금 소득대체율은 30년 가입 기준 51%가 된다. 여전히 국민연금보다 ‘더 내고 더 받는’ 구조다.

4. 9%

국민연금 수령액도 늘지만 보험료도 오를 수밖에 없다. 보험료율을 올리지 않고 소득대체율만 인상할 경우 연금기금 고갈 시기가 앞당겨지기 때문이다. 소득대체율을 높이지 않더라도, 올해 500조원 규모인 연금기금(쌓아둔 보험료)은 2043년 2561조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44년부터 빠르게 소진돼 2060년 고갈될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일 경우 국민연금을 ‘계속 유지하려면’ 보험료율(절반은 고용주가 부담)을 최소 15.1%에서 최대 18.85%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청와대가 “공무원연금 논의기구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을 합의한 것은 월권”이라고 반발하는 이유다. 반면 이번 개혁안 협상에 참여했던 중앙대 김연명 교수는 “보험료율을 10.01%로 현재보다 1.01%만 인상해도 소득대체율 50%를 확보하면서 기금고갈시점을 2060년으로 변동없이 맞출 수 있다”고 설명한다. 현재 보험료율은 1998년부터 9%(본인 4.5%+고용주 4.5%)로 유지되고 있다.

5. 65세

여야는 공무원연금 재정절감분의 20%인 67조원을 비정규직, 영세사업장노동자, 영세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에 사용해 연금 사각지대를 해소하기로 했다. 현재 국민연금 가입 대상자이지만 소득이 없다며 납부 예외를 신청한 사람이 450만명이다. 또 상·하위직 공무원의 연금수령액 격차를 줄이기 위해 소득재분배 기능이 공무원연금에 도입된다. 국민연금은 1988년 최초 설계 때부터 재분배 기능이 도입돼 소득이 적은 사람에게 유리하다. 연금지급 개시연령도 현재 60세에서 2022년부터 2033년까지 65세로 단계적으로 높아진다. 국민연금의 지급 개시연령도 원래 60세였지만 2013년부터 5년 단위로 1세씩 올라 2033년 65세가 된다. 또한 현재는 매년 물가인상률을 반영해 공무원연금 수령액이 자동 인상되고 있지만, 내년부터 2020년까지 5년 동안은 동결하기로 했다. 기준소득월액 상한액을 현재 전체 공무원 평균 기준소득월액의 1.8배인 804만원에서 1.6배인 715만원으로 낮춰 고위직 공무원의 수령액이 낮아지는 효과도 있다.


유의할 점은 직장인과 달리 공무원은 퇴직금이 없다는 사실이다. 재정절감만을 따지다 공적연금의 본래 기능인 사회안전망 구축을 망각해선 안 된다는 지적에도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 중에는 “현재 공적연금의 역할이 지나치게 축소된 상황이라 장기적으로 보험료를 더 내더라도 제대로 된 연금을 받는 유럽 복지국가형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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